뿔난 청년 달랜다고 준 사탕…실업급여 원칙까지 흔든 조급함 [기자수첩-정책경제]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9.01 07:00  수정 2026.09.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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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미만 자발퇴사도 생애 한 차례 실업급여

청년 자진퇴사자 66.5% 입사 1년 안에 이탈

평균 밑도는 2030 국정 지지율…민심 경고등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실직자를 보호하던 실업급여가 청년에 한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둔 경우까지 보장하는 ‘퇴사급여’로 바뀔 판이다.


고용 악화로 청년 민심이 빠르게 추락하면서 정부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정책 설계에서 먼저 보인 것은 정교함이 아닌 조급함이었다.


고용노동부는 35세 미만 청년이 일정 기간 근무한 뒤 자발적으로 퇴사해도 생애 한 차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직 전 임금의 60%, 월 최대 약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청년의 경력 재설계를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문제는 자진퇴사 청년 대부분이 입사 초기에 회사를 떠난다는 점이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35세 미만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자 19만2299명 가운데 자진퇴사자는 14만6418명으로 76.1%였다. 이들 중 66.5%는 1년을 채우지 못했다. 3년 미만으로 확장하면 그 비율은 91.0%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 기간만 채우면 자발적으로 퇴사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 직장에 적응하고 경력을 쌓아야 할 시기에 퇴사에 따른 비용을 낮춰주면 오히려 장기근속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소 근속기간을 짧게 설정할 경우 청년의 잦은 이직을 완화하기는커녕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낮은 임금과 직무 미스매치, 불투명한 경력 전망, 열악한 근로조건을 그대로 둔 채 퇴사 뒤 소득을 보전한다고 첫 일자리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퇴사에 따른 부담부터 덜어주는 것보다 청년이 한 직장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이처럼 청년 고용의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 채 정책이 서둘러 나온 배경에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청년 민심이 자리잡고 있다. 2030세대의 국정 지지율이 전체 평균을 크게 밑돌면서 정부로서도 청년이 즉각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 상황이다.


31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8.9%로 취임 후 처음 30%대로 내려왔다. 18~29세는 28.2%, 30대는 34.7%로 모두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부정평가는 18~29세 66.5%, 30대 63.9%로 2030 모두 60%를 넘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년정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현재 청년들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매우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존 정책의 문제로 ‘공급자적 마인드’를 지목하고 정책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년정책 389개에 약 30조원을 쓰고도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 대통령의 진단에 비춰보면 자발적 퇴사 실업급여는 더욱 어색하다. 왜 기준이 35세인지, 36세 자발적 퇴사자와 무엇이 다른지부터 설명이 부족하다. 일정 기간 근속한 청년에게 자발적 퇴사의 비용을 낮춰주는 것이 장기근속과 경력 형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조기 퇴사를 부추길 가능성이나 기업의 인력운용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검증됐는지 의문이다. 핵심 기준조차 정하지 않은 정책을 먼저 발표했다면 ‘청년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청년에게 필요한 건 퇴사를 쉽게 만드는 보험이 아니다. 첫 직장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고, 옮기더라도 더 나은 자리로 올라설 수 있다는 사다리다.


장기근속의 유인은 약화시키면서 퇴사 이후 안전망만 넓히는 정책이라면 청년 고용의 해법이 아니라 또 다른 왜곡이 될 수 있다. 실업급여를 청년 민심을 달랠 카드처럼 꺼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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