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교단 지킨 초등교사 뇌사 장기기증…4명에 새 생명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07.30 11:22  수정 2026.07.30 11:23

폐·간·신장 기증 이어 뼈·혈관도 나눔

기증자 이승희 님이 생전 작성한 시 ‘꿈’. ⓒ한국장기조직기증원

30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친 이승희(63) 씨가 삶의 마지막 순간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며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3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10일 창원한마음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와 간, 양쪽 신장을 4명에게 기증했다. 뼈와 혈관 등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했다.


이 씨는 지난 5일 새벽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약 30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이 씨는 10년 전 명예퇴직했다. 학생들에게는 작고 평범한 것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쳤다. 글쓰기를 좋아해 첫 담임을 맡은 시절부터 퇴직할 때까지 학생들의 글과 학교생활을 담은 문집을 꾸준히 엮었고 교단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도 여러 권 펴냈다.


평소 자연을 사랑했던 그는 20여 년 전부터 산골 마을에 직접 집을 짓고 생활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었으며, 일회용품과 세제 사용을 줄이는 등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실천했다. 목공 기술을 익혀 붙박이장과 가구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30년 지기인 김모 씨는 "요즘 네가 쓴 글을 읽으며 지내고 있어. 네가 다시 살아 숨 쉬는 것 같아서 좋아. 내 친구로 와줘서 정말 고맙고 영광이었어. 사랑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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