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한화, 美에 'CFIUS 심사 간소화' 나란히 요청

백서원기자 (sw100@dailian.co.kr), 편은지 기자

입력 2026.07.28 14:39  수정 2026.07.28 14:44

현대차 '북미 투자회랑'·한화 '중복 심사 완화' 제안

美 기술업계는 "한국도 투자심사 우대국 지정" 요구

ⓒ데일리안 AI 이미지

미국 정부가 연내 최종 확정을 목표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제도를 손질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디펜스USA가 각각 투자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미국 재무부에 제안한 사실이 확인됐다. CFIUS는 외국인 투자가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하는 정부 간 위원회다.


재무부가 지난 3월 진행한 같은 의견수렴 절차에서 두 회사는 각각 서한을 제출했다. 현대차는 북미를 하나의 '신뢰 투자회랑(Trusted Investment Corridor)'으로 묶자는 구상을, 한화는 이미 엄격한 안보 통제를 받는 기업에 대한 중복 심사 완화를 제안했다.


같은 절차에는 미국 최대 소비자기술 무역단체인 CTA도 의견서를 제출해 한국을 CFIUS '예외 외국(Excepted Foreign States)' 목록에 추가할 것을 요청했다. 기업별 절차 간소화를 넘어 한국 투자자 전반에 혜택을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 2월 6일 우방국 반복 투자자에게 패스트트랙을 부여하는 '검증된 투자자 프로그램(KIP)' 도입 방안에 대한 정보요청서(RFI)를 발표하고 3월 18일까지 의견을 받았다. 필커턴 재무부 투자안보 차관보는 지난달 팟캐스트에서 일부 업계 단체들이 컴플라이언스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 규칙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두 회사의 서한은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국면에서 나왔다. 기획재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252억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2.9% 늘며 2022년 이후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에만 102억 달러가 집행돼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이는 약 5년 만의 최고치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현대차그룹
현대차의 '북미 투자회랑' 구상…USMCA 갱신은 일단 불발

드류 퍼거슨 현대차그룹 대외협력 수석부사장 명의로 제출된 서한은 현대차그룹을 "반복적인 CFIUS 신고 기업(repeat CFIUS filer)"으로 소개하며 미국 내 5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8년까지 26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직접고용 2만5000명을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서한의 핵심은 '북미 신뢰 투자회랑' 제안이다. 현대차는 미국의 KIP, 캐나다 투자심사법, 멕시코의 투자심사 제도를 연계하는 북미 공동 투자심사 체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구상의 발판인 USMCA의 16년 장기 연장은 첫 공동검토에서 불발됐다. 미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일 미국이 현행 형태의 협정 갱신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협정은 매년 재검토 단계로 넘어가면서 북미 3국이 투자심사 체계를 공동 조율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졌다.


하성용 중부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교수(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는 "KIP는 현대차에 '상시 면제'를 주는 제도가 아니라, 이미 반복적으로 확인된 투자자의 위험정보는 재사용하고 새로운 거래의 민감성만 집중 심사하는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개최된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NSMV) 4호선 '론스타 스테이트(Lone Star State)' 명명식 모습.ⓒ한화그룹
한화 "중복 심사 없애달라"... 美 방산 계약 수주 확대 속 제안

같은 날 제출된 한화디펜스USA 서한의 핵심은 자사가 미 국방방첩안보국(DCSA) 감독 아래 특별보안협약(SSA)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배구조·보안체계를 지속적으로 검증받고 있는 만큼, CFIUS가 보유한 정보를 계속 활용해 동일 자료를 반복 제출할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요청은 최근 한화의 미국 내 방산사업 확대와 맞물려 나왔다. 한화필리조선소와 TOTE Services는 지난 17일 미 미사일방어청(MDA)의 미사일 사거리 계측함(MRIV) 2척 건조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골든돔' 미사일 방어 구상을 지원하는 함정으로, 첫 선박은 2030년 인도 예정이다. 한화 측은 계약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선박업계에서는 약 2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CTA "한국도 예외국으로"...다른 경제단체는 독일만 제안

현대차·한화가 개별 현안에 집중한 것과 달리, CTA는 동맹국 전체를 겨냥한 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현재 호주·캐나다·뉴질랜드·영국 4개국에 한정된 CFIUS '예외 외국' 목록에 프랑스·독일·일본과 함께 한국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CTA는 한국을 '조약 동맹이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로 지칭하며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수준의 신뢰를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외 외국으로 지정되면 요건을 충족한 투자자는 일부 CFIUS 심사와 의무 신고에서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업별 절차를 간소화하는 KIP보다 적용 범위가 더 넓다.


다만 이 요청이 업계 전체의 컨센서스는 아니었다. 같은 절차에 의견서를 낸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는 KIP 자격 기준 완화를 주장하면서도, '예외 외국' 확대 대상으로는 한국이 아닌 독일만 콕 집어 제안했다. 같은 절차 안에서도 한국을 보는 시각은 이해관계자에 따라 제각각이었던 셈이다.


미 재무부는 최근 동맹국의 자체 투자심사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필커턴 차관보가 지난달 일본을 방문해 CFIUS 유사 제도 구축을 논의했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과의 관련 협력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CFIUS 개편 방향은 향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 교수는 "가장 큰 효과는 단순한 심사비 절감보다 투자 일정의 예측 가능성과 거래 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정식심사는 평균 1.5~3개월이 걸리고 일부 거래는 철회·재신고로 심사 시계가 다시 시작되는데, 반복 검증이 줄면 투자 일정을 더 일찍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패스트트랙 참여가 심사 승인이나 법정 심사기간 단축을 보장하는 제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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