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역대 이적료 톱10서 맨유 선수들 제로
챔스권 이탈·방만한 주급 체계·구단 비전 부재
맨유의 역대 이적료 최고액은 무려 10년 전인 폴 포그바 영입이다. ⓒ AP=뉴시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고의 무대이자 가장 큰 돈이 오가는 축구 시장이다.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투자하는 일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시대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프리미어리그의 흐름은 '누가 돈을 가장 많이 쓰느냐'보다 '누가 돈을 가장 잘 쓰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 순위다.
지난해 리버풀이 뉴캐슬에서 데려온 알렉산더 이삭은 1억 4500만 유로(약 2409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액 영입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모건 로저스(첼시), 엘리엇 앤더슨(맨체스터 시티), 플로리안 비르츠(리버풀), 엔소 페르난데스(첼시)가 뒤를 잇는다.
톱10을 들여다보면 첼시가 무려 4명을 올려놓으며 가장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였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는 각각 2명, 아스날과 토트넘도 각각 1명씩 포함됐다.
반면 전통의 명문이자 오랫동안 '큰손'으로 군림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맨유의 역대 최고 이적료 영입은 2016-17시즌 유벤투스에서 복귀한 폴 포그바로 EPL 이적료 순위에서 10위 밖인 11위에 위치하고 있다. 당시 1억 500만 유로라는 기록적인 금액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포그바는 기대했던 팀의 중심축이 되지 못했고, 부상과 기복, 잦은 논란 끝에 팀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포그바 영입 이후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물론 정상권 경쟁에서도 점차 멀어졌다.
EPL 이적료 역대 톱 15. 10위 이내 맨유 선수가 없다. ⓒ 데일리안 스포츠
더 큰 문제는 포그바가 시작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후 맨유는 제이든 산초, 앙토니, 로멜루 루카쿠, 라스무스 호일룬 등 거액을 투자한 선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부는 임대 생활을 전전했고, 몇몇은 방출 수순을 밟았다. 맨유의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이적료를 쏟아부었음에도 선수 영입 전략과 철학의 일관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패가 반복되자 선수들의 맨유행도 1순위 선택지가 아니다. 과거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에는 우승 경쟁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보장됐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맨유를 꿈의 무대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유럽 언론들은 맨유가 S급 선수 영입 경쟁에서 번번이 밀리는 이유를 단순히 연봉이나 이적료 문제가 아닌 '매력 부족'에서 찾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성적이다. 챔피언스리그 출전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상급 선수들이 굳이 맨유를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었다. 유럽 최고의 선수들은 우승 가능성과 챔피언스리그 경쟁력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데, 최근 맨유는 두 요소 모두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성적 부진이 반복되자 팀의 재정과 스폰서 가치, 선수 영입 경쟁력까지 연쇄적으로 약화되는 중이다.
구단 운영에 대한 신뢰 하락도 이유다. 감독이 수차례 교체됐고, 디렉터와 스카우트 조직도 끊임없이 바뀌었다. 감독이 교체 때마다 원하는 선수도 달라졌고, 그 결과 팀의 철학보다 감독 취향에 맞춘 영입이 반복됐다. 새 감독이 부임하면 기존 선수는 애물단지가 되는 악순환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높은 연봉 체계도 오히려 독이 됐다. 과거에는 막대한 주급이 최고의 무기였지만, 최근에는 지나치게 높은 급여 구조가 선수단 균형을 무너뜨렸고, 기존 선수 처분까지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산초와 앙토니 등은 높은 연봉 때문에 이적 협상이 쉽지 않았고, 맨유가 임대 과정에서 급여 일부를 부담하기에 이르고 있다.
제이든 산초 등 거액을 주고 데려온 선수 대부분이 실패로 귀결됐다. ⓒ AP=뉴시스
최근 프리미어리그의 경쟁 구도도 크게 달라졌다. 맨체스터 시티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했고, 리버풀은 명확한 철학 아래 선수단을 운영한다. 아스날은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팀을 완성했고, 첼시 역시 대규모 투자와 함께 미래 자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정상급 선수 입장에서는 맨유보다 더 명확한 비전과 우승 가능성을 제시하는 선택지가 늘어난 셈이다.
맨유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브랜드 가치와 팬덤, 막대한 수익 구조를 갖춘 클럽이다. 그러나 현대 축구에서 브랜드만으로 선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맨유는 이제 누구를 데려올지보다 '왜 오지 않는가'를 먼저 설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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