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투자자 10명 중 3.5명은 2030세대
“내 집 마련 어려워” 자산 형성 불안감 작용
확대된 증시 변동성…투자 위험은 경계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월급이 입금된 날, 통장을 열어봤다가 한숨부터 내쉬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점심값과 전셋값이 모두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 예·적금을 굴려도 체감되는 자산 증가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동기가 “어제 하루 만에 월급보다 많이 벌었다”며 주식계좌 수익률을 보여준 것이 A씨의 주식 입문 계기가 됐다.
A씨는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월급만으로는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회초년생인 20대 B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가장 먼저 찾는다. 출근길과 퇴근길은 물론 점심 시간에도, 자기 전에도 주가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다.
B씨는 “서울에는 커피값만 7000원이 넘는 곳들이 많은데, 이 가격이면 예전에는 점심을 먹었다”며 “통장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 손해처럼 느껴졌고, 요즘은 투자하지 않는 사람이 손해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공식은 옛말이 됐다. 이제는 돈이 돈을 버는 시대가 됐다.
올해 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상승장을 연출하면서 사회초년생과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생 등 2030세대의 증시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안정적인 저축보다 높은 투자 수익률로 ‘한 방’을 노리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17일 데일리안이 국내 증권사 3곳(하나·KB·NH투자증권)의 상반기 신규 주식계좌 개설 건수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 투자자는 34만2659건으로 집계됐다.
10대 미만부터 60대 이상까지 전 연령의 총 개설 건수가 100만7472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신규 투자자 10명 중 3.5명은 2030세대인 셈이다.
2030세대의 주식 투자 열풍 배경에는 자산 형성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사회초년생이거나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생으로 충분한 소득 기반을 갖추지 못한 2030세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소득과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주거비·생활비 부담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직장인 평균 연봉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쉽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식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리려는 청년층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직장인 박모씨(31)는 “몇 년 동안 월급을 모아도 집값 상승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며 “종목만 잘 고르면 하루에 수백만원을 벌 수 있는 만큼, 주식으로 자산을 불리는 게 현실적으로 맞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코스피가 4000선에서 9000선으로 초고속 직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누구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착시 효과가 청년층의 투자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투자 경험이 부족한 사회초년생과 취업준비생의 경우, 단기간 수익에만 집중해 고위험 종목이나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면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7월 들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시장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투자 위험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저축이 자산 형성의 기본 수단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에 투자를 필수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됐다”며 “다만 상승장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분산 투자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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