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월드컵 퍼포먼스의 비밀…공장 투입 위한 '기술 시험대'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7.16 10:46  수정 2026.07.16 10:46

전용 통신망 구축하고 불규칙한 잔디 환경까지 별도 학습

리타겟팅·강화학습·전신제어 결합해 자연스러운 동작 구현

공 운반·균형 유지 기술, 향후 제조 현장 작업에 활용 가능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월드컵 볼 전달 퍼포먼스를 위해 아틀라스를 훈련시키는 모습ⓒ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채널

월드컵 경기장에서 축구공을 전달하고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를 재현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퍼포먼스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었다. 수만 명의 관중과 불규칙한 잔디, 강한 햇빛 등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로봇의 통신·균형·제어 기술을 검증한 실전 시험대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는 15일(현지시간) 자사 소셜미디어와 기술 블로그를 통해 아틀라스의 ‘2026 FIFA 월드컵’ 하프타임 퍼포먼스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아틀라스는 지난 5일 월드컵 16강전 하프타임 무대에 등장해 유명 축구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를 재현하고, 축구공을 주심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연구실이나 전시장처럼 통제된 공간이 아니라 실제 경기가 열리는 대형 축구장에 투입됐다는 점에서 아틀라스의 현장 대응 능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했던 과제는 통신이었다. 수만 명의 관중이 동시에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경기장에서는 일반 와이파이 통신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틀라스 전용 통신 채널을 별도로 구축했다. 강한 햇빛과 높은 기온의 야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제어 기능도 개선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월드컵 볼 전달 퍼포먼스를 위해 아틀라스를 훈련시키는 모습ⓒ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채널

잔디 역시 예상보다 까다로운 변수였다. 아틀라스는 그동안 주로 평평하고 매끄러운 실내 바닥에서 학습과 시험을 진행해 왔다.


반면 축구장 잔디는 위치에 따라 탄성과 마찰력이 달라 발이 걸리거나 미끄러질 가능성이 있다. 사람에게는 평범한 운동장도 로봇에게는 걸을 때마다 지면 조건이 달라지는 고난도 환경인 셈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아틀라스가 잔디 위에서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발과 지면의 상호작용을 모델링해 학습 과정에 반영했다. 실제 잔디 환경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 공원의 축구장을 빌려 걷고 뛰는 훈련도 진행했다.


골 세리머니와 공 전달 동작을 자연스럽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제어 기술이 결합됐다.


먼저 사람의 움직임을 로봇의 관절 구조와 신체 비율에 맞게 바꾸는 ‘리타겟팅’ 기술을 활용했다. 사람이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모습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틀라스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동작으로 다시 설계한 것이다.


수천 개의 병렬 시뮬레이션 안에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동작을 학습하는 강화학습도 적용됐다. 여기에 팔과 다리, 허리 등 전신 관절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이도록 제어하는 전신제어 기술을 결합했다.


이 같은 기술을 통해 아틀라스는 지면 상태나 자세가 예상과 달라지더라도 실시간으로 균형을 보정하며 동작을 이어갈 수 있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이번 시연이 축구 동작을 보여주기 위한 일회성 퍼포먼스가 아니라 산업 현장에 필요한 로봇 기술을 검증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축구공을 들어 올리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물체의 위치와 무게를 파악한 뒤 팔과 다리를 동시에 제어해야 한다. 이동 과정에서는 지면 변화에 대응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은 향후 공장에서 부품을 집어 옮기거나 작업자에게 공구를 전달하고, 장애물이 있는 생산라인을 이동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인파 속에서 안정적인 동작을 수행한 경험도 사람과 설비가 함께 움직이는 제조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스 데이비스 보스턴다이나믹스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는 “아틀라스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로봇이 사실상 어떤 일이든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며 “로봇의 움직임은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미래에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아틀라스를 인상적인 동작을 보여주는 시연용 로봇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제조 환경을 구성하는 핵심 설비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 월드컵 무대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력을 대중에게 알리는 동시에 공장 투입에 필요한 안정성과 환경 적응 능력을 시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화려한 골 세리머니 뒤에는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를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쌓고 있는 제어·통신·학습 기술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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