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 이어 마늘종…SNS 번진 제철 열풍
2030세대가 트렌드 주도, 프로슈머 역할
업계, '여름 제철' 신메뉴로 소비자 공략
"요리→SNS 공유…경험 소비 가치 주효"
ⓒ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씨(29)는 최근 농수산물 로드샵에서 여름 제철 식재료인 마늘종 한 단을 샀다. SNS에서 '마늘종 비빔밥'을 시청한 것이 계기다. 평소 식탁 외곽 반찬에 불과했던 이 제철 식재료는 박씨의 손에서 메인 요리로 재탄생했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한 2030세대의 취향 소비가 이른바 '제철코어(Seasonal Core)'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제철코어 소비란 특정 계절에만 접할 수 있는 음식·장소·감성·경험을 놓치지 않으려는 소비 신조어다. "지금 아니면 다음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희소성이 소비 심리를 자극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의 지난해 10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계절 모두에서 '제철 과일·채소·제철 음식 먹기'가 선호 활동 3위 안에 포함됐다.
특히 제철코어 열풍을 주도하는 세대는 2030으로 나타났다. 설문에서 '특정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일부러 찾아 즐기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응답은 전체 평균 54.9%였는데, 20대와 30대가 각각 64.5%와 60.5%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온라인상의 검색량 증가도 제철코어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미식 콘텐츠로 부상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6월 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제철코어' 온라인 언급량은 전년 대비 약 25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계절 식재료에 대한 언급량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 KBS2 ‘1박 2일’ 갈무리
올해 봄 제철코어의 시작을 알린 식재료는 '봄동'이었다. 이 유행은 2008년 방영된 '1박2일'에서 강호동이 허겁지겁 봄동을 버무린 비빔밥을 먹는 영상이 18년 만에 역주행해 인기를 끌었다.
이후 봄동을 구매해 직접 손질하고, 요리 후 식사까지 하는 영상들이 올 초 유튜브 등 SNS를 타고 유행을 선도했다.
관련 유튜브 영상들에 달린 댓글을 보면 "칼로리 폭탄 제품들보다 봄동 유행이 낫다" "원래 먹던 건데 유행이라니 건강 측면에서는 다행이라고 본다" "풀때기(풀잎) 주제에 너무 맛있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는 '프로슈머(Prosumer. 생산자(Producer)+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가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 과정이나 콘텐츠 제작까지 직접 참여하는 '생산적 소비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트로 트렌드와 맞물린 제철코어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순간을 느끼고 기록하려는 몰입, 건강과 감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현상"이라며 "2030세대가 주축이 돼 이러한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감자 농장에서 농부들이 수확한 감자를 선별하고 있다. ⓒ뉴시스
식품업계도 제철코어 트렌드에 맞춰 여름 제철 식재료인 햇감자와 초당옥수수 등을 활용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오리온은 올해 수확한 국산 햇감자로 자사 대표 생감자칩인 '포카칩'과 '스윙칩'을 생산 중이다. 원산지는 전남 보성, 충남 당진·예산, 강원 양구 등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감자는 저장성이 좋지 않아 제철이 아니면 사용하기가 어렵다"며 "초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가을이 접어드는 10월 말까지가 국산 햇감자로 만든 감자칩을 맛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말했다.
한솥도시락도 올해 수확한 국내산 햇감자를 활용한 '회오리 감자'를 선보였다.
한솥도시락 관계자는 "대표 K-길거리 간식인 회오리 감자를 품질 좋은 국내산 햇감자 특유의 맛과 식감으로 재해석해 계절감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을 내놓는 것은 특정 시기에만 즐길 수 있다는 희소성과 계절감 때문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유행 콘텐츠를 보고 넘기는 게 아니라 실제로 체험해보고, 그 경험을 SNS에 공유하는 동조 소비 성향이 강하다"며 "제철코어 트렌드도 경험 소비라는 가치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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