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빙빙도 갸우뚱한 AI 영화… ‘새 시대 새 피부’ 내건 BIFAN이 던진 영화 기술의 미래는 [D:영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7.12 11:19  수정 2026.07.12 11:19

AI 영화, SF·오컬트 장르 구현의 혁신 인정받았으나 여전히 기술 사용에 대한 설득력은 부족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올해 '새 시대, 새 피부'(NEW ERA NEW SKIN)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인공지능(AI)과 뉴미디어 실험의 비중을 넓혔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관객과 영화인들의 반응은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AI가 제작비 절감과 세계관 구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기술보다 영화적 설득력이 먼저라는 시선이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 문화홀에서 열린 BIFAN 초청작 기자회견에 참석한 판빙빙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10일 BIFAN은 오는 11일과 12일 현대백화점 중동점 중동극장에서 AI 경쟁부문 수상작 '나를 구해줘'(작품상), '배짱'(타임트리(TimeTree)기술상), '그 빛을 찾아서'(탭나우(TapNow) 뉴웨이브상),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임무비(AIMMOVIE) 관객상) 상영회를 연다고 밝혔다.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 AI 영화'에는 올해 전 세계에서 576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그 중 선정된 작품 15편을 보면 단편뿐 아니라 이용석 감독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서태규 감독의 '프로토타입' 등 장편 AI 영화도 상영됐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는 실사 촬영과 생성형 AI 기반 시퀀스를 결합한 AI 하이브리드 장편으로, 심리 스릴러의 형식 안에서 AI 이미지를 장편 서사에 끌어들이는 방식을 시도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에 놓인 인물이 초현실적인 상황을 오가는 설정은 AI가 배경을 채우는 보조 수단을 넘어, 인물의 불안과 장르적 긴장감을 확장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묻게 한다.


'프로토타입'은 SF 장르와 AI 기술의 결합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래 세계와 낯선 공간, 비인간적 이미지를 구현해야 하는 SF 장르에서 AI는 저예산 영화가 감당하기 어려운 시각적 규모를 넓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단편 부문에서도 '살'(煞), '마지막 무당'처럼 한국적 오컬트·무속 소재를 활용한 작품, 'BFF'처럼 로봇과 관계의 문제를 다룬 작품 등이 소개됐다. AI 영화가 특정 기술 시연에 머무르지 않고 공포, SF, 오컬트, 가족 서사 등 장르별 실험으로 확장된 걸 알 수 있다.


올해 처음 열린 '부천 AI 콘텐츠 서밋'도 AI가 영화제의 산업 프로그램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서밋은 'AI 영화 밸류 체인'을 핵심 의제로 삼아 AI 기술이 영상 콘텐츠 산업 전반에 미치는 변화를 다뤘다.


산업적 관심은 비즈니스 프로그램으로도 이어졌다. AI·확장현실(XR) 크리에이터 쇼케이스에서는 생성형 AI 기반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국내외 창작자들이 공개 피칭을 진행했고,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기업·투자자·창작자가 협업 가능성을 논의했다. 비경쟁 AI 영화 초청 섹션인 'AI 프론티어'도 운영됐다. 이 섹션은 100% AI 기술로 생성된 작품부터 실사 영상과 AI를 결합한 작품까지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장편 '진실은 하나가 아니다'를 비롯한 AI 영화들을 선보였다.


부천 AI 콘텐츠 서밋 포스터 ⓒBIFAN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관객들의 관심은 AI보다 BIFAN의 기존 정체성인 장르영화에 쏠려있었다. 심지어 올해 영화제가 AI를 주요 키워드로 삼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현장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부천을 찾았다는 정다현(23·경기 용인)씨는 "AI가 주제라는 건 딱히 몰랐는데, 어쩐지 AI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가 많긴 했던 것 같다"며 "흥미롭긴 했지만 몇몇 단편 작품은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AI의 활용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관객도 있었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 A씨는 "AI가 잘 활용되면 영화 제작 과정에서 쓸모가 많을 것 같다"며 "의상이나 배경처럼 하나씩 구현해야 하는 작업도 AI를 활용하면 여러 방식으로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반면 AI와 XR, 숏폼 등 새로운 매체를 시네마와 결합하는 시도에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영화감독 이안은 "AI나 XR, 숏폼 관련 프로그램이 많이 보이긴 했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로 큰 관심이 가지 않는다. 시도 자체에도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유명 배우와 감독들의 반응도 비슷한 결을 보였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 문화홀에서 열린 BIFAN 초청작 기자회견에서는 AI가 영화 제작비를 낮추고 상상력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인간 창작의 영역을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우려가 함께 나왔다.


이날 참석한 판빙빙은 AI가 전쟁 신이나 군중 신처럼 규모가 필요한 장면의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연기는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복잡한 정서와 감정, 배우가 직접 체험한 삶의 무게는 AI가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의 이미지를 AI로 만들어 촬영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도 있지만, 아직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영화계 내부에서는 AI 도입은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영화 관계자는 "지금은 시작 단계라 관객 입장에서 기술적 아쉬움이나 완성도 차이가 더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제작 환경과 기술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영화계도 결국 시대에 맞춰 AI를 자연스럽게 도입하고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인간 창작자를 대체하느냐보다, 제작비 절감이나 세계관 구현, 반복 작업 보조처럼 어떤 영역에서 영화적 도구로 쓰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BIFAN의 AI 실험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AI는 제작비 절감, 세계관 구현, 새로운 형식 실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장르영화처럼 낯선 공간과 이미지를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그 쓰임이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영화의 주 소비층인 관객과 창작자들은 아직 이야기, 연기, 감정 등 인간 창작의 영역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앞으로 AI 영화의 과제는 관객에게 AI 기술을 접목한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는 데 있다. BIFAN이 AI를 장르영화의 새로운 실험으로 끌어들인 만큼, 다음 질문은 AI로 만든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영화적 경험을 줄 수 있는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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