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오렌지색" 가사가 화면으로…뻔한 학원물 공식 깬 킥플립의 뮤비 연출 [MV 리플레이 ㊸]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7.10 11:31  수정 2026.07.10 11:32

가사 시각화한 중의적 플롯 눈길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보이그룹 킥플립(KickFlip)이 미니 3집 '마이 퍼스트 플립'(My First Flip)의 타이틀곡 '처음 불러보는 노래'를 통해 첫사랑에 빠진 소년의 모습을 선보였다. 사랑에 서툰 10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백 작전을 짜는 과정을 하이틴 무비 포맷으로 그려냈다. 그룹명에서 착안한 스케이트보드 소품을 적극 활용해, 이들만의 정체성인 자유분방한 '스쿨 틴' 감성을 선보였다.


ⓒ킥플립 '처음 불러보는 노래' 뮤직비디오
줄거리


영상은 스케이트보드 모형을 만지작거리는 케이주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넌 언제부터 좋아했냐? 알아야 도와줄 거 아니야"라며 짓궂게 묻는 계훈과 달리, 곁에 선 민제의 눈빛에는 묘한 그늘이 서려 있다. 멤버들은 상사병에 걸려 보건실 신세를 질 정도로 앓아누운 케이주를 위해 '느낌 있는 남자가 되는 법'을 PPT로 강의하며 조력자로 나선다.


멤버들의 지원 사격 속에 케이주는 학교 복도에서 용기 있게 공개 고백을 감행하고, 상대 학생이 이를 받아들이며 작전은 성공하는 듯 보인다. 이때 카메라 앵글은 '위플립(팬덤명) 캠'으로 설정돼 보는 이가 직접 고백을 받는 듯한 설렘을 유발한다. 영상이 끝난 듯 보이지만 다시 고백 전으로 돌아간 화면에서는 노을빛이 길게 드리운 동아리방에서 민제가 케이주에게 CD를 건네며 아련하게 바라보는 단독 샷으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해석


표면적으로는 풋풋한 고백 플롯을 따르지만, 이면에는 중의적 서사를 숨겨두었다. 이야기는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메인 서사인 케이주의 고백 성공기로, 그 옆에 있는 민제는 같은 학생을 좋아해 질투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멤버들의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에 나오듯 민제가 케이주를 좋아해 고백을 준비하는 모습을 질투하는 시점으로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마지막에 공개 고백을 뒤로하고 노을 진 동아리방에서 민제가 케이주에게 CD를 건네는 엔딩 신은 노래의 후반부 '하늘은 오렌지색 이제 기회가 왔어 답은 안 해도 돼 여태 써온 노래 불러봤으니 됐어'라는 가사를 시각화한 듯한 장면으로, 이러한 해석에 확신을 더한다.


ⓒ킥플립 '처음 불러보는 노래' 뮤직비디오
총평


본인들의 팀 컬러인 스케이트보드의 역동성과 학원물의 전형적인 설렘을 결합했다. 멤버 동현이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만큼, 고백 직전의 심장 박동을 닮은 비트와 서툰 독백 같은 랩 파트가 음악과 영상의 싱크로율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중반부 PPT 클립이나 보건실 시퀀스 등 젠지 특유의 유머 코드를 살리기 위해 삽입된 몇몇 만화적 연출들도 돋보인다. '아이컨택 캠'으로 팬들 자신도 몰입할 수 있고, 멤버들을 스토리의 중심으로 내세워 해석의 여지까지 준 점이 팬덤에게 재미를 더했다.


한줄평


킥플립이 굴린 스케이트보드가 청춘의 심장에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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