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내일부터 한도 6억→3억 ‘반토막’
9억대 중저가 직격탄…실수요자 자금계획 틀어져
숫자 매몰된 총량규제, 부동산·금융 동반 잠식
KB국민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오는 10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연합뉴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금융과 부동산시장의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2030 청년층을 포함한 무주택 실수요자만 피해를 본단 볼멘소리가 거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당장 내일(10일)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대폭 축소한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기존 최대 6억원까지 가능했던 주담대 한도를 3억원으로 절반이나 축소한단 계획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현재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는 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가 차등 적용된다.
15억원 이하는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는 최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이미 대출 서류를 접수한 경우에는 한도 제한이 적용되지 않으며, 이주비, 중도금 등 집단대출과 기금대출, 보금자리론, 전세사기피해자의 구입·경락 자금 대출은 제외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 차원에서 가계여신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대출 규제보다 훨씬 엄격한 수준이다. 은행이 자발적으로 대출 한도를 당국 기준의 절반으로 깎은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에서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6월 주담대는 4조5000억원 늘며 한 달 전(4조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특히 은행권 주담대 증가폭은 같은 기간 3조2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시장에선 국민은행에 이어 다른 은행으로 대출 한도 축소 조치가 확산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은행들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제한하는 등 자체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인 상황”이라면서도 “여기에 국민은행이 더 한 규제 카드를 꺼낸 만큼 타행에서도 내부 검토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한 은행이 대출을 조이면 다른 은행으로 수요가 이동하게 된다”며 “모든 은행이 가계대출 총량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2030 청년 및 신혼부부를 포함한 무주택 실수요자만 불똥을 맞게 될 거란 우려가 커진다.
상대적으로 이들의 대출 의존도가 높아서다. 당장 주택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대출을 기다리던 매수자들은 하루아침에 수억원의 자금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무주택자들 역시 자금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통상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꽉 채운 대출 의존형 매수가 많았던 6억~9억원대 수도권 외곽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실수요자의 진입이 줄며 거래량 감소와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금 동원력이 높은 자산가 중심의 강남권 등 상급지 초고가 시장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며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시장과 현금 동원력이 높은 시장 간 자산 양극화가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소위 ‘현금부자’들은 규제와 상관없이 집을 살 수 있지만, 월급을 모아 대출을 끼고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들은 시장에서 쫓겨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금융권 안팎으론 정부와 금융당국의 인위적인 대출 차단으로 금융과 부동산시장 동반 잠식 우려를 키운단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보호하겠다고 강조하는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사다리는 끊어지다시피 한 상태”라며 “가계대출 총량에 매몰된 규제 탓에 시장 수요자들은 이제 같은 돈을 대출받더라도 어느 은행을 가야 할지를 따져봐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의 압박에 떠밀린 은행들의 전격적인 대출 축소로 시장 메커니즘은 마비가 된다”며 “인위적인 규제가 반복되면 부동산시장과 금융 모두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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