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대화 재개 노리는 李대통령…몽골이 지렛대 될까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6.07.10 05:00  수정 2026.07.10 05:00

후렐수흐와 정상회담…'한몽 황금시대' 공동선언

"몽골, 北과 소통하는 국가"…중재 역할 기대

15년 만의 국빈방문…실질 성과는 지켜봐야

이재명 대통령과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울란바타르 정부청사에서 한-몽골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5년 만에 몽골을 국빈 방문해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모색했다. 몽골이 옛 소련에 이은 북한의 두 번째 수교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문이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오흐나 후렐수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몽관계의 황금시대'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한국 대통령의 몽골 방문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15년 만이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취임 후 가장 빠른 시점에 몽골 국빈방문을 성사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10일 100여년 전 몽골에서 의술을 펼치며 독립운동을 지원한 이태준 열사의 기념관을 찾고 교민 간담회를 가진다. 이어 산다긴 뱜바척트 국회의장과 냠오소르 오츠랄 총리를 각각 접견해 한-몽골 관계 발전을 위한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다. 저녁에는 후렐수흐 대통령이 주최하는 국빈만찬에도 참석한다.


핵심은 대북 우회 채널 확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순방 전 브리핑에서 "몽골은 과거 소련에 이어 북한과 두 번째로 수교한 국가로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실현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몽골이 2014년부터 정례 개최해온 '울란바타르 대화'를 매개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 대통령도 직접 몽골의 역할론을 띄웠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공개된 몽골 국영통신 몬차메(MONTSAME) 서면 인터뷰에서 "몽골은 신뢰받는 평화 파트너이자 북한과도 소통하는 국가로서 역내 신뢰를 축적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몽골이 축적해온 외교적 신뢰와 '울란바타르 대화'라는 자산을 바탕으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더욱 큰 기여를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장기간 중단된 상황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국제사회가 북한과 소통 채널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몽골이 실제 중재 역할까지 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최근까지 남북 대화 제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해온 데다, 몽골 역시 북한을 직접 움직일 만한 지렛대를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칫 상징적 제스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 실리도 이번 방문의 한 축이다. 공동선언에는 핵심광물·식량안보·황사 대응·보건 등 협력 확대와 2030년 인적교류 50만명 목표 등이 담겼다. 몽골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약 16%인 3100만t을 보유한 자원부국이다.


구리와 차세대 반도체 소재인 몰리브덴 부존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광석을 가공·분리하는 선광 기술이 부족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울란바타르에 한·몽골 희소금속협력센터를 열고 공동으로 희소금속 고부가가치화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 대통령은 몬차메 인터뷰에서 "오늘날 핵심광물은 산업과 기술, 국가안보를 떠받치는 전략자산이 됐다"며 "우수한 광물자원과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몽골과 광물 탐사·개발 기술 및 제조혁신 역량을 보유한 한국은 중요한 공급망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산 개발에 함께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는 상생형 공급망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광물 수요의 95%를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안정적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이번 방문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지난 9일 열린 한·몽 비즈니스 포럼에는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오드잘르갈 몽골 MCS그룹 회장 등 양국 기업인 300여명이 참석했다. 에너지·유통·소비재·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차원 경제협력이 논의됐다.


울란바타르에는 CU·GS25·이마트 등 한국 유통업체가 8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몽탄'(몽골+동탄)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한국 문화가 일상에 스며든 상태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와 K팝·드라마 인기도 높아, 이 같은 문화적 유대가 경제협력 논의에도 우호적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11일 후렐수흐 대통령과 함께 몽골 최대 명절인 '나담 축제' 개막식에 주빈으로 참석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나담 축제는 몽골의 자유와 독립을 기리는 국가적 행사로, 한국 정상이 주빈으로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출범 1년 만에 이례적으로 이른 몽골 방문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한 몽골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화의 문을 열어두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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