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시간표대로 간다…주가 흔들려도 월가는 하이닉스에 베팅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7.09 12:40  수정 2026.07.09 12:55

주가 14% 하락했지만 청약은 7배 몰려

알리바바·아람코 넘어 역대급 조달 전망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1층 로비에서 SK와 엔비디아의 협력 관련 발표를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예고한 SK하이닉스 미국 나스닥 상장 시간표가 시장 변동성을 뚫고 순항하고 있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가격 산정 기준일인 지난 3일 242만5000원이었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8일) 207만6000원까지 14.39% 하락했다. 반면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는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몰렸다. 주가는 흔들렸지만 그 흐름을 되돌린 것도 결국 월가의 수요였던 셈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오후 12시 37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4.09% 오른 216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장 초반 227만원까지 회복하기도 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의 반도체 기업 반등과 함께 오는 10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나스닥 ADR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해당 공모가가 전장 종가(207만6000원) 기준으로 정해지면 조달 규모는 245억 달러(약 37조1400억원)로, 알리바바(250억 달러)에 이어 외국기업의 미국 상장 역대 2위 규모가 될 전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신고서상 ADR 1주 기준가(24만2500원, 7월3일 종가 기준)로 계산할 경우에는 약 281억 달러(43조1400억원)까지 늘어나 알리바바(250억 달러)와 아람코(256억 달러)를 모두 넘어서는 외국기업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로이터는 국적을 불문한 전체 글로벌 신주발행 기준으로는 이번 딜이 지난달 스페이스X(857억 달러) 다음 세계 2위 규모라고 평가했다. 최종 공모가와 조달 규모는 9일 미국 동부시간 오후, 한국 증시 마감 이후 확정된다. 청약 대금 기준으로는 약 1715억 달러(약 260조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의 주문은 2억 달러 규모로 시작해 10억 달러를 웃도는 대형 주문도 잇따랐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3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사회적대화 결과보고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이동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시간표는 최 회장이 직접 예고한 것이었다. 그는 지난달 2일 대만 컴퓨텍스에서 "내부 절차상 한 달 이상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후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상장 일정은 변경되지 않았다. 앞서 최 회장은 올 초 펴낸 책 '슈퍼 모멘텀'에서 "시장이 SK하이닉스를 아직 '커머디티(범용)' 제조사로 인식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다"며 "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3월 16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에서도 그는 "전 세계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상장으로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0일 오전(현지시간)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뉴욕 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글로벌 투자자들을 상대로 회사의 경쟁력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방미 기간 엔비디아,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 경영진과도 회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모에는 베일리 기포드와 코튜매니지먼트,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파트너스(오픈AI 출신 레오폴드 아셴브레너 설립) 등 앵커 투자자(대규모 매수 의향을 사전에 밝혀 흥행을 뒷받침하는 핵심 투자자)들이 최대 70억 달러 규모의 매수 의향을 밝히며 참여했다. 최 회장은 올해 2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시작으로 훅 탄 브로드컴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를 잇달아 만났고 지난달 방한한 젠슨 황과는 다시 회동해 "엔비디아와 미래 AI 팩토리를 만들겠다"며 협력 관계를 그룹 차원으로 격상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조달 자금 전액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과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건설, EUV(극자외선) 스캐너 등 첨단 공정에 필요한 노광장비 취득에 사용할 계획이다. ADR은 10일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에서 종목코드 'SKHYV'로 발행 전 임시 거래를 시작하며 13일부터 정식 종목코드 'SKHY'로 정규 거래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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