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자마자 뚜렷한 해명없이 바로 미국행
대표팀 감독으로서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귀국 후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 축구 역사상 최악의 졸전 및 행정 참사로 기록될 이번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의 후폭풍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예고대로 사퇴했고, 박지성 등이 합류한 'K-축구혁신위원회'가 출범하며 행정적 쇄신의 첫발을 뗐다.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정작 이번 '월드컵 참사'의 중심에 서 있는 핵심 당사자,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책임 있는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 혈세나 다름없는 협회 예산에서 무려 수십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연봉을 꼬박꼬박 챙겨간 사령탑이, 정작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축구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이유다.
대표팀 감독은 팀 운영의 최종 책임자다. 승리의 공은 선수들과 함께 나누지만, 실패의 책임 역시 가장 먼저 져야 하는 자리다. 특히 월드컵처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무대에서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할 의무가 따른다. 하지만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들은 대부분 답을 찾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홍 감독이 뚜렷한 설명 없이 떠났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 당시 대표팀 내부 분위기는 실제 어떠했는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의 선수 기용에는 어떤 판단이 있었는지, 상대에 맞춘 전술적 준비는 충분했는지, 경기 중 전술 변화는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선수단 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이 모든 답은 홍명보 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회 기간 여러 이야기가 온라인과 SNS, 일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제기됐다. 선수단 분위기와 관련된 각종 추측도 이어졌다. 그러나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당사자의 설명이 필요하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사실보다 추측이 힘을 얻는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면 쇄신을 약속한 축구협회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신만 키운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 된다. 일부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 설명하면 된다. 어느 쪽이든 공개적인 설명은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홍명보 전 감독은 북중미월드컵 부진 전말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선수 시절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주장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지도자로도 오랜 기간 한국 축구의 중심에 있었다. 때문에 지금의 도피성 LA행은 오해가 쌓일 수밖에 없다.
물론 실패 직후 감독이 모든 의혹에 즉각 답하기는 쉽지 않다. 감정도 정리해야 하고, 향후 거취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도 공식적인 입장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모든 질문에 완벽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부 내용은 선수 보호를 위해 밝히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전술적 판단 역시 감독마다 철학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가능하다.
대표팀 감독은 비판도 감수해야 하는 자리다. 성적이 좋을 때는 국민적 찬사를 받고, 실패하면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거의 모든 국가의 대표팀 감독이 이 무게를 견딘다.
홍명보 전 감독이 기자회견을 열더라도 이 모든 논란을 한 번에 끝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이번 실패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홍 전 감독 역시 이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한국 축구가 다시 출발하기 위해서는 혁신위원회의 개혁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월드컵을 가장 가까이에서 책임졌던 이들의 진솔한 설명과 반성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국민 앞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지도자가 마지막까지 져야 할 책임이며, 한국 축구가 다시 신뢰를 쌓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홍명보 전 감독은 2024년 재취임 당시 “나는 나를 버렸다. 대한민국 축구 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그가 정말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다면 속히 귀국해 전말을 밝히길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홍 전 감독은 한국 축구 쇄신 작업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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