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 더해 '6개월 출전 정지'…사실상 선수생명 사형선고
상대선수에 상처 준 잘못 명확하지만…모든 범죄에 사형 선고되나
조진웅 청소년 시절 범죄 감싼 범여권 인사들, 배재고 선수들엔 다른 잣대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주장(왼쪽)이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제일고 야구부 주장에게 사과문을 전달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이 6일 오후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와 5·18민주묘지를 방문했습니다. 두 학교간 우애를 다지고 함께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기리는 아름다운 장면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방문의 배경은 불미스러운 사건이었습니다.
배재고 선수 일부가 지난달 29일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상대편 더그아웃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고 외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의 파장이 커진 시점에서 이뤄진 ‘사죄의 방문’입니다.
지난 5월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텀블러 할인 이벤트를 하며 ‘5·18 탱크데이’라고 홍보한 사건을 의도적으로 끄집어내 광주 지역 학생들을 자극했다는 게 많은 이들의 시각입니다.
10대 후반이면 신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다 큰 학생들입니다. ‘철없는 애들이 실수한 거니 봐주자’는 소리가 통할 나이는 아닙니다. 설령 실수였다 해도 피해자(광주일고 학생들 및 5·18 희생자 유족, 지역민들)가 존재한다면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고 상응하는 대가도 치러야 할 것입니다. 의도적이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문제는 지금 이들이 치르도록 강요당하는 대가의 무게가 적절한지 여부입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배재고에 6개월 출전 정지와 함께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의 남은 경기 몰수패를 의결했습니다.
이미 각계각층의 비난이 배재고 선수들에게 쏟아진 상태입니다. 이들에게 새겨진 주홍글씨만으로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와 대학 입학 전형에 상당히 불리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 혹은 대학 선수가 된 이후에도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해당 팀으로서는 큰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가뜩이나 이런 상황에서 6개월 출전 정지는 치명적입니다. 3년간의 고교 선수시절 성적에 미래가 좌우되는 야구선수들에게 6개월의 공백은 커리어를 뒤흔들 만한 오점입니다. 내신성적이 대입을 좌우하는 수험생에게 6개월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형법상으로 무슨 죄를 저지르면 자신이 평생 꿈꿔온 미래를 포기하고 평생 갈고닦아온 기량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을 강제당하는 형벌이 내려질까요.
배재고 선수들에게 내려진 과도한 비난과 과중한 제재의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도 짚어봐야 할 지점입니다.
지난해 12월, 당시까지만 해도 영화계에서 잘 나가던 조진웅 배우가 돌연 은퇴 선언을 했습니다. 소년범 이력과 청소년 시절 비행이 한 언론에 보도되며 논란이 커지자 연예계를 떠나겠다고 한 것입니다.
당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 여권 의원들과 친여 인사들은 입을 모아 조 씨를 감쌌습니다. 한 여당 의원은 “청소년 시절 잘못을 어디까지, 어떻게, 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말로 조 씨의 배우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조진웅 배우는 진보 성향을 종종 드러내온 배우였고,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조 씨가 자신을 향한 의혹에 대해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부인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최소한 배재고 선수들이 저지른 잘못보다는 훨씬 심각해 보입니다. 입으로 한 실수인지, 물리력 행사인지만 따져도 차이는 확연하죠.
그럼에도 당시 필사적으로 조 씨를 감싸던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배재고 선수들에 대해서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이런데도 이번 사태가 정치와 무관하다고 우길 논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배재고 선수들이 그날 경기에서 저지른 일은 분명 잘못입니다. 그들의 행위는 윤리의식 측면에서든 역사인식 측면에서든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모든 범죄에 사형이 선고되는 게 아니듯, 경기장에서의 모든 비매너 행위에 선수생명 중단이 선고돼야 하는 건 아닙니다. 진실한 반성과 진솔한 사과, 확실한 재발 방지 약속이 전제돼야겠지만, 평생 야구만 보고 달려온 선수들에게 다시는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도록 하는 형벌은 제고돼야 합니다. 나아가, 어린 선수들이 정치놀음의 희생양이 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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