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선제골 어시스트, 번뜩이는 패스 플레이
손흥민 부진한 가운데 대표팀 새 에이스로 등극
이강인. ⓒ AP=뉴시스
손흥민이 침묵했으나 새로운 해결사가 등장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2회 연속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향한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웠다.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먼저 실점했지만 황인범의 동점골과 오현규의 역전 결승골이 터지며 값진 승점 3을 획득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1골 1도움을 기록한 황인범이 단연 수훈 선수다. 하지만 경기 전체를 지배한 인물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이강인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과감하게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손흥민을 원톱에 배치하고 이강인과 이재성을 양 측면 공격수로 세웠다. 전술의 중심축은 이강인이었다.
실제로 경기 초반부터 이강인은 체코 수비진을 흔드는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상대가 강한 압박을 시도했지만 이강인은 좁은 공간에서도 침착하게 볼을 다루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전반 8분에는 직접 돌파를 시도하다 반칙을 유도했고, 전반 12분에는 번뜩이는 전진 패스로 손흥민의 슈팅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어 전반 14분에는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체코 골문을 위협했다.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패스의 다양성이었다.
짧은 패스로 공격 템포를 조율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롱패스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체코는 이강인을 막기 위해 수차례 압박 강도를 높였지만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날 이강인은 팀 내 최다인 키패스 3개를 기록했다. 드리블 성공 시도도 5차례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았다. 단순한 공격 포인트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미다.
한국이 경기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강인의 볼 배급 능력 덕분이었다. 체코는 전형적인 동유럽 팀답게 높이와 힘을 앞세워 맞섰지만 중원에서 이강인이 볼을 소유하는 순간 경기 흐름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강인. ⓒ XINHUA=뉴시스
반면 손흥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러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전반 39분 김민재의 가로채기 이후 찾아온 결정적 찬스에서는 왼발 슈팅이 골대를 벗어났고, 추가시간에도 슈팅 대신 패스를 선택하면서 흐름이 끊겼다.
후반 11분에도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결정적 기회를 맞았지만 볼 터치가 길어지며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전성기 시절 손흥민이라면 놓치지 않았을 장면이었다.
한국은 후반 14분 크레이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했고, 손흥민이 침묵하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강인을 중심으로 한 공격 전개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결국 후반 20분 이강인의 발끝에서 결실이 맺어졌다.
중원에서 볼을 잡은 이강인은 불필요한 동작 없이 간결하게 황인범에게 연결했다. 이후 황인범이 절묘한 칩슛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이강인은 끊임없이 공격 방향을 설정하며 체코 수비를 흔들었다. 좌우 전환 패스와 탈압박, 전진 패스가 반복되면서 체코 수비라인은 점차 균열을 드러냈다.
후반 35분 황인범의 크로스를 오현규가 마무리하며 경기가 뒤집어졌다. 하지만 역전골 역시 이강인이 만들어 놓은 경기 흐름 위에서 나온 결과였다.
이강인은 동점 후 역전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도 침착하게 볼을 소유하며 템포를 조절했고, 상대 압박을 벗겨내며 공격 전개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했다.
황인범이 기록상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오현규가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지만, 경기 전체를 지배한 선수는 단연 이강인이었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 계보가 손흥민에서 이강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월드컵 본선 첫 경기서 확인한 셈이다.
이강인. ⓒ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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