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병원에서 발레파킹을?"…환자 '주차고통' 해결한 순천향대 서울병원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6.10 14:19  수정 2026.06.10 14:35

지난 3월부터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 운영

정문 앞 차량 대기 행렬 줄고 교통 흐름 개선

하루 250~300명 이용…환자 중심 서비스 호평

순천향대 서울병원이 운영 중인 무료 발레파킹 현장. 병원은 지난 3월부터 희망 내원객 대상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차 들어갑니다. 접수 부탁드립니다. 다음 차량 지원 준비해주세요.”


무전기 너머로 짧은 지시가 들리자 주차장에 대기 중이던 직원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은 병원 진입 차량을 안내하며 차 키를 건네받고 확인증을 전달했다. 차량에서 내린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매는 번거로운 절차를 건너뛴 채 곧바로 병원 건물 안으로 향했다.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문 진입로에는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찾은 차량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차량이 몰리는 시간대였지만 병원 앞은 혼란스럽지 않았다. 병원이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인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 덕분이다.


진료 시간에 앞서 병원에 도착해도 주차 공간을 찾느라 시간이 지체되거나, 긴 대기 줄에 발이 묶여 발만 동동 구른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려오는 얘기다. 그만큼 대형병원에서 주차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대표적인 고민거리다. 특히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대에는 병원 주변 도로까지 정체가 이어지며 불편이 더 심해진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이러한 환자들의 고충을 파악해 희망 내원객을 대상으로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에 도착한 환자들이 주차 걱정 없이 곧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병원 내 발레파킹 서비스는 아직 흔치 않은 만큼,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차별화된 환자 중심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배청열 주차지원팀장이 발레파킹을 희망하는 내원객과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실제 현장에서 만난 내원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진료를 위해 내원한 박정훈 씨(가명)는 “병원에서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처음에는 낯설었다”며 “주차에 시간을 쓰지 않고 바로 진료를 볼 수 있어 만족스럽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훨씬 편리하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방문한 이진현 씨(가명)도 “병원에 올 때마다 발레파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주차 때문에 진료 시간에 늦을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그런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병원 측에 따르면 무료 발레파킹 도입 이후 병원 앞 도로를 가득 메우던 차량 대기 행렬이 눈에 띄게 줄었고, 주차 대기 시간도 최대 1시간 수준에서 사실상 즉시 이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단축됐다.


이 같은 변화는 환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병원의 고민에서 비롯됐다. 현재 12명의 주차지원팀 직원들은 차량 이동 뿐 아니라 병원 내 차량 흐름과 주차 공간 운영을 전담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의 회전율을 높여 주차 대기 시간을 줄이고, 환자들이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


현장에서 만난 배청열 주차지원팀장은 “환자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주차 대기 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발레파킹을 통해 운전자만 먼저 교체하면 내원객들은 주차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며 “차량 이동도 효율적으로 이뤄져 주차난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발레파킹 서비스 운영 전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문 앞 모습. 병원에 진입하기 위한 차들이 줄지어 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발레파킹 서비스 운영 후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문 앞. 주차로 인한 교통체증이 해결된 모습. ⓒ순천향대 서울병원

특히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는 발레파킹이 단순한 편의 서비스를 넘어 안전과도 직결된다.


배 팀장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보호자의 부축이 필요한 환자들은 일반 주차 구역에서 승하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발레파킹 구역에서는 환자가 먼저 안전하게 내린 뒤 차량을 이동시키기 때문에 이용객들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응급환자를 위한 별도 대응 체계도 운영 중이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방문할 경우 일반 차량 대기 순서와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차량을 인계받아 신속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발레파킹 이용객은 하루 평균 250~300명 수준에 이른다. 배 팀장은 “앞으로는 장기 주차 차량이나 입원 환자 차량 등을 외부 공간으로 분산 배치해 병원 내 주차 공간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도 병원 정문 앞에는 차량이 끊임없이 드나들었지만 긴 대기 행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차 키를 건넨 환자와 보호자들은 곧바로 진료실로 향했고, 직원들은 무전기를 주고받으며 차량 흐름을 정리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진료실에 들어서기 전, 정문 앞 주차장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의료 서비스의 질은 진료실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겪는 불편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의 발레파킹 서비스가 단순한 주차 지원을 넘어 환자 중심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실험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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