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차반 유지하려 노력”…박은빈도 즐긴 ‘원더풀스’의 개성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5.29 08:30  수정 2026.05.29 14:53

데뷔 30년 차 배우

“‘애썼다’, ‘수고했다’는 말, 스스로 해주고파”

배우 박은빈에게 ‘원더풀스’는 도전이었다. ‘모지리’들의 활약을 담은, 여느 히어로물과는 ‘다른’ 매력의 ‘원더풀스’를, 박은빈 또한 ‘새롭게’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평소 성격과도, 맡았던 역할과도 달라 어려웠지만 그래서 설레는 경험이었다.


ⓒ넷플릭스

박은빈은 1999년 세기말,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된 동네 모지리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에서 해성시 공식 개차반 은채니 역을 맡았다.


‘공식 개차반’이라는 수식어가 있을 만큼 사고뭉치지만, 의리 있고 정의감 가득한 매력적인 인물이다. 특히 박은빈의 ‘러블리함’과 만나 미워할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은채니가 탄생했다. 무엇보다 ‘코믹’ 어드벤처에 초점이 맞춰진 ‘원더풀스’만의 유쾌함을 책임지며 전작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은빈 역시 ‘가볍게’ 시작해 ‘즐기며’ 끝낸 작품이었다.


“처음엔 유인식 감독님이 가볍게 읽어보라고 주셨었다. 첫인상은 신통하고 묘했다. 이 사람들의 케미가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더라. 기발하게 느껴졌다. 작가님만의 개그 코드가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좋은 자극을 받았다.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힘이 확실히 느껴졌다. 신통방통하다고 말했었다. ”


은채니만의 색깔을 구축하는데 신경을 썼다. “그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캐릭터”라고 은채니의 개성을 설명한 박은빈은 ‘독창적인’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스타일 변신도 시도했다. 이날 인터뷰 현장에도 알록달록 모자로 은채니를 연상케 한 박은빈은 “나는 원래 무채색의 옷을 주로 입고 다닌다. 채니에게 힘을 얻고 싶어 옷도 은채니처럼 입어봤다”라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넷플릭스

“1990년대엔 내가 초등학생이라 잘 모르는 부분들이 좀 있었다. 세상의 종말에 일희일비할 나이는 아니었다. 90년대 시대상들을 좀 찾아봤다. 그 시대의 감성들을 느껴봤다. ‘주황빛’이 떠오르더라. 당시 브리지 염색도 많이 하고, Y2K 패션도 그렇지 않나. 그런 색감을 채니의 색감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오렌지색 염색도 (스타일리스트가) 정확하게 구현해 주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아이디어 낸 걸 적극 수용하고 발전시켜 주신 분들이 있어 채니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 개성을 ‘유지’하는 것이 박은빈에게 가장 중요했다. “평소 활개치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라고 은채니의 에너지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지만, 그래서 신선한 경험이었다. “채니 옷을 입으면 정말 몸이 흐느적거리는 것 같다”고 말한 박은빈은 유쾌하고, 에너지 가득한 은채니를 만나 후회 없이 촬영을 즐길 수 있었다.


“극 중 채니는 찰나의 순간 공간을 이동해 버리지만, 실제로 촬영 시간은 뒤죽박죽이었다. 그럼에도 일관성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저는 일단 개차반이라는 확고한 지위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중간에 딜레마에 빠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그가 조금만 조용해져도 극이 다크해 지고 다운될 수 있겠더라. 활력을 끌어올리려고 노력을 했다. 평소 에너지를 비축했다가 촬영할 때 쏟아내곤 했다.”


자유자재로 공간을 이동하고, 빌런들에 맞서며 꽤 난도 높은 액션도 소화했다. 히어로물은 물론, 액션 장르도 처음이었던 박은빈에겐 이 역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그래서 즐거웠다”는 박은빈에게선 은채니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넷플릭스

“채니로 사는 동안 정말 원 없이 신나게 놀았다. 나도 그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생각보다 신체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장면도 있었다. 액션이 생각 이상,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 덕분에 안 해 본 것들을 많이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느 작품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던 ‘원더풀스’는 물론, 박은빈은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며 ‘꾸준히’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디즈니+ ‘하이퍼 나이퍼’를 비롯해 ‘원더풀스’를 거쳐 7월 공개되는 ‘오싹한 연애’까지. 올해도 쉴 틈 업이 활약 중이다. 지칠 법도 했지만, 박은빈은 멀리, 넓게 보며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


“항상 숲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나무들만 보면 안 된다고 여긴다. 최대한 시야를 넓히고자 한다. 그런 부분들을 보고 나를 단단하다고 여겨주시는 것 같다. 사실은 무르다. 나의 무른 부분을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나를 단단하게 봐주시는 분들을 보면 ‘내가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이나 보다’라는 생각을 한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아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지난 길을 돌아봤을 때 흔들리고, 넘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편안함도 가능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안정적으로 걸어온 만큼, 이번에는 스스로를 칭찬한 박은빈이었다.


“내적 안녕을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학 시절처럼, 단단한 디딤돌을 구축하는 시기도 있었다. 잘 풀어나가고 있다. 올해는 30주년을 맞이했기 때문에 조금 자축도 하고 있다. ‘그동안 애썼다’, ‘수고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다. 원래는 숫자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았었는데, 팬분들께서 축하를 해주고 싶어 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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