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으로 진화한 K좀비 통했다…‘군체’, 연휴·할인권 업고 손익분기점 눈앞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5.28 10:28  수정 2026.05.28 10:29

연상호 감독 신작

제7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손익분기점 300만 돌파 가시권

‘군체’가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기록했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군체’는 이날 기준 누적 관객수 216만9097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인 300만 돌파를 향해 달리고 있다.


ⓒ쇼박스


1688만 관객을 동원한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이후 입소문을 타고 관객층을 넓혀가며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면, ‘군체’는 칸 국제영화제 화제성과 SNS 바이럴, 해석 열풍 등이 맞물리며 흥행에 훨씬 빠르게 탄력을 받았다.


흥행의 출발점은 칸 국제영화제였다. 연상호 감독과 배우 전지현, 구교환 등이 참석한 ‘군체’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공개된 직후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심야 상영임에도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영화 속 감염체 움직임을 따라 하거나 상영 후 기립박수를 보내는 장면들이 기사와 숏폼 콘텐츠,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통상 칸 초청작들이 수개월 뒤 개봉하며 영화제 프리미엄을 길게 가져가는 것과 달리, ‘군체’는 칸 상영 직후 곧바로 국내 개봉을 선택했다. 현지 화제성과 관객 반응이 식기 전에 그대로 국내 극장으로 연결시키는 전략이 통했다.


ⓒ쇼박스

무엇보다 ‘군체’는 단순히 잔혹함과 속도감으로 소비되는 기존 좀비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과 ‘반도’를 통해 K좀비 장르를 대중화시킨 인물로 꼽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 문법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감염체를 내세웠다.


‘군체’의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좀비물들과 다르게 그렸다. 극 중 감염체들이 서로의 움직임을 즉각적으로 공유하고 상황에 따라 행동 방식을 바꾸며 점점 더 정교하게 진화했다. 마치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며 학습하는 시스템처럼 움직인다는 점에서, 인간보다 빠르게 연결되고 적응하는 AI 시대의 불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에 단순 관람을 넘어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 속 설정과 상징을 해석하고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바이럴로 이어지고 있다. 관객 개개인이 생산하는 짧은 후기와 분석, 밈, 영상들이 흥행 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정부의 영화관 할인권 정책과 석가탄신일 연휴 효과 역시 흥행에 힘을 보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추경 재원으로 확보한 영화관 입장권 6000원 할인권 225만장을 1차 배포했고, ‘군체’는 개봉 첫 주말과 연휴 효과가 겹치며 약 180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는 이미 형성된 화제성이 관객들의 관람 욕구를 끌어올린 상황에서 할인권이 진입 장벽을 낮춘 측면이 컸다.


배급사 쇼박스의 흐름도 눈에 띈다. 쇼박스는 지난해 12월 개봉한 '만약의 우리',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군체'까지 흥행 연타석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연속 흥행에도 주가 반응은 제한적이다. 27일 오후 기준 쇼박스(086980) 주가는 2685원으로, 3개월 전 대비 10.20% 하락한 상태다.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던 3월 초 2960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이후 떨어졌다. '살목지'에 이어 '군체'까지 흥행 소식이 이어지며 2700원대 초반으로 소폭 올라오긴 했지만, 고점 대비 여전히 10% 이상 낮다.


흥행과 주가의 괴리는 구조적 한계와 맞닿아 있다. 쇼박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1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치솟는 제작비와 OTT 중심으로 재편된 콘텐츠 소비 구조 역시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다만 ‘군체’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손익분기점인 30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빠른 흥행 속도와 향후 기록이 쇼박스의 연속 흥행 흐름을 실적 회복으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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