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홀랜드 깊어진 연기
MCU 페이즈 6 전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노 웨이 홈' 이후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진 피터 파커(톰 홀랜드 분)의 새로운 출발을 그린다. MJ(젠데이아 분)와 네드(제이컵 배덜런 분), 어벤져스 동료들까지 누구도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여기에 가장 큰 버팀목이었던 큰엄마 메이(마리사 토메이 분)마저 세상을 떠난 뒤, 피터는 홀로 뉴욕을 지키는 스파이더맨으로 살아간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포스터ⓒ소니 픽쳐스
시민을 구하는 일에 자신을 몰아붙이며 공허한 일상을 버텨내던 그는 어느 날 예상치 못한 DNA 변이를 겪게 되고, 이를 둘러싼 거대한 사건에 휘말린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상실감에 자신의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혼란이 더해지면서 피터는 가장 고독한 싸움에 뛰어든다.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감독은 거대한 세계관보다 피터 파커라는 인물의 감정에 시선을 맞췄다. 모두에게 잊힌 뒤에도 시민을 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그의 일상을 따라가며 영웅의 화려함보다 한 인간의 상실과 책임감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전작들이 성장과 우정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 작품은 모든 관계를 잃은 뒤에도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피터의 시간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멀티버스라는 거대한 장치에 기대기보다 피터 파커라는 인물 자체를 중심에 세운 선택은 새로운 시리즈의 출발점으로서도 설득력을 얻는다.
액션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강점이다. 뉴욕 도심의 빌딩 숲을 가로지르는 웹 스윙은 특유의 속도감과 높이감을 극대화하며 시리즈를 대표하는 쾌감을 어김없이 선사한다. 특히 초고층 빌딩을 무대로 펼쳐지는 헐크와의 대결은 스파이더맨의 민첩함과 헐크의 파괴력이 맞부딪히며 스케일과 긴장감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새롭게 등장한 붉은 복장의 닌자 조직 핸드와의 액션도 볼거리다. 좁고 폐쇄된 공간 안에서 사방으로 뛰어오르며 칼을 휘두르는 닌자들과 거미줄을 활용해 빈틈을 파고드는 스파이더맨의 움직임이 긴박감을 만든다. 탁 트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웹 스윙과 밀도 높은 근접전을 오가며 액션의 리듬을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성인이 된 피터는 새로운 동료들과도 관계를 쌓아간다. 가족을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퍼니셔(존 번탈 분)는 피터와 충돌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등을 맡기는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여기에 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 분)와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 '엑스맨'의 핵심 캐릭터인 진 그레이(세이디 싱크 분)까지 모습을 드러내며 MCU의 세계관은 한층 더 확장된다. 개별 캐릭터를 무리하게 내세우기보다 자연스럽게 서사에 녹여내며, 오는 12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둠스데이'로 이어질 연결고리도 마련한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스틸컷ⓒ소니 픽쳐스
톰 홀랜드는 한층 성숙해진 피터 파커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전 시리즈의 소년 같은 유쾌함은 한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상실과 책임감, 고독이 채운다. 그는 밤낮없이 뉴욕 거리를 누비며 시민들을 구하지만, 범죄를 막고 사람을 구하는 일은 영웅의 사명인 동시에 홀로 남겨진 현실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처럼 그려진다.
얼굴에는 상처가 아물 틈이 없고, 시민을 구하면서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다시 일어서는 피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한다. 화려한 액션보다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순간들에서 배우의 존재감이 더욱 빛난다.
이전 시리즈처럼 재기발랄하고 다정한 '이웃집 스파이더맨'을 기대했다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 전반에는 상실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는 피터의 쓸쓸한 정서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브랜드 뉴 데이'는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한층 커진 액션 스케일 위에 피터 파커라는 인물의 감정과 성장을 중심축으로 세우며, 새로운 시리즈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 기대하게 만든다. 엔딩과 쿠키 영상 역시 다음 이야기를 향한 기대감을 충분히 끌어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29일 국내 최초 개봉. 러닝타임 144분. 쿠키영상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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