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독자가 완성"…'작가' 차인표의 고민 담아낸 '우리동네 도서관' [D:현장]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5.27 16:05  수정 2026.05.27 16:06

"그동안 쓰는 데만 바빠…독자 없으면 글도 없어"

배우 차인표가 소설 '우리동네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소설이자, 소설을 쓰는 과정을 다룬 '우리동네 도서관'을 통해 '쓰는 일'과 '읽는 일'의 의미를 고민했다.


'우리동네 도서관'은 도서관에서 소설을 쓰는 현대의 작가 '나'와 그가 쓰는 소설 속 고구려 시대 화공 '번각'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다.


ⓒ뉴시스

매일 동네 도서관에서 고구려 화공 번각에 관한 소설을 쓰는 작가와 자신이 직접 본 것 외에는 그리지 않는 화공 번각의 서사를 오간다. 이 가운데, 도서관에서 글을 쓰는 현실의 작가 앞에 어느 날 '용'이 나타나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픈 그의 욕망을 비웃는다. 이 과정에서 '쓰는 일'과 '읽는 일'의 의미를 고민한다.


27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우리동네 도서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차인표는 "2024년 11월부터 올해 5월 1일까지, 총 1년 6개월에 걸쳐 집필한 책이다. 원래는 용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질문 하나에서 시작이 됐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용을 너무 자세하게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중 누구도 직접 용을 본 사람은 없다. 어떻게 아무도 본 적 없는 존재를 모두가 알게 됐을까. 그 질문에서 출발을 했다"라고 이번 소설을 쓴 이유를 밝혔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차인표는 "도서관에서 쓰기 시작하면서 고마운 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 책을 교재로 선택해 준 해외의 대학도, 내게 문학상을 주신 분들도 감사하다.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지만, 소설을 또 쓸 수 있는 이유는 내 소설을 읽고, 각자의 고유한 해석을 덧입혀주는 독자가 있었기 때문이더라. 각성했다. 그동안엔 글 쓰는데만 바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글을 쓸까, 재밌는 스토리를 쓸까에만 집중을 했다면 이번엔 고민을 하며 쓰는 것과 읽는 것은 한 뿌리에서 나왔고 읽는 사람이 없으면 쓰는 행위는 끝이 안 나겠구나 싶었다. 소설의 시작은 작가가 하지만 끝은 독자들이 맺어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소설을 쓰는 현대의 작가 '나'와 고구려 시대 화공 '번각'의 이야기를 오가는 메타픽션 구조의 소설로, 여느 소설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차인표는 "처음부터 문법을 바꾸는, 형식을 파괴하거나 극복하는 소설을 쓰고자 시작한 건 아니다. 그런데 쓰는 과정에서 비틀다 보니 읽으시면 이게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헷갈리실 것 같다. 소설이지만, 소설을 쓰는 과정에 대해서도 전한다"라고 이 소설만의 특징을 언급했다.


이는 소설가 차인표의 경험과도 닿아있다. "북토크를 하며 독자들을 만났을 때, 궁금해 하시는 부분이 '글을 쓸 때 루틴이 어떻게 되냐', '글이 안 써질 때 어떻게 하냐'는 것이더라. 나도 정식으로 문학교육을 못 받았지만 소설을 쓰고 있으니, 내가 글을 쓸 때는 어떻게 하는지 그 과정을 생중계 하듯이 포함을 시켜봐야겠더라"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일상에서 영감을 받았을 때 글을 쓴다. 그는 "큰 슬픔, 혹은 사람에 대한 애정 등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충격이 됐든, 의미 있는 일이 됐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깨어나고 깨우치게 되는 것 같다. 저는 무언가를 글'로 남겨야겠다'는 결심의 동기가 되는 일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소설 '잘가요 언덕', 지금은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으로 개정 출간됐다. 그때는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50년 만에 귀국하는 할머니의 귀국 생중계를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고통, 아픔, 혼란스러움이 혼재됐었다. 몇 년 동안 그것에 대해 고민하다가 소설로 풀어내게 됐다. 두 번째 소설은 2008년, 동료 연예인들이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해서 여러 동료를 떠나 보냈던 해에 출발했다. 그런 것들을 보며 '내가 이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살갑게 왜 대해주지 못했을까' 싶더라. 만약 그렇게 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싶더라. 늘 그런 식"이라고 말했다.


이 소설을 쓰던 중에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자극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출간한 '인어사냥'으로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으나, 결국 '나만의 것'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차인표는 "(상을 받은 건) 좋았지만, 받으면 족쇄가 될 것 같기도 했다. 저는 대중 연예인으로 출발했고, 지금도 그렇다. 한평생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소설은 순수문학이지 않나. 이 분야에 오래 매진해 온 분들이 있는데, 내가 상을 받으면 너무 염치가 없을 것 같더라. 나보다 글을 잘 쓰고, 노력하지만 어려운 분들도 있다. 거절을 완곡하게 했는데, 주최 측에선 '우리가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고 해주셨다. 겸허하게 받았다"면서 "이후 한 달 동안 글 쓰는 걸 멈추게 되더라. 내 글이 너무 유치한 것 같기도 하고, 더 잘 써야 하나 싶은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스타일대로 쓰는 것이겠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현대와 고구려 시대를 오가는 만큼 고증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다만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열린 마음으로 읽어달라고 당부했다. "소설이라고 해서 주관적으로 내 생각을 마음대로 입히면 안 되지만, 소설이라 허용되는 정도도 있다고 여긴다. 많이 벗어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허용이 돼야 역사 소설이 나올 수 있다고 나온다. 그 정도 선에서 받아들여주셨으면 한다"고 말한 차인표는 "고민을 많이 했다. 혹시나 내 글을 보고 '역사와 다르다'고 의견을 주실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따. 그런데 확실한 건 내 소설은 '용'이라는, 실존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는 정체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나머지 부분 또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에 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차인표는 2009년 '잘가요 언덕'을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로 호평을 받은 그는 '인어 사냥', '그들의 하루' 등 여러 작품을 집필했다.


지난해 '잘가요 언덕'을 개정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한국학 필수 교재로 선정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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