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늘려 전세 잡나”…정부, 비아파트 공급 카드 재가동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6.05.27 06:51  수정 2026.05.27 06:51

규제지역서 매입임대 6.6만가구, 민간서는 4.1만가구 공급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 27% 감소…빌라도 공급 끊겨

비아파트로 단기공급 꾀하지만, “전월세 불안 해소 한계”

ⓒ데일리안 DB

수도권 내 전월세 불안이 확산되자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화에 나선다.


아파트 공급은 인허가부터 착공, 준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단기 처방으로 비아파트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비아파트 만으로는 아파트 거주 수요를 모두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내년까지 수도권에서 9만가구 규모의 기축·신축 비아파트 매입임대주택 공급이 추진된다.


특히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 등 부동산 규제지역에서는 최소 6만6000가구를 매입하고, 필요 시 물량 제한 없이 비아파트를 사들여 매입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공급 확대도 병행한다.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 규제를 완화하고 비주거시설 리모델링, 금융지원 확대 등을 통해 내년까지 4만1000가구, 2030년까지 11만가구 규모의 비아파트 인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 같은 비아파트 공급 방안을 마련한 것은 수도권 전월세 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규제지역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갭투자가 차단돼 신규 전세 물량 확보가 어려워진 상태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다주택자 매물이 무주택자 중심으로 소화되면서 전세 매물 감소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수도권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전까지 시장에 나온 매물이 무주택자들에게 흡수되면서, 투자 목적 수요가 실거주 수요로 전환된 영향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1만6845가구로 연초(2만3060가구) 대비 26.95% 감소했다.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 압력도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주간 누적 기준 3.20% 상승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누적 상승률이 0.52%인 점을 고려하면 상승폭이 대폭 확대된 셈이다.


문제는 아파트 시장을 보완해야 할 비아파트 시장마저 공급이 크게 위축됐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2025년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2016~2025년 장기 평균 대비 20~30% 수준에 그쳤다. 올해 1분기 비아파트 착공 실적도 6563가구로 1년 전보다 3.1% 감소한 상태다.


전세 사기 이후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급감한 것과 보증·대출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건설경기 침체 등이 맞물리며 공급 감소가 진행된 것이다.


장우철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민간에서 비아파트 착공이 부진하니 일단 공공에서 1차적으로 신축매입약정 물량을 규제지역에 무제한으로 공급한다”며 “공공 만으로는 속도, 물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 베이스의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기반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아파트 공급 확대는 새로운 방식의 정책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도 2024년 8·8 대책에 공공에서 신축 비아파트를 11만가구 이상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LH는 신축매입약정을 적극 추진해 2024~2025년 8만7302가구 규모의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또 업계에서는 비아파트 공급 만으로 수도권 전월세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단 반응이 나온다.


아파트 수요가 비아파트로 모두 전환되기 어려울 뿐더러, 민간부문의 비아파트 공급을 지원한다고 해도 투자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 공급되는 매물을 소화하기 어렵단 설명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1~2인 가구야 상대적으로 이사하기가 수월하겠지만, 아이 키우는 사람들은 아파트 살다가 빌라로 이주하기 어렵다”며 “전세 사기 이후 보증,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임대사업자들도 전세 운영이 쉽지 않은데 민간 공급을 터준다고 해서 될까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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