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2028년 아틀라스 양산·미국 공장 투입 로드맵
테슬라도 옵티머스 생산라인 구축…전기차 경쟁, 휴머노이드로 확장
관건은 기술 시연 아닌 현장 경제성…가동률·원가·안전성 검증 과제
보스턴다이나믹스가 18일(현지시간) 자사 유튜브 채널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냉장고를 통째로 전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처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이 시연 단계를 넘어 양산과 공장 투입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맞붙었던 현대자동차그룹과 테슬라는 이제 사람처럼 걷고 물건을 옮기며 생산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관건은 누가 더 그럴듯한 로봇을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공장 안에서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내는 산업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JP모건 IR 콘퍼런스에서 아틀라스 양산과 부품 내재화, 현대차·기아 미국 공장 투입 로드맵을 공개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해 그룹 차원의 로보틱스 산업화 전략을 제시했다.
자동차 회사가 왜 사람처럼 걷는 로봇에 투자할까. 가장 빠른 답은 공장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완성차 업체는 대량 생산, 부품 조달, 품질 관리, 소프트웨어 제어, 원가 절감에 특화된 산업 생태계를 갖고 있다. 사람이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고 옮기고 조립하는 작업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다면 자동차 공장은 휴머노이드가 가장 먼저 경제성을 검증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현대차그룹만 이 시장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도 옵티머스 생산라인을 양산에 대비해 설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두 회사의 전략은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외부 판매에 앞서 그룹 내부 생산 현장을 초기 수요처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2028년 연 3만대 규모의 로봇 양산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현대차·기아 공장에 아틀라스 2만5000대 이상을 순차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아틀라스 투입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먼저 시작될 예정이다. 이후 2029년 하반기 기아 조지아 공장까지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휴머노이드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공장을 실증장으로 쓰며 양산 단가와 투자 회수 가능성을 검증하겠다는 전략이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테슬라
테슬라도 초기에는 공장 등 내부 시설에서 옵티머스를 검증하는 단계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현장과 일상 영역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향을 지향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두 로봇의 차이를 '경쟁 관계'보다 '목적지의 차이'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테슬라 옵티머스는 인간을 닮은 로봇에 가깝고 현대차 아틀라스는 일을 가장 잘하는 로봇에 가깝다"며 "쉽게 말하면 옵티머스가 계란을 집는 것을 연구한다면 아틀라스는 나사를 조이는 것을 연구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옵티머스는 손가락 5개를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어 달걀을 집거나 가사노동을 돕는 등 사람의 생활 도구를 그대로 쓰는 범용 로봇을 지향한다"며 "반면 아틀라스는 공정 목적에 따라 전동 드라이버, 용접기, 강력한 그립을 가진 집게 등을 붙이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틀라스는 사람과 비슷한 구조를 갖되 작업 효율을 위해 인간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넘어서는 움직임도 활용할 수 있다"며 "테슬라가 일상생활에 범용적으로 쓰일 인간형 로봇을 지향한다면 현대차그룹은 공장의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산업 특화 로봇"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지향점 차이는 기술적 강점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아틀라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축적해온 전신 제어와 물리 작업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공개된 영상에서도 아틀라스는 23kg 수준의 소형 냉장고를 들어 옮기며 단순 보행을 넘어 중량물 취급과 자세 제어 능력을 보여줬다. 자동차 생산 현장처럼 노동 강도가 높고 작업 환경이 까다로운 곳에서는 팔뿐 아니라 무릎, 허리, 상체 회전, 균형 제어를 함께 쓰는 전신 작업 능력이 중요하다.
반면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AI가 보고 배워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범용 플랫폼'으로 키우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자율주행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카메라 기반 인식, 딥러닝, 컴퓨터비전, 모션 플래닝 기술을 휴머노이드에 이식하고, 사람의 작업 장면을 영상으로 수집해 로봇이 동작을 학습하도록 하는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주행 데이터를 쌓아 소프트웨어 성능을 끌어올린 것처럼 로봇도 작업 데이터를 축적해 공장과 가정,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구상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5일(현지시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기계체조 동작.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채널
원가를 낮추는 방식도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의 핵심 부품을 그룹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미국에서 연 35만개 이상 규모의 액추에이터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의 관절 역할을 하는 구동부품으로 로봇 성능과 제조원가를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도 아틀라스 산업화 체계에 들어간다. 현대글로비스는 조달과 판매를 잇는 공급망과 물류 현장 테스트베드를 맡고 현대오토에버는 현장 데이터 기반 로봇 지능 고도화와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통합을 담당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의 몸을 만들고 현대모비스가 관절을 맡으며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가 운영망을 붙이는 구조다.
테슬라는 자사 제조 시스템 안에서 옵티머스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키우려 한다. 전기차에서 배터리, 모터, 소프트웨어, 제조 공정을 통합해 원가를 낮췄던 방식을 휴머노이드에도 적용하려는 구상이다.
원가 경쟁력은 두 회사 모두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핵심 변수다. 업계에서는 아틀라스 생산량이 5만대 수준까지 늘어날 경우 대당 생산원가가 3만 달러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도 옵티머스의 장기 판매가격 목표로 2만~3만 달러 수준을 언급해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가격은 생산 물량에 따라 떨어지는 곡선이 달라질 것"이라며 "역할과 적용처가 다르기 때문에 가격만 놓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슬라가 제시한 가격 목표는 실제 양산 과정에서 달라질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생산 시기와 가격 측면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로드맵이 더 구체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노동 강도가 강하거나 24시간 작업이 필요한 산업 환경, 공간 제약이 큰 환경에서는 아틀라스가 특화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뛰어날 것으로 본다"며 "생산 현장에서 높은 강도의 일을 효율화하는 데는 아틀라스가 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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