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치매 늦출 수 있다?"…'은행잎 추출물'서 찾은 치료 가능성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5.18 16:49  수정 2026.05.18 16:54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18일 미디어 라운드테이블

은행잎 추출물, 알츠하이머 원인물질 억제 가능성 확인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서 18개월간 알츠하이머 전환율 0%

“증상 완화 넘어 원인 관리 치료 가능성 제시”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양영순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신경과 교수(가운데)가 '은행잎 추출물' 연구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은행잎 추출물이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을 억제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치매 예방 및 조기 치료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양영순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신경과 교수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은행잎 추출물의 베타아밀로이드 올리고머화 억제 효과를 아밀로이드 양전자 단층촬영(PET) 검사를 통해 확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연구팀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18개월간 은행잎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알츠하이머병으로 전환율이 0%였고, 기억력과 주의력 등에서도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는 등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 비정상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이 생긴 상태가 '치매'로 불린다.


국내 환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2019년 49만5117명에서 2023년 62만4178명으로 약 26% 증가했다. 치매 환자 역시 2020년 56만7433명에서 2024년 70만9620명으로 증가했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생성되는 단백질이지만 손상되면 서로 달라붙으며 작은 덩어리를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큰 덩어리로 발전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뇌 조직 내 축적이 일어나고 신경세포 손상과 기억력 저하, 인지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양영순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신경과 교수가 '은행잎 추출물' 연구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PET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군에는 은행잎 추출물 240mg을 하루 한 차례 투여했고, 대조군에는 오메가3와 콜린전구체 등 기존 인지기능 보조제를 18개월 동안 투여해 경과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기존 인지보조제를 복용한 대조군에서는 뇌 여러 부위에서 베타아밀로이드 축적 정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반면, 은행잎 추출물 복용군에서는 연구 시작 시점과 종료 시점 사이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은행잎 추출물이 베타아밀로이드가 더 큰 덩어리로 진행되는 과정을 억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임상 결과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은행잎 추출물 복용군에서는 18개월 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된 환자가 나타나지 않아 전환율이 0%를 기록한 반면, 대조군에서는 환자의 28.6%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아울러 기억력과 주의력,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을 평가한 결과 은행잎 추출물 복용군은 연구 기간 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지만, 대조군에서는 환자의 57.1%가 인지 기능 저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연간 10~15%가 치매로 전환되는 것을 감안하면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알츠하이머로 전개된 환자가 없었다는 것은 베타아밀로이드 응집 억제가 실제 질환의 전개와 밀접히 이어져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치료제가 인지 기능 저하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을 억제하는 접근은 질환 원인 자체를 조절하는 방식”이라며 “치매 치료 패러다임이 증상 억제에서 원인 관리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 초기 단계에서 적극적인 개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베타아밀로이드가 플라크 단계까지 진행되면 손상된 뇌세포 회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응집이 진행되기 전에 더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치매 발병을 더 오래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타아밀로이드 관리는 약물뿐 아니라 흡연과 생활 습관,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전문 기관에서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을 함께 진행해야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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