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귀국·대통령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메시지
긴급조정권 압박 속 노조 "굴하지 않겠다" 반발
사후조정 재개됐지만 총파업 D-3 긴장 최고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좌). 최승호 삼성 초기업노조 위원장(우)ⓒ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정부와 삼성 총수까지 직접 중재에 나서며 막판 타결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노조는 여전히 기존 요구를 고수하며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마지막 담판"…총파업 D-3 재협상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한다. 지난 11~12일 1~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이후 다시 성사된 추가 조정 절차다.
총파업 예정일인 오는 21일까지 사흘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번 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공식 담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이 직접 회의에 참관하는 것도 이번 조정의 무게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재용 귀국·사장단 총출동…삼성 "낼 카드 다 냈다"
이번 협상 재개는 정부와 삼성 측이 총력 중재에 나선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6일 해외 출장 일정을 조정해 급거 귀국한 뒤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공개적으로 노사 화합 메시지를 냈다.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한 DS 사장단 역시 전날 평택 노조 사무실을 직접 방문했고, 삼성전자 사장단은 별도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하며 총파업 자제를 호소했다.
삼성은 노조 요구를 일부 반영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노조가 문제 삼아온 대표 교섭위원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협상 창구를 확대했고, 기존 특별포상 수준을 넘어 '3년 한시 제도화' 방안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삼성은 기존 EVA(경제적부가가치) 기반 OPI(초과이익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되, DS부문 영업이익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별도 재원을 추가 배분하고 이를 3년간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조 "후퇴안이면 합의 없다"…긴급조정 압박에도 강경
다만 노조는 이를 "중노위 조정안보다 후퇴한 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전날 비공식 실무 미팅 이후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내일도 동일한 자세라면 합의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현재 DS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 배분하고 OPI 상한 폐지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정부 압박 수위 상승
정부 역시 개입 수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날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과유불급 물극필반"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이윤에 몫을 가진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총파업 국면을 정면으로 겨냥한 메시지다.
긴급조정권은 국민경제와 일상생활에 중대한 위험이 예상될 경우 정부가 쟁의행위를 강제로 중단시킬 수 있는 제도다. 발동 시 30일간 파업이 금지되고 강제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실제 발동 사례는 2005년 항공업계 파업 이후 사실상 없었다.
"삼성 없애야", "코스피 흔들자"…극단 발언 논란
다만 노조 내부 반발도 거세다. 최근 초기업노조 홈페이지와 텔레그램 소통방 등에서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검토 움직임을 두고 "노조를 압박하려 한다", "굴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노조 내부 강경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일부 지도부와 조합원들은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삼성전자를 없애버려야 한다", "코스피를 더 흔들어보자", "감방 가겠다" 등의 극단적 표현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도 이례적으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반도체공학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개별 기업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국가 경제와 반도체 산업 전체에 미칠 치명적 파급 효과를 감안해 원만한 협상을 마무리해 달라"고 노사에 호소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임금협상을 넘어 반도체 공급망과 국가경제 리스크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는 24시간 공정이 이어지는 대표적 장치산업인 데다, HBM과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고객 신뢰와 공급망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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