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개봉
배우 전지현이 영화 '암살' 이후 무려 10년 만에 신작 '군체'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이 반가운 귀환에 더해, 영화 '군체'가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면서 전지현은 생애 가장 뜻깊은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과거 글로벌 브랜드 앰버서더 등 모델 자격으로 칸을 찾은 적은 있지만, 배우로서 자신의 주연작을 들고 칸에 입성한 것은 데뷔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통산 세 번째 칸 방문이자, '배우 전지현'으로서는 최초의 순간인 셈이다.
ⓒ쇼박스
전지현의 복귀작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전지현은 극 중 생명공학 박사 권세정 역을 맡아, 이성적이면서도 생존을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강인한 인물을 연기했다. 전지현 특유의 독보적인 아우라와 스크린을 압도하는 에너지가 십분 발휘된 캐릭터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 테라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전지현은 여유로우면서도 상기된 표정으로 '군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특히 전날 밤 진행된 미드나잇 스크리닝 상영 직후, 전 세계 관객들의 뜨거운 기립박수 속에서 눈시울을 붉혔던 순간에 대해 솔직한 소회를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박찬욱 감독님이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든든한 거예요. 진짜 엄청난 일이잖아요. 영화 끝나자마자 감독님께서 연상호 감독님한테 '대단하다', '진짜 고생했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는데 저도 되게 벅찼어요. 왜 TV 보다가도 갑자기 예기치 못하게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어제도 올라가기 전에 저희끼리 시뮬레이션 엄청 많이 했거든요. '누구 한 명 울자' 이런 얘기도 했어요.(웃음) 근데 그런 의도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연스럽게 울컥한 감정들이 올라오더라고요. 여러 감정들이 확 와닿아서 너무 좋았어요.”
영화 복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배경에는 한국 극장가가 처한 현실적인 고민이 맞닿아 있었다. 차기작 선택에 신중을 기하던 때 마주한 '군체' 시나리오는 단숨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는 사실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어요. 제작 여건도 많이 달라졌고, 좋은 시나리오를 찾는 것도 예전만큼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드라마 위주로 활동을 해왔는데, 감독님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진짜 영화 시나리오는 이래야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감독님께 말씀드렸죠. 저는 작품을 고를 때도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 관객으로서 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하는 배우거든요. 특히 영화는 더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영화 보러 갈 때 너무 어둡고 힘든 영화보다는 '오늘은 영화도 보고 스트레스도 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시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거든요. 그런 점에서 '군체'라는 작품이 딱 그런 영화처럼 느껴졌어요."
작품 속에서 극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핵심 인물인 만큼,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 역시 남달랐다. 전지현은 극단의 재난이 닥쳤을 때 인물이 보여줘야 할 태도와, 관객과의 호흡을 고려한 본인만의 연기적 접근 방식을 전했다.
"인간은 정말 혼란스러운 상황이 닥쳤을 때 가장 본질을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권세정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잘 잡아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점에서 굉장히 큰 매력을 느꼈고요. 또 어떻게 보면 권세정이라는 인물이 관객의 마음을 끌고 가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감정의 큰 기복이나 높낮이를 일부러 많이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는 긴장감 넘치는 장르 영화의 특성상 촬영 현장에서만 공기를 전하는가 하면, 극한의 움직임을 소화해 낸 현장 동료들을 향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좀비들과 촬영하는 건 정말 너무 재밌었어요. 장르 영화다 보니까 긴박한 상황이 많아서 촬영이 시작되면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도망치게 되더라고요. 정신없이 도망치느라 약속된 순서가 다 망가져서 오히려 연기가 안 될 정도였죠.(웃음) 그런데 그런 날것의 반응들이 오히려 되게 라이브한 느낌을 줘서 촬영 내내 흥미진진했어요. 특히 좀비 역할을 하신 분들을 보면서는 경이롭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저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자기 몸을 잘 알고 잘 쓰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몸을 자유자재로 쓰시는 그분들이 너무 부러웠고, 현장에서 항상 빛이 나는 것 같았어요."
평소 연상호 감독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고백한 전지현은, 이번 협업을 결심하기까지의 솔직한 속내와 실제 현장에서 느낀 반전 가득했던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저는 감독님 작품들이 인간이 밝히고 싶지 않은 불편한 부분들을 유니크한 색깔로 드러내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독님의 세계관과 색깔을 너무 좋아했어요. 모든 작품 다 봤고, 배우로서 욕심났던 작품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같이 작업한다고 결정했을 때는 솔직히 걱정도 했어요.(웃음) 감독님 작품 색깔이 워낙 강하니까 '혹시 이상한 감독님이면 어떡하지?' 이런 원초적인 생각도 했거든요. 근데 진짜 너무 행복했어요. 사랑이 가득한 분위기였죠. 너무 편안한 현장이었고,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하면서 너무 좋은 촬영 환경 속에서 감사하게 촬영했어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구교환과의 특별한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지현은 현장에서 체감한 두 사람만의 독특한 유대감과 대화의 호흡을 위트 있게 표현하며 유쾌했던 현장 분위기를 짐작게 했다.
“저는 구교환 씨가 여동생 같아요.(웃음) 남동생은 '네가 뭐 알아' 싶은데 여동생은 "얘는 뭘 좀 아네' 싶은 그런 느낌이 있거든요. 내가 뭔가 툭 던지면 바로 알아채 받아쳐 줄 것 같고, 같이 있으면 시너지가 날 것 같은 센스 있는 여동생들이 있잖아요. 구교환 씨가 딱 그래요. 그러다 보니 촬영하면서도 재미있는 일들이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화려한 수식어를 다 떼어내고, 카메라 뒤편에 서 있는 한 인간으로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담담히 털어놨다. 전지현이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진짜 비결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제가 톱스타라고 의식하면서 살지는 않아요. 저는 제 안에 알고리즘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운동 열심히 하는 것도 결국 일을 잘하기 위해서고, 일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외롭지 않으려면 가정도 잘 꾸려야 하고. 결국 그 안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내 인생을 잘 살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고,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한 사람이 되는 것 같고, 대충 하면 대충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감사하면서 열심히 살면 좋은 결과도 얻고,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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