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폭탄'에 퇴직까지 고민하는 교사들…"국가 책임 안전망 구축해야"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6.05.15 14:47  수정 2026.05.15 14:50

한국교총 설문조사서 교원 49.2% "직업적 자부심 낮아져"

교사노조연맹 설문조사선 55.5% "지난 1년간 사직 고민"

교사의 생활지도 활동 상대 형사 고소하는 학부모 사례 공개

교원3단체, 교육부 주최 스승의 날 기념식 불참…교총, 별도 개최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15일 제45회 스승의 날을 맞았지만, 학교 현장의 분위기는 최근 교권 추락의 현실을 보여주듯 침울하다. 학부모 등에게서 갑질을 당하고 짊어져야 할 부담이 커지면서 과거 '평생 직장'이라 불리던 자리를 중도에 그만두려는 교사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89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제45회 스승의 날 기념 설문조사'에서 최근 1년~2년 동안 직업적 자부심이 '낮아졌다'고 응답한 교원은 전체의 49.2%에 달했다.


교원들이 현장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학부모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교권이 침해된 경우'로 67.9%에 달했다.


낮아진 자부심을 버티지 못해 결국 퇴직을 고민하는 교원들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연맹)이 전국 교사 718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5.5%는 '지난 1년간 사직을 고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년 교사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교직 이탈 가속화 현상은 무분별한 학생·학부모들의 신고와 교권 침해에 대한 보호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교총 설문조사에서 교직 이탈 및 기피 이유에 대한 설문에 응답자 28.9%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및 악성 민원'을 꼽았고 '생활지도 무력화 및 교권 침해 보호장치 부재' 역시 23.5%에 달했다.


실제 최근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을 상대로 민원을 빙자한 학부모들의 '갑질'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학부모가 교사의 생활지도 활동에 대해 형사 고소를 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아동학대 무고 및 악성 민원 피해교사모임 대표 이모씨는 지난 1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사로서 학생의 문제 행동을 지도해야만 했다"며 "하지만 학부모는 '교사가 내 아이의 정서를 상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두 차례나 아동학대로 고소했다"고 자신의 사례를 밝혔다.


평가 시간에 교실 문을 잠가 교사의 출입을 막는 장난 등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한 학생에 대해 교무실로 불러 훈계했고, 교칙에 따른 필사 지도를 했지만, 돌아온 것은 학부모의 형사 고소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검찰에 송치된 이 대표는 현재 우울증 진단을 받고 질병 휴직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교육이 학대로 변하는 비참한 경험을 하고 맞이하는, 첫 번째 스승의 날을 앞두고 비통함은 더 깊어진다"고 했다.


조상식 동국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학부모들의 자녀를 포함해 아동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예전에 비해 굉장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학교로 향하는 민원 자체의 양과 질 차이가 과거와 엄청 차이가 나는데 훈육의 어려움도 있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이런 환경을 견딜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교총과 전교조, 교사노조연맹 등 교원3단체는 이날 충북 청주 오스코(OSCO)에서 열린 교육부 주최 스승의 날 기념식에 불참했다. 교권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에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한국교총의 경우 지난 1982년 스승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매년 교육부와 스승의 날 기념식을 공동 주최했으나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회관에서 스승의 날 기념식을 별도로 개최했다.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은 "중대 교권 침해 사안의 학생부 기재, 교권 소송 국가책임제, 악성 민원 맞고소제, 모호한 정서 학대 조항 명확화, 아동학대 사안 경찰 무혐의 시 검찰 불송치 등 요구사항은 현장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선생님과 학교가 본연의 역할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는 실질적인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15일 서울 성동구 서울방송고등학교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는 교사가 카네이션과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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