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핵 포기 않겠다는 명확한 선언"
김정은 국가수반 정의…위상·권한 강화
北 "핵보유는 국가헌법 따른 의무 이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조선중앙TV화면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자체적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북한은 핵을 김정은 체제 존속의 핵심 기반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외교·군사 행보로 핵보유국 지위를 부각하고, 개정 헌법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력 지휘권을 명시했다.
9일 외교가에 따르면 현재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는 국가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5개국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가 불가역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올해 9차 당대회에서는 "핵보유국 지위 철저 행사"를 방침으로 제시했다.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요구에 반발해 1993년 3월 탈퇴를 선언했다가 이를 유보했다. 그러나 2003년 1월 다시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은 2006년 10월 첫 핵실험에 나섰고 영변 핵시설 등의 가동 정황도 여러 차례 포착됐다.
북한의 최근 행보 역시 그동안 이어온 핵 개발 노선을 '헌법 차원'으로 끌어올렸단 점에서 주목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개정 헌법에 대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대외적 선언으로서 핵무력 지휘권을 명기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우선 최근 공개된 북한 개정 헌법은 김 위원장이 주창한 '두 국가' 노선을 반영했다. 헌법은 남쪽 육·해상 경계선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북측 영역을 '영토'로 명시했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에 대한 지휘권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있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남북관계를 하나의 민족·통일 과정으로 남겨둘 경우, 북핵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틀 안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통치 이념인 '인민대중제일주의'가 명기됐고, 김 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정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선대인 김일성·김정일의 업적은 물론 서문의 통일 위업 기술을 덜어낸 자리에 김 위원장의 통치 이념과 핵무력 지휘권을 배치한 것이다. 이에 따라 헌법의 무게중심은 선대·통일 서사에서 김정은 중심의 국가 운영 체계로 이동했다.
개정 헌법에는 김 위원장의 핵무력 지휘권을 명시하면서도,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력 사용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김 위원장의 핵 통제권을 분명히 하는 한편 최고 지도자 유고 시에도 핵 반격이 가능하도록 지휘체계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주장은 유엔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 중인 제11차 NPT 평가회의를 겨냥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대사는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선 "합법적 경로를 거친 현실당위적인 핵보유"라고 했다. 이어 "국가핵무력정책법령과 핵보유국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고착시킨 국가 헌법에 따른 의무 이행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는 북핵 문제를 NPT 체제 위반으로 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한편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핵무력을 단순 보유 자산이 아니라 실제 운용 가능한 전력으로 부각해왔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이 올해 1월에는 극초음속미사일 발사훈련을 공개한 가운데, 김 위원장은 "최근 우리의 핵무력을 실용화, 실전화하는 데서 중요한 성과들이 이룩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에는 장거리포·미사일 체계 합동타격훈련에서도 핵무력의 역할을 강조했다. 북한은 당시 600㎜ 다연장방사포와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가'형을 동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김 위원장이 "전쟁억제 전략과 전쟁 수행 전략의 모든 면에서 핵무력의 중추적 역할을 부단히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핵무력의 경상적인 전투준비 태세를 부단히 완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대해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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