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의 싱가포르 스포츠 허브. 충남도는 이곳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 AP=뉴시스
최근 K팝을 중심으로 한 초대형 공연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를 안정적으로 수용할 인프라 부족 문제가 산업 전반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남도(도지사 김태흠)가 추진 중인 천안·아산 ‘복합문화형 돔구장’ 사업이 단순한 체육시설을 넘어 문화·경제·관광을 아우르는 핵심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제 국내 공연 환경은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달 9일 BTS 공연이 열린 고양종합운동장은 지붕이 없는 야외 시설로, 기상 변수와 소음 규제 등 여러 제약이 뒤따랐다. 대형 공연일수록 음향·조명·무대 연출 완성도가 중요한데, 야외 시설은 이러한 요소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체 시설은 매우 부족하다. 국내에서 3만석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 공연장은 극히 제한적이며,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리모델링 등으로 기존 대형 공연장마저 일시적으로 활용이 어려워지면서 공연장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글로벌 아티스트가 아시아 투어 일정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사례까지 거론되는 배경이다.
이 같은 상황은 공연 산업 성장세와 맞물려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K팝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팬덤 확장, 공연 수익 구조 다변화,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대형 공연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를 받쳐줄 인프라 확충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충남도가 추진하는 천안·아산 돔구장 사업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김태흠 현 충남지사가 구상한 이 프로젝트는 KTX 천안아산역 인근에 수만석 규모의 전천후 시설을 구축해 스포츠 경기와 K팝 공연, 전시, 기업 행사 등을 복합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야구장이나 경기장이 아닌, 연중 활용 가능한 ‘복합문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기존 시설과 차별화된다.
‘복합문화형 돔구장’ 프로젝트는 구상을 넘어 구체화 단계에 진입했다. 지난해 11월 공식 발표 이후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고, 최근에는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궤도에 올랐다. 해당 용역은 자연·인문 환경 분석, 국내외 스포츠 및 공연 인프라 동향 조사, 경제성 검토 등을 포함해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충남도 계획에 따르면 돔구장은 약 20만㎡ 부지에 5만석 이상 규모로 조성되며, 총사업비는 약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31년이다. 이곳에서는 연간 프로야구 30경기 이상 개최를 비롯해 축구, 아이스링크 경기, 그리고 150~200일 규모의 K팝 공연 및 대형 전시회가 열리는 복합 운영 모델이 검토되고 있다.
돔구장의 핵심 경쟁력은 ‘전천후 운영’이다. 날씨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 구조는 공연 및 스포츠 일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시설 가동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대형 공연의 경우 수개월 전부터 준비가 진행되는 만큼 기상 변수는 치명적인 리스크인데, 돔구장은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천안아산역이라는 교통 허브 입지도 강점으로 꼽힌다. 수도권에서 30분~1시간 내 접근이 가능하고, 전국 주요 도시와 연결되는 KTX 노선이 집결돼 있어 비수도권이지만 수도권 수요까지 흡수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충남도는 여기에 광역환승복합센터를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복합 시설의 대표적인 사례인 미국 텍사스 AT&T 스타디움. ⓒ AP=뉴시스
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돔구장이 수도권이 아닌 충남 지역에서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물음표도 붙는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보면, 잘 설계된 복합문화형 돔구장은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국가의 강력한 경제적 자산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 겔젠키르헨의 펠틴스 아레나가 대표적이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샬케04의 홈구장인 펠틴스 아레나는 인구 20만 명의 중소도시를 세계적인 문화·스포츠 거점으로 탈바꿈시킨 성공 사례로 꼽힌다.
펠틴스 아레나는 축구가 열리지 않을 때 콘서트뿐 아니라 아이스하키 등 동계스포츠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2010 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의 개막전을 연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구장 안에는 길이 5km의 맥주 파이프가 있는데, 경기당 5만 2000리터의 맥주를 공급할 수 있어 이 구장만의 독특한 상품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NFL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홈구장이자 개폐식 돔구장으로 유명한 AT&T 스타디움을 꼽을 수 있다. 텍사스주 알링턴에 위치한 AT&T 스타디움은 미식축구가 열리지 않을 때 대형 콘서트, 박람회, 기업 행사 등을 연중 개최하며 ‘멀티 유즈(Multi-use)’ 전략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택사스 주의 최대 광역권인 댈러스-포트워스 외곽 알링턴에 위치한다는 점도 지리적으로 천안아산과 매우 닮았다. 글로벌 아티스트 테일러 스위프트의 6집 콘서트 투어 공연 실황이 촬영된 곳이며 다가올 6월에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부터 준결승전까지 치러진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스포츠 허브를 꼽을 수 있다.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을 비롯해 수영장, 다목적 경기장, 스포츠 박물관 등 복합 시설이 한데 모여있으며 충남도가 구상하는 ‘복합문화형 돔구장’의 롤모델로도 꼽히는 곳이다. 싱가포르 스포츠 허브에서는 블랙핑크,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이 열렸고, 2024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사를 집전했다.
싱가포르 방문한 김태흠 충남도 지사. ⓒ 충남도
천안·아산 돔구장 역시 이러한 모델들의 성공 사례를 지향한다. 충남도는 돔구장을 중심으로 관광객 유입을 확대하고, 숙박·교통·유통 등 연관 산업 소비를 촉진해 지역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상권 활성화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1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재원 조달 방식, 경제성 확보, 운영 주체 설정, 민간 투자 유치 여부 등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건립 이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김태흠 지사는 해외 사례를 직접 확인하며 사업 추진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3월 싱가포르 허브를 방문한 뒤 “5만석 규모 돔구장은 충남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며 “민간 투자를 적극 유치하면 충분히 흑자 운영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K팝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연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를 수용할 인프라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공연 환경을 분산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비수도권 거점에 복합문화형 돔구장을 조성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천안·아산 ‘복합문화형 돔구장’ 프로젝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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