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 낮아져도 돈 빌리기 더 어려워
부실 경고등 켜져 은행 리스크 관리
'돈맥경화' 막을 제도적 지원 필요해
중소기업 대출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 문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8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정작 자금이 절실한 기업들의 돈 가뭄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들의 대출 연체율이 치솟자, 은행들이 부실을 우려해 대출 문턱을 대폭 높였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혜택이 실수요자에게 닿지 못하면서, 중소기업의 시름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4.08%로, 전월 대비 0.03%포인트(p) 하락했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지난해 11월 4.77%를 기록한 이후 8개월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하자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도 이론상으로는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금리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중소기업의 대출 상환 능력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74%로, 1년 전과 비교하면 0.16%p 올랐다.
특히 지난 5월 말에는 0.95%를 기록하며 지난 2016년 5월(0.95%)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내수 회복이 느려지면서 매출 부진과 원가 부담 상승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기술력이나 담보 여력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일수록 이러한 충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2025년 9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경영 애로 요인으로 '매출 부진'(60.6%)이 가장 많이 꼽혔고, '인건비 상승'(33.1%), '원자재가 상승'(28.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경영난은 고스란히 대출 상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연체율 증가는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한편,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등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 대출 문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심사 과정에서 부결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 경기 민감 업종에 대한 대출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출 쏠림' 현상이 경기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가중돼, 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 등으로 이어져 실물 경제가 경직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져도 기업의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은행은 대출을 내줄 수 없다"며 "최근 한계기업 증가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두면서 중소기업 대출 심사가 매우 까다로워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정책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은행의 부담을 덜어주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할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