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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63)] 음악으로 감동을 주고 싶은 작곡가 문성욱


입력 2022.01.02 10:53 수정 2022.01.22 13:1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드립하우' 결성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 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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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의 '밤', 정동하의 '너의 모습', '추억은 만나보다 이별에 남아', 윤도 '쉬운 일' 등을 작곡한 문성욱은 사실 국내에서 제일가는 베이스 세션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어려서부터 모든 일이든지 흥미를 금방 잃고 마는 탓에 장래를 고민했지만 음악 만은 질리지가 않아 중학생 때부터 꾸준히 베이스를 연주해왔다.


작곡은 독학으로 피아노를 치면서 동요처럼 썼던 게 전부였다. 정동하의 '생각이 나'를 듣고 '나도 모든 사람들이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자신이 베이스가 아닌 작곡을 업으로 삼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피아노를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 정도만 알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화성학 공부해서 화음을 알아내기 시작했죠. 기본적으로 제가 들었던 음악들이 어떻게 쓰이고 멜로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생각해서 머리로 상상해 곡을 쓰는 편이에요."


스스로 작곡의 가능성을 봤던 건 대학생 때였다. 보컬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작곡한 '크러시'라는 노래를 발표할 수 있었다. 당시 도움을 줬던 친구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수 임재현이다. 당시 주변의 반응이 좋았다. 신입생 환영회 때 '크러시'가 흘러나왔는데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동기들이 따라 불렀다. 그때 마음속으로 그려왔던 '모두가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란 꿈에 다가간 것처럼 느껴졌다. 이 순간부터 프로듀서를 꿈꾸기 시작했다.


"사실 작곡가가 어떻게 돼야 하는지 완전히 무지한 상태였어요. 일단 보컬 곡으로 된 싱글을 하나 더 만들려고 했는데, 처음에 호기롭게 냈던 '크러시'가 좋은 반응을 얻다 보니 두 번째 곡은 잘 안 써지더라고요. 무려 1년을 쓰고 고쳤어요. 그렇게 '웃으며'란 곡을 발표하고 저는 군에 입대했어요."


문성욱이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친구 임재현은 가수가 되어 있었다. 임재현이 가수가 되며 문성욱이 작업한 곡도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됐고, 현재 소속사인 꿈의 엔진으로부터 합류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아티스트 정동하의 곡을 쓰게 되는 기회도 생겼다.


"회사 대표님이 넌지시 정동하라는 가수 곡을 써올 수 있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원래 말이 많은 편이 아닌데, 그 자리에서 신나서 '어릴 때부터 정동하 선배와 함께하는 게 꿈이었다'라는 말을 늘어놨어요. 그때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학교와 다른 작업은 다 뒷전으로 미루고 곡에 몰두했어요. 몇 밤을 새워서 정말 정성을 다해 만들었죠. 그리고 노래가 픽스 됐을 땐 꿈이 이뤄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표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기죽지 않고 좋은 형, 동생처럼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부터는 드립 하우라는 팀을 만들어 자신을 포함한 다섯 명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발라드를 써왔지만 팀 활동을 하며 다양한 장르의 곡을 작업할 예정이다.


"각각 기타, 트랙 메이커, 피아노, 편곡, 보컬 등 각자 잘하는 게 다른 친구들을 모았어요. 제가 사실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해요. 그러다 보니 데드라인에 촉박하게 작업을 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내용들이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분업할 수 있으면서 절 견제해 줄 수 있는 친구들이 필요했죠. 모두 욕심이 많고 음악을 잘하는 친구들이라 2022년부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좋은 곡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노래를 쓸 때 가사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인다. 듣는 사람이 각각 자신의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도록 여백을 주는 것을 중요히 여긴다고.


"전 사실 직접적인 표현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젊은 꼰대 같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가사라면 비단 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통 발라드가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잖아요. 저는 이별을 고한 사람도, 당한 사람도 제 곡을 들었을 때 사랑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어요. 저마다의 해석을 통해 청자가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는 노래가 됐으면 해요. 이런 식으로 가사를 작업하다 보니 팀원들이 저 때문에 가사 쓸 때 고민을 많이 해요.(웃음)"


그는 작곡가로서 거대한 성공을 바라진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노래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악이라는 게 워낙 트렌드가 빠르다 보니 언젠가 저도 퇴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주변 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와 다른 분들 사이에 추억이 많이 담긴 소중한 곡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나중에 돌아봤을 때 음악으로 감동을 준 사람이라고 기억되고 싶은 거죠."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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