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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역주행 넘어 리메이크까지…'구작'의 변신은 끝이 없다


입력 2021.09.16 10:06 수정 2021.09.16 08:08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유튜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중심으로 옛날 드라마, 시트콤, 예능, 영화 다시보기가 유행하면서 방송가들도 부지런히 구작(舊作)들을 소환 중이다. 단순히 ‘다시 보기’를 넘어, 페이크 다큐로의 재탄생과 리메이크를 통한 재포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MBC ⓒMBC

무려 20년 전 드라마가 최근 젊은 층의 관심을 받으며 화제가 됐었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방송된 MBC ‘전원일기’가 케이블 채널과 웨이브를 통해 방송되면서 젊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외에도 유튜브를 통해 명장면들이 소환되기 시작하면서 역주행을 한 2002년 드라마 ‘야인시대’, ‘하이킥’ 시리즈를 비롯한 시트콤과 사극 ‘태조 왕건’에 이르기까지. 유튜브나 OTT를 통해 다양한 구작들을 다시 보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시청자들이 직접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서 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젊은 시청자들은 지금의 드라마가 보여주지 못하는 옛 작품들의 ‘아날로그적 감성’에 새로운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에 방송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구작들을 소환 중이다. 옛날 드라마, 시트콤 등을 유튜브 채널로 송출하는 방식은 물론, 특집 다큐멘터리를 통해 당시 출연자들의 근황을 전하기도 한다.


MBC ‘다큐플렉스’는 지난해 ‘청춘다큐 다시 스물-커피프린스 편’을 통해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주역들을 초대했다. 당시 윤은혜와 공유, 이동욱을 비롯해 다수의 출연진들이 당시 기억을 회상하고, 근황을 나누며 시청자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했다. ‘전원일기’ 출연진 전원이 참석한 ‘전원일기 2021’도 그들이 생각하는 역주행 이유부터 서로를 향한 깊은 애정 등 추억과 근황을 적절하게 담아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었다.


이 흐름을 영리하게 활용하며 가능성을 넓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단순히 추억을 재소환하는 의미를 넘어, 당시의 분위기를 재가공해 선보이는 작업들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TV는 ‘야인시대’의 감성을 페이크 다큐로 녹여낸 예능프로그램 ‘야인 이즈 백’을 선보였다. 젊은 시절 김두한을 연기한 안재모부터 쌍칼 역의 박준규, 문영철 역의 장세진, 시바루 역의 이세창, 박인애 역의 정소영 등 다수의 ‘야인시대’ 출연자들이 자신의 캐릭터 그대로 ‘야인시대’에 출연했다.


주인공 두한이 과거 자신이 영광을 누리던 시절과는 달라진 지금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짠한 모습으로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유발했다. 당시 감성을 활용하면서도, 지금의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게 적절하게 변주한 것이 성공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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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004년 개봉한 영화 ‘홍반장’을 리메이크 해 새롭게 보여주는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과거에도 이전의 드라마,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작업이 없지는 않았지만, 현재 방송 중인 tvN ‘갯마을 차차차’는 ‘홍반장’의 아날로그 감성을 소환했다는 점에서 지금의 흐름에 잘 맞는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갯마을 차차차’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모두 챙기는 넉넉한 마음이 매력적이었던 ‘홍반장’ 속 홍두식의 오지랖이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도 통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던 것. 옛날 작품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과 새롭게 재가공해 지금의 작품으로 보여주는 것은 앞선 사례들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원작의 장점을 계승하되, 지금의 달라진 인식까지 반영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아야만 했다.


2004년 방송된 ‘불새’를 리메이크했던 아침드라마 ‘불새 2020’는 ‘신분의 차이’라는 벽을 넘는 로맨스가 다소 구시대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강동원과 김정화 주연의 2003년 작품을 리메이크한 ‘1%의 어떤 것’(2016)은 ‘계약 연애’라는 콘셉트가 이미 진부해졌다는 혹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갯마을 차차차’ 역시도 흐름에 맞는 맞춤형 변주로 이 한계를 극복 중이다. 여전히 매력적인 홍두식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는 그대로 담아내되, 마을 사람들이 도시에서 온 의사 혜진(신민아 분)을 향해 보내는 따가운 시선은 순화시켜 불편함을 없앴다. 고즈넉한 바다마을의 풍경을 한층 화려한 영상미로 담아내며 보는 재미를 높이기도 했다.


현재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혜진과 두식의 설렘 가득한 로맨스 케미는 물론, 바닷마을 공진의 매력에 푹 빠진 시청자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영리한 변주로 구작 활용의 가능성을 넓힌 ‘야인 이즈 백’과 ‘갯마을 차차차’가 또 어떤 시도로 연결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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