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아한' 대통령은 누구와 함께 하는가 [송서율의 관심종목]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10.03 07:00  수정 2026.10.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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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정치보다 최전방 장병 안전·신속한 진상 규명이 먼저

편향된 팬덤 소통 넘어 안보 현장 불안·질문에 답해야 할 때

지지층 향한 손짓 대신 국방과 안보의 엄중한 책임 앞에 서야

9월 30일 경기도 연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민간인통제선 지역에 지뢰 경고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자주 이용하는 SNS인 X(구.트위터)에 이재명 정부의 성과가 200건을 돌파했다는 지지자의 주장을 공유하면서 “많이들 함께해 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해 논란을 빚었다.


‘좌아하게’라는 말을 처음 봤을 때는 단순한 오타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우아하다’의 ‘우’를 정치적 좌·우를 뜻하는 ‘좌’로 바꾼, 진보 성향 강성 지지층 사이의 표현이었다.


대통령의 SNS 활동이 논란을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지자의 글을 공유했다가 작성자의 과거 게시물이 문제가 되자 삭제하는 일도 있었다. 며칠 전에는 강성 지지층 인사인 방송인 김어준 씨까지 대통령에게 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재공유하는 ‘리트윗’을 하지 말라고 강조하며, 대통령이 ‘알고리즘 감옥’에 갇혔다고 지적했다.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연일 특정 지지층에 기대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 대통령은 한가하게 리트윗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군사분계선 이남 비무장지대에서 제25보병사단 직할 수색대대 장병 18명이 DMZ 수색로 월중 정기 감시 태세 점검을 수행하던 중 매설 지뢰가 폭발했다. 대대장을 포함한 군 간부 세 명이 다쳤고, 그중 두 명은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 군과 유엔군 사령부의 본격적인 합동 현장조사는 사고 발생 엿새 뒤인 27일에야 시작됐다. 26일 조사 준비를 위한 병력 투입이 있었지만, 어떤 이유로 준비하는 데 닷새가 걸렸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군은 조사 지연에 대한 질문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안전 확보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조사 인력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설명만으로는 지연 시간이 충분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사고 직후 어떤 정보를 확보했고, 어떤 조치를 취했으며, 누가 언제 현장조사 일정을 결정했는가? 불가피하게 필요했던 시간과 늑장 대응으로 흘려보낸 시간을 구분하는 것까지 진상 규명에 분명하게 포함돼야 한다.


이 사건이 더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때문이다. 그곳의 한 부대 내 상황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교의 말에 따르면, 북한군은 매일 지뢰 박스로 추정되는 상자를 들고 MDL(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내려와 10시간 넘게 본인들의 작업을 마치고 유유히 다시 북쪽으로 돌아간다고 전했다. 그리고 우리 군이 대응 사격을 해봤자 땅이나 허공을 향해서만 총을 쏘는 것이라 위협이 되는 사격이 아니란 것을 북한군도 알기 때문에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장에서 우리 대응의 실효성에 의문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사고 현장의 북한군 지뢰가 유실된 것이 아니라 매설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매설 시점은 더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군이 해당 지역의 위험을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북한군의 월선과 작업을 감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위험을 막기 위해 그간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이런 상황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강대강으로 대치해서는 풀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한을 적대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강조했다. 또한,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히면서도, 남과 북이 다시 만나 평화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과 요구와 대화 제안만으로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가. 북한은 동의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말하는 ‘평화공존’이 최전방 장병과 국민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


이 많은 질문에 답할 책임은 군 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에게 있다. 부상 장병을 찾아 위로했다고 해서 초기 대응과 조사 지연에 관한 의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병들의 ‘희생’을 말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어떤 이유로 다치게 되었는지, 사고 직후 국가가 제때 움직였는지까지 책임지고 확인해야 한다. 대응이 늦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하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 그 과정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대통령이 보여줘야 할 것은 위문 장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속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로 이어져야 하지않겠는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DMZ 지뢰 폭발 사고를 ‘자작 광대극’이라고 조롱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침묵 속에서도 최전방의 국군 장병들은 국가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가를 믿고 위험을 감수하는 장병들에게 대통령은 무엇으로 답할 것인가.


‘좌아하게’ 함께하자며 지지층에만 손 내밀기 전에, 나라를 지키다 다친 장병들의 곁에 서야 한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이 존재하는 이유 아닐까.


ⓒ

글/ 송서율 연세대 대학원생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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