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관세 넘고 원전 종주국 美 뚫은 韓…이제 수익성 시험대

정다운 기자 (sanae@dailian.co.kr)

입력 2026.10.01 06:00  수정 2026.10.01 08:13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대미투자 3개 사업 첫발…美 에너지시장 진출 발판

APR1400 2기 미국 진출길 열고 AP1000 6기에도 韓 기업 참여

엔시날 PPA 단가·원전 공기 지연이 실제 투자수익 가를 변수

美 알래스카 LNG 관세 혜택…정부, 경제성 따져 최종 투자 결정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미투자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미 전략투자의 첫 사업들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우리나라가 관세 방어를 넘어 미국 에너지 시장 진출 기회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 시장 진입이 곧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기준으로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입장이지만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은 전력 판매가격, 원전은 공기 지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는 경제성 확보가 각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관세 방어 넘어 수출 기회로…첫 고비 넘긴 韓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과 미국 원전, 알래스카 LNG 등 3개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제1호 사업인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에는 총 223억 달러를 투입해 6472㎿ 규모 발전소를 짓는다. 원전은 한국형 APR1400 2기와 웨스팅하우스 AP1000 6기 등 8기에 최대 1200억 달러를 투입하는 틀을 마련했다. 알래스카 LNG는 상업적 합리성을 따져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세 사업이 관세 압박을 한 고비 넘기는 동시에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 기회를 넓혔다는 데 의미를 뒀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전반적으로 평가하면 일단 한 고비는 넘었다”며 “양국이 합의해 발표하는 단계까지 온 만큼 그동안 이어진 압박도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 진입은 국내 기업의 일감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엔시날에서는 발전 기자재와 설계·시공, 운영·정비 전반에 한국 기업 참여가 추진된다. 원전도 APR1400은 물론 AP1000 건설에 국내 시공사와 기자재 업체가 참여할 수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학과 교수는 “투자라면 돈이 벌리는 곳에 해야 하고 투자한 돈이 일감으로 우리나라에 돌아올 수 있으면 더욱 좋다”며 “그런 측면에서 원자력 투자는 맞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원전은 일감 확보를 넘어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 한국형 원전이 진출한다는 상징성도 크다. 기존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 간 타협협정(SA)에서는 APR1400의 미국 내 건설이 제한됐지만 이번 투자에는 2기를 예외로 두기로 했다.


AP1000 6기에도 우리 기업이 참여하면서 웨스팅하우스 공급망 진입 기반도 마련됐다. 향후 미국에서 APR1400이 경쟁력을 인정받으면 추가 수요와 제3국 수주 확대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23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과 미국 원전, 알래스카 LNG 등 3개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사진은 신고리3·4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엔시날은 전력값, 원전은 공기 지연…수익성 가를 변수


미국 시장으로 들어갈 문은 열렸지만 사업별 수익 계산은 이제부터란 평가다. 엔시날은 전력 판매단가, 원전은 공사기간이 손익을 좌우할 수 있어서다.


엔시날 사업은 2027년 톨링 방식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계획이다. 발전사는 실제 발전량이 아닌 약정 설비용량을 기준으로 매달 고정요금을 받고 가스비와 용수비 등 변동비는 전력 구매자가 부담하는 구조다.


결국 수익성은 PPA를 누구와 얼마에 체결하느냐에 달렸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백브리핑에서 “PPA 계약과 관련해서는 미국 측에서 적극적으로 주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큰 만큼 서둘러 계약하기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수요처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원전은 공기 지연을 얼마나 막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비용 초과 가능성을 고려해 최대 1200억 달러 가운데 200억 달러를 예비비로 잡았다. 또 공기를 줄이기 위해 상업적 합리성 검토 등을 전제로 연말까지 최대 100억 달러를 먼저 지급해 원자로 용기와 증기발생기 등 장주기 품목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미국에서는 공기 지연으로 원전 사업비가 급증한 전례가 있다. AP1000을 적용한 보글 3·4호기는 각각 2016년과 2017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 가동은 2023년과 2024년에 이뤄졌다. 약 7년 늦어지면서 총사업비도 당초 140억 달러에서 350억 달러로 2.5배 뛰었다.


정 교수는 “원전 건설 기간이 1.5배, 2배로 늘어나면 건설비가 두세 배 늘어난다”며 “거기에 지체보상금까지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 지연이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라 투자 수익을 흔드는 위험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원전 2기당 건설비 250억 달러와 예비비 50억 달러를 합쳐 투자 한도를 최대 300억 달러로 묶었다. 한도를 넘는 비용은 한미 전략투자 기금에서 추가로 부담하지 않는다. 향후 부지와 사업구조, 건설 일정이 구체화되면 사업별 상업적 합리성을 다시 따져 최종 추진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미 알래스카주의 앵커리지 부근에 있는 쿠크만의 개펄. ⓒAP·뉴시스
알래스카 LNG, 관세 인하로 경제성 문턱 넘을까


알래스카 LNG는 아직 투자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이 관세 인하와 장기 구매계약 등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사업성을 충분히 따진 뒤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의 천연가스를 남부로 운송할 대규모 파이프라인과 LNG 수출터미널을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미국이 제시한 관세 인하는 한국산 기자재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사업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대규모 파이프라인 건설비와 인허가 지연, 현지 인력 확보 문제는 경제성 확보의 변수로 꼽힌다.


김 장관이 지난달 22일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우리 입장에서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략적 이익이 있어도 상업적 합리성이 없으면 안 한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상업적 합리성을 투자 전제로 내건 만큼 서둘러 결론을 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측이 사업 추진에 더 적극적인 만큼 조건을 충분히 따져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금 손해는 안 보는 정도에서 불확실성은 있지만 일단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너무 조급하게 쫓겨서 할 필요는 없다. 미국이 오히려 급한 쪽인 만큼 당초 약속을 제대로 지키도록 요구하면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정다운 기자 (sana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