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北에 446억 배상 판결…집행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탈북 국군포로 생존자들 소송 역시 승소했으나 北 배상금 지급 없어
통일부 "정부가 소송 제기한 채권 소멸 시효 완료 막는 목적 달성"
폭파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뉴시스
법원이 북한에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지만, 실제로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통일부가 법원의 판결 직후 "대화"를 언급한 배경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김형철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대한민국 정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청구한 446억2641만722원을 그대로 인용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에게 400억원이 넘는 돈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청구액에는 폭파로 인해 사라진 연락사무소 청사(101억원), 전손 피해를 입은 종합지원센터(344억원)에 대한 손해 비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를 집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선 판결 내용을 북한에 전달할 길이 없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3년 6월 소송이 제기됐는데, 재판부는 북한에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릴 방법이 없어 2025년 2월에야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내용을 게시한 뒤 송달됐다고 간주하는 방식이다.
마찬지로 이번 판결에 대한 판결문 송달 역시 불가능하다. 정동영 장관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남북 간의 대화가 단절된 지 벌써 7년이 넘었다"고 한 발언은 단순히 북한과의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닌, 연락 자체가 안된다는 의미다.
북한을 상대로 승소한 다른 재판에서도 배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점도 이유로 꼽힌다. 탈북 국군포로 생존자들은 지난 2000년부터 세 차례 걸쳐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1인당 2000만~500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북한은 이에 대한 어떠한 금액도 지불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의 대응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통일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면서 "남북대화가 재개돼 모든 남북간 문제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무도한 불법적 행태에 아무런 지적이나 비판 없이 그저 "대화"만을 언급한 데 대해 지나친 굴종 자세라는 비판도 있다. 뒤늦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7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충격을 줬다"며 "잘못된 일"이라고 바로잡았다.
다만 이번 판결에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법원의 판결로 채권 시효가 10년 연장됨에 따라 향후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됐을 때 남북 대화의 의제로 올려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열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가 소송을 제기한 주요 목적은 채권의 소멸 시효 완료를 막고 국가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승소로 그 목적이 달성됐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020년 6월16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해당 건물은 2007년 준공돼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회의사무소(경협사무소), 남북회담 장소 등으로 쓰였으나,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부터는 남북연락사무소로 운영됐다.
개소 이후 남북 교류의 거점 역할을 수행했으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 소장 회의 중단에 이어 이듬해 1월 코로나19로 남측 인력이 철수하면서 빈집이 됐고, 몇 개월 뒤 북한에 의해 잿더미가 됐다.
통일부는 2023년 6월14일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북한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정부가 원고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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