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지분' 논란부터 교섭단체 요건까지
김민석·조국 연일 공개 충돌하며 신경전
대권 노리는 金, 진보 경쟁자 견제 해석도
"둘 사이 라이벌 의식 있을 수밖에 없어"
왼쪽부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뉴시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을 향해 잇따라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범진보 진영의 연대와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조 원장과 혁신당이 요구하는 정치개혁 방안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청래 민주당 전 대표와 당권 경쟁을 벌인 데 이어 이번에는 범진보 진영의 또 다른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는 조 원장과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1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민석 대표는 지난 12일 민주당 경기 평택을 지역위원회 행사에서 혁신당 등 친여 군소정당과의 연대를 언급하며 "이 과정에서 분명하게 지켜야 할 것은 경쟁력"이라며 "어떤 지분을 놓고 나누는 시대는 지났다. 그것은 구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합당을 하건, 연대를 하건 대원칙은 경쟁력이어야 한다"며 "민주당은 보수와 중도를 끌어안는 구조적인 다수, 진보정당의 맏형의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조 원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구조적 다수'의 이름 아래 자파만을 위한 '구조적 소수'의 길을 가고 있다"며 "누가 언제 지분을 달라고 했단 말이냐"고 반박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조국이나 혁신당이 공식적·비공식적으로 지분을 요구한 것처럼 만들었다"며 "모욕적"이라고 했다. 조 원장은 혁신당을 "내란과 대선 과정에서 어깨 걸고 싸웠던 우당"이라고 규정하며 김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양측의 충돌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조 원장은 지난 14일 김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당내 비판을 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전조'를 언급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김 대표가 추미애 경기지사를 비판하기 위해 '노무현 탄핵'을 꺼내면서 오히려 '이재명 탄핵'이라는 관념을 유포할 수 있다며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모른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다음 날인 15일 유튜브 '민주당TV'에 출연해 조 원장의 주장을 "무의미하고 과한, 사실은 걱정을 위장한 흔들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하늘을 가리키면 손가락을 보면 안 되고 하늘을 봐야 한다"며 "탄핵은커녕 탄핵의 뭐 새끼의 새끼의 새끼, 꼬마의 꼬마의 꼬마도 될 정도로 이 정부가 흔들릴 가능성이 1도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신경전은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둘러싼 갈등으로도 번졌다. 김 대표는 전날 민주당TV에 출연해 진보세력 연대 방안으로 현행 20석인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15석 정도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선투표제와 경쟁력 있는 후보 단일화 등과 함께 진보정당 연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혁신당의 반응은 냉랭했다. 혁신당은 "민주당 지도부와 정치개혁, 연대와 통합 관련 공식·비공식 접촉을 한 바 없다"며 김 대표의 발언에 선을 그었다. 교섭단체 요건 역시 현행 20석을 15석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유신 이전 수준인 10석으로 낮추는 것이 당론이라고 밝혔다.
조 원장도 "20석 기준은 1973년 박정희 독재 정권이 야당을 옥죄기 위해 도입한 유신의 잔재"라며 10석으로 낮추는 것은 거대 정당의 '시혜'가 아니라 의회 민주주의의 정상화라고 주장했다.
갈등은 17일에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민주당TV에서 혁신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당원 투표를 가정할 때 반드시 이중 당적 정리가 사전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혁신당이 전날 '접촉한 바 없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이미 그 전에 저희가 만났다"며 박범계 대통합위원장 등에게 접촉을 지시했고 이중 당적 문제 정리도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장식 혁신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춘생 사무총장이 어젯밤 한번 만나자는 전화 한 통을 받은 것 이외에 어떠한 협상 테이블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가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선심 쓰듯 말하고 있다며 "연대와 통합 공세를 통해 주도권 확보에만 몰두한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혁신당은 김 대표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10석으로 교섭단체 요건을 낮추는 법안부터 국회 운영위에 상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의 행보를 단순한 연대 논의 과정에서 나온 신경전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대표가 '진보정당의 맏형'을 자처하며 범진보 진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상황에서 조 원장과 혁신당이 별도의 정치 공간을 구축할 경우 민주당과 지지층이 겹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조 원장은 이재명 정부를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레드팀'을 자처하면서도 정부의 성공을 강조하는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과 같은 범진보 진영에 속하면서도 정부·여당의 노선과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는 만큼, 향후 진보 진영 내 정치적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김 대표와 조 원장은 범여권 차기 대권 주자에서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천지일보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14~15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범여권 성향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김 대표 14.9%, 민주당 정청래 의원 8.4%,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 7.9% 순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와 조 원장의 지지도 격차가 있긴 했지만 두 사람이 향후 범진보 진영의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런 해석에 선을 긋는다. 김 대표가 먼저 교섭단체 완화 등을 제안한 만큼 '대권을 위한 정적 제거'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현재 개인의 정치적 성공보다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제안하고 선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혁신당 내부에서는 김 대표의 행보를 대권 구도와 연결하는 시각이 나온다. 한 혁신당 의원은 "오늘(17일)은 이중 당적을 정리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민주당 당원들이 혁신당으로 입당하는 것을 차단하고 싶은 속내가 있는 것"이라며 "본인의 대권 가도에 방해가 도니 이런 부분은 다 쳐내고 싶은 김 대표의 속내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진보 진영 차기 대권 주자인) 조 원장과 추미애 경기지사를 공격하는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 대표는 집권당 대표이고 조 원장은 제3당 전 대표였던 만큼 라이벌 의식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면서 견제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의 코어인 호남에서 이탈한 지지층이 조 원장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혁신당을 향한 김 대표의 최근 발언들은) 민주당 지지층 이탈을 차단하기 위한 견제구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