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보고·18일 MOU 서명 모두 미뤄져
조현 "한미 이견 아닌 국내 절차 문제"
NSC서 호르무즈 파병 안건도 빠져
李대통령 18일 회견서 입장 밝힐 듯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을 접견,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 프로젝트의 첫 사업 국회 보고가 돌연 연기됐다. 이에 따라 예정됐던 한미 양해각서(MOU) 서명과 공식 발표도 미뤄졌다. 이번주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청와대는 관련 사안에 언급을 아끼며 지켜보는 분위기다. 18일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직접 설명이 나올지 주목된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17일로 잡혀 있던 비공개 보고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대미투자특별법상 정부는 협상 체결 전 국회 소관 상임위에 사전 보고를 마쳐야 한다. 보고가 미뤄지면서 서명 절차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됐다.
대미투자 사업 확정은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한미전략투자사업관리위원회 검토와 재정경제부 장관이 위원장인 한미전략투자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국회 보고로 마무리되는 구조다. 국회 보고가 마지막 단계인 만큼 이 절차가 끝나야 MOU 서명으로 넘어갈 수 있다. 국회 일정은 오는 21일 또는 22일로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7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미투자 발표 일정 지연과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이 있다기보다는 절차적인 문제를 확실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협상 자체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정황도 확인된다. 산업부는 연기 사유에 대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며 접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원전 분야에서는 한국의 웨스팅하우스 지분율과 의결권 수준을 두고 양측 입장이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670억달러 규모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참여와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파이로프로세싱 사업 투자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연기 배경이나 협상 쟁점에 대해 별도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미투자가 정상 간 합의에서 출발한 사안인 만큼 최종 조율에 청와대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같은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도 연기됐다. 당초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와 국회 동의안 제출 시점이 안건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 장관의 방미 일정과 맞물리며 논의가 미뤄졌다. 대미투자와 파병 모두 한미 간 조율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확인한 뒤 판단하겠다는 기류가 읽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부처 협상이고 청와대는 진행 상황을 공유받는 수준일 것"이라며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 같다"고 했다. 협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 보고부터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다. 그는 "이 문제도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전체적으로 양국 관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나올 것"이라며 "어떤 이슈든 국익에 반하거나 우리 입장과 다른 것은 상세하게 설명도 하고 분명한 입장을 견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두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접견을 제외하고 대부분 일정을 비워둔 채 예상 질문을 추리고 답변을 다듬으며 국민을 설득할 메시지를 찾는 데 시간을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대미투자와 파병 모두 정부 내 조율이 끝나지 않아 이 대통령이 확정적인 답을 내놓기보다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는 선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