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목까지 정치가 흔드는 나라 [기자수첩-사회]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9.11 07:00  수정 2026.09.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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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장악은 다르다

법원이 흔들려서 되겠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뉴시스

법원은 싸움을 시작하는 곳이 아니라 끝내는 곳이다. 정치권과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갈등이 결국 법정으로 오고,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마지막 판단을 내린다. 11일은 이런 사법부의 역할을 되새기는 법원의 날이다.


법원의 날은 1948년 9월13일 미군정으로부터 사법주권을 되찾은 것을 기념해 제정됐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법원의 날 의미를 차분히 되새기기에 녹록지 않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권교체를 잇달아 거치며 정치·사회 갈등은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이미 정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검찰청은 폐지를 앞두고 있고, 경찰 역시 다시 개혁의 수술대에 올랐다. 주요 권력기관을 둘러싼 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 신뢰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사법부 역시 그 흐름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최근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와 대법관 후보 제청 문제를 놓고 정치권 공방이 이어졌다. 사법부의 수장과 법원 구성 문제까지 정치권의 주요 쟁점이 됐다.


사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판결도 적지 않았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역시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었다.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사법부가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다. 필요한 개혁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사법부를 흔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나올 때마다 법원 전체를 문제 삼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사법부의 수장과 구성을 둘러싼 논쟁을 반복한다면 법원의 독립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법원이 정치권의 기대와 여론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면 더 이상 갈등의 마지막 판단을 맡길 수 있는 기관이 되기 어렵다.


법원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 판결은 비판받을 수 있고 잘못된 제도는 고쳐야 한다. 하지만 사법부 개혁과 사법부 장악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정쟁을 이어가며 정치가 혼탁해지고 있고, 어느 때보다 많은 제도와 권력기관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그럴수록 법원은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사법부 역시 필요한 변화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나올 때마다 법원을 흔들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사법부의 틀까지 바꾸려 한다면 법원 역시 정치의 연장선이 될 수밖에 없다.


나라가 흔들릴수록 법원은 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정권과 국회, 여론이 아닌 헌법과 법률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 법원의 날을 맞아 사법부에 다시 요구되는 것은 결국 그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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