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권은 비대, 내부 통제는 마비… "단순 일탈 아닌 총체적 부실"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6.08.26 16:12  수정 2026.08.26 16:16

실종 사건 허위 종결부터 증거 인멸·실적 부풀리기 의혹까지 불거져

"'폭탄 돌리기'식 인사 대신 제대로 된 재교육 또는 제재 가해야"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업무 과부하도 원인 지목…"警 시스템 잘못 돼"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 A 경장 지난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제주 실종 사건의 허위 종결,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 및 증거 인멸 정황 등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현장에서 경찰의 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치안 현장에서 연이어 허점이 드러나자 경찰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만이 경찰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 자치경찰제를 고집하기보다는, 국가경찰 체제로 일원화하는 것이 조직 기강 관리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전국 곳곳에서 현직 경찰관의 부실 수사 및 증거 인멸 정황이 연이어 발견되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은 장미란 씨 등 실종 신고 2건에 대해 실제 수색을 거치지 않고 시스템에 허위 정보를 입력해 수사를 종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부 경장은 전날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다만 부 경장은 여전히 "실종자와 연락을 했다"는 기존 주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에서는 지난 5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의 부친 장모 경감이 핵심 물증인 성인용품(리얼돌)과 휴대전화 두 대를 폐기한 사건이 발생했고 전북경찰청 소속 A 경감은 불법 촬영을 시도한 아들의 휴대전화 증거를 없앤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경북 경주경찰서 소속 현직 경찰관들이 음주운전과 강제추행 혐의로 잇따라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현직 경찰관들의 잇단 음주·성비위 의혹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편법을 동원한 실적을 부풀린 정황도 최근 드러났다. 최근 경북 구미경찰서가 한 건의 절도사건을 51건으로 나눠서 보고해 실적 부풀리기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미경찰서 측은 "사건을 맡은 담당자의 작성 지침 미숙지에 따른 실수"라면서도 실적 부풀리기 의혹은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일차적 원인으로 느슨한 인사 시스템과 상급 관리자들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한다.


경찰청. ⓒ데일리안DB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의 잇따른 비위 사건에 대해 "자질이 안 되는 경찰관들이 벌인 개인적인 비위 행위"라며 "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관리자들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동안 경찰 내에서 관리자들은 그냥 거쳐 가는 자리나 도장 찍는 자리로밖에 인식이 안 돼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문제 소지가 있는 인원에 대해 이른바 '폭탄 돌리기'식 인사를 낼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재교육을 시키거나 제재를 가하는 식의 엄격한 인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업무 과부하 역시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대공 수사, 집회 시위, 인파 관리 등 모든 업무를 경찰이 다 떠안게 된 과도한 업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향찰' 논란에 대해서는 "경찰들이 향찰이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경찰의 시스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수사 실무자들이 종결을 한다든지 뭉개버리는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 자치경찰제를 폐지하고 국가경찰 체제로 일원화하는 것이 통합적인 통제와 기강 확립에 도움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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