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늘었는데 매출은 뚝…줄어든 파이, 더 가혹해진 '대작 독점'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7.25 06:35  수정 2026.07.25 06:35

1분기 공연건수 7.4% 늘었지만 매출·단가는 하락

대형 극장 매출 67.6% 독식… 허리 무너지는 대학로 소극장

2026년 1분기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공연 공급량과 실제 매출 실적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대에 올려진 작품 수와 회차는 전년 대비 늘어났으나, 전체 티켓 매출액과 예매량은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전체 시장의 외형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관객의 구매력이 검증된 대형 흥행작으로 집중됨에 따라, 상위 대작 위주의 독점과 양극화 현상이 한층 가혹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2026년 1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뮤지컬 장르 공연건수는 78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그러나 총 티켓판매액은 약 1264억원으로 5.7% 감소했고, 티켓예매수 역시 205만 5000여 매로 0.5% 줄어들었다.


이러한 디커플링 현상의 1차적 원인은 제작 시장의 과열 공급과 관객의 구매력 감소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늘어난 제작 수요로 무대 공급은 대폭 늘어났으나, 지속된 티켓 가격 인상과 고물가 여파로 관객층의 실질 소비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실제로 관객 1매당 평균 판매액은 6만 1515원으로 전년 대비 5.2% 하락했다. 이는 관객들이 관람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중저가 좌석을 선택하거나, 이른바 ‘n차 관람’ 횟수를 줄이는 등 실속형 관람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공연 1건당 평균 매출이 12.2%나 급락(1억 8462만 원→1억 6209만원)하며 시장 전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전체 시장 파이가 줄어들자 관객의 소비 행태는 ‘위험 회피’로 돌아섰다. 관람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실패 확률이 낮은 유명 라이선스나 대형 스타 캐스팅 작품에만 지갑을 열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1000석 이상 대형 공연장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67.6%(약 854억 원)까지 치솟았다. 대형 극장의 공연건수 비중이 단 12.4%(97건)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소수의 대작이 시장의 돈줄을 사실상 독식한 셈이다.


실제로 ‘킹키부츠’ ‘비틀쥬스’ ‘데스노트’ ‘물랑루즈!’ ‘한복 입은 남자’ ‘안나 카레니나’ ‘위키드 내한 공연’ ‘슬립노모어 서울’ ‘렌트’ 등 매출 상위 10개 대형작이 1분기 전체 시장 매출의 절반 이상인 55.0%(약 695억 원)를 가져갔다. 과거에는 대작의 흥행이 중소형 시장으로 관객을 유입시키는 분수 효과를 낳았으나, 현재는 대작이 전체 관객의 예산을 흡수해 버리는 ‘블랙홀 현상’으로 양상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대형작으로의 소비 집중은 중소형 제작사와 대학로 소극장 라인업의 재정난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300석 미만 소극장은 1분기 전체 회차의 37.3%(3945회)를 소화하며 무대를 지켰으나, 매출 비중은 6.0%(약 76억원)에 그쳤다. 1000석 미만 중·소형 극장 매출을 모두 합쳐도(약 353억원) 대형 극장 매출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구조적 양극화는 한국 뮤지컬 산업의 장기적 성장 기반을 흔든다. 중소형 극장은 신진 창작자와 새로운 IP(지식재산권)가 발굴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대작으로의 자금 쏠림으로 중소 제작사의 생존 기반이 약화되면, 위험 부담이 큰 신작 도전은 위축되고 기존 검증작의 반복 상연만 남는 ‘산업의 고령화’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한 중소형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관객들이 티켓 가격 부담 때문에 검증된 대형 뮤지컬에만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중소형 창작 뮤지컬은 회차를 아무리 늘려도 적자를 면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며 “신작을 개발하고 창작자를 육성하는 허리층이 무너지면 결국 대형 뮤지컬 시장도 공급할 새로운 콘텐츠가 고갈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작정 작품 수만 늘리는 공급 경쟁에서 벗어나, 중소형 창작 기획작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제작 지원 방식과 티켓 유통 구조를 다변화하는 정책적 체질 재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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