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로 오세요"…현충일 청년들 "재선거, 우리가 외친다"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6.06 20:23  수정 2026.06.08 08:56

태극기·손글씨 피켓…특정 정파 없이 자발적 집결

"언론은 어디에"…음모론자 낙인에 분노한 청년들

"청년이 애국자"…전국서 모인 20·30대 세대 화답

투표지 부족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현충일인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데일리안 어윤수 기자

바닥에 엎드려 마카로 종이에 글씨를 쓰는 청년들, 그 옆으로 태극기를 든 인파가 끝없이 이어졌다. 현충일인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를 가득 메운 청년들의 풍경이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약 1만명이 개표소 인근 8개 출입구 일대에 집결했고, 오후 8시께에도 인파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오후 6시 올림픽공원 내 실시간 인구는 4만2000~4만4000명이며 이 가운데 32.3%가 20대였다.


서늘해진 저녁 날씨 속에서 삼삼오오 더 모여들었고, 개표소 주변은 좀처럼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이날 현장에서 특정 정치인의 복권이나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직 "재선거"였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직접 스케치북을 꺼내 "재선거", "투표용지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등의 문구를 썼다. 마카와 종이는 자발적으로 나눔이 이뤄졌고, 개표소 유리창에는 손글씨 피켓이 빼곡히 붙었다.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 피켓은 보이지 않았다. "언론은 시민을 시위대로 봅니다" 등 언론과 정치권을 겨냥한 문구들이 유리창을 채웠다. 태극기의 빨강과 파랑이 뒤섞인 채 "재선거"를 외치는 구호와 애국가가 번갈아 울려 퍼졌다.


청년들이 바닥에 엎드려 손수 피켓을 제작하고 있다.ⓒ데일리안 어윤수 기자

'STAFF'라고 쓴 테이프를 모자에 붙인 자원봉사자들이 바닥에 초록색 테이프로 동선을 표시하며 질서를 잡았다. 무료 페이스페인팅 재능기부도 진행됐다. 수만명에 달하는 인파에도 별다른 충돌 없이 질서정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세대를 아우르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어르신들이 청년들 곁에 서서 "청년이 애국자야"라며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서초구 거주 60대 A씨는 "청년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니 얼마나 아름답지 않나"며 "나설 때는 나서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전국 각지에서 발걸음이 이어졌다. 인천에서 상경한 20대 B씨는 "서울도 투표용지가 부족했다길래 왔는데 믿기 어렵다"고 목이 쉬도록 외쳤다. 전주에서 올라온 20대 C씨는 "국가적 재난에 가까운 사건임에도 지방에서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며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알겠다. 언론이 보다 사명을 갖고 적극 보도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성남 분당에서 온 30대 D씨는 "모 언론이 우리 유권자를 음모론자로 싸잡아 비난하더라. 화가 나 직접 나왔다"며 "오늘 와보니 현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는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언론은 뭐 하고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어디에 있나"라고 질타했다. 송파 거주 20대 E씨도 "언론에 보도도 안 되니 직접 소리쳐 알려야 하지 않겠나"며 "좌우를 떠나서 한목소리로 규탄해야 한다"고 했다.


개표소인 핸드볼경기장 유리창에 손글씨 피켓이 붙어 있다.ⓒ데일리안 어윤수 기자

정치권과는 선을 그었다. 용산구 거주 20대 F씨는 "어제(5일) 모 정치인이 마이크 잡고 청와대로 모이자고 했는데 우리는 잠실을 지킬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정치인들끼리 싸우고 우리는 여기서 선관위를 향해 계속 재선거를 외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기동대를 투입해 일부 입구를 차단했다. 전날 잠실7동 제2투표소 봉쇄를 경력 1000여명으로 강제 해산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별다른 물리적 개입 없이 대치 상태를 유지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투표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곳은 서울 송파구 가락2동·잠실2동·잠실4동·잠실7동·문정2동, 강남구 청담동, 광진구 구의3동과 인천 연수구 동춘1동·송도5동 등이다. 투표소 기준으로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송부한 곳은 전국 67곳이며, 이 가운데 실제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으로 파악됐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잠시라도 투표가 중지됐다가 재개한 투표소는 총 22곳인데, 이 중 송파구가 12곳이다.


잠실 개표소 인근에 집결한 시민들이 태극기와 손글씨 피켓을 들고 "재선거"를 외치고 있다.ⓒ데일리안 어윤수 기자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일대에 모인 청년들이 태극기와 피켓 등을 들고 있다.ⓒ데일리안 어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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