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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선거에 강한 남자' 홍문표가 본 총선 패인은…


입력 2020.10.04 09:00 수정 2020.10.04 08:31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2004년 총선, 충청권 유일의 한나라당 생환자

'폭망' 지방선거서도 군수·도의원 승리 일궈내

"정당 후보라면 '정책과 조직' 갖춰야 했는데

여권이 질렀던 '물갈이' 술수 한 방에 당했다"

국민의힘 4선 중진 홍문표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4선 중진 홍문표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보수정당이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올해 총선까지 전국단위 선거 4연패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 따른 전국민적 분노에도 선거에서 심판이 이뤄지지 않자, '제2의 조국 사태'라 불리는 '추미애 사태'에도 집권 세력은 요지부동이다. 보수 성향 국민들의 선거 승리에 대한 '타는 목마름'을 해갈해줄 인물은 없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2004년 총선이 끝난 직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최고위원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던 사람이 있다. 그해 총선에서 충청권 24석의 한나라당 후보가 전멸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당선된 홍문표 의원이었다.


"국회는 선수(選數)다. 초선이 어떻게 최고위원을 하느냐"며 사양했던 홍 의원은 충청권 28석이 거의 다 무너진 올해 총선에서도 당당히 당선, 어느덧 4선 중진 반열에 올랐다.


홍문표 의원은 보수정당이 '폭망'한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지역구인 예산군수·홍성군수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고, 도의원·군의원 최다 당선률을 달성했다. '선거에 강한 남자'라 불리는 홍 의원은 추석 명절을 맞이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생활정치에의 신념 △정책과 조직과의 관계 등 '비결'을 풀어냈다.


"여러 선거서 지지 않았던 것, 바탕은 생활정치
농·어민 절실한 면세유, 생활정치서 나온 정책
생활체육으로 국민 건강하고 건보수가 덜 들듯
'정치 덕분에 나와 나라 좋아졌다'가 생활정치"


국민의힘 4선 중진 홍문표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4선 중진 홍문표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 의원은 "2004년 총선 때 나 하나 충청권에서 된 것, 지방선거에서 양쪽 군수와 도의원·군의원 80%를 당선시킨 것, 어려운 여건에서 이번 총선에서도 당선이 된 것, 지금 말씀드린 이런 것들은 전부가 바탕은 생활정치"라며 "우리 국민의힘은 이제 정신 바짝 차려서 생활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정치'와 관련해 홍문표 의원의 대표 역작으로 알려진 게 면세유(免稅油)다. 농어업용 면세유 제도는 1972년에 도입됐다가 2000년대 중반 일몰을 앞두고 있었다. 홍 의원은 당시 이 제도를 살리려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36만 명의 농어민 서명을 받아냈다.


홍 의원은 "우리 국회에 60만여 개의 법이 있다고 하는데, 1년에 2조 원을 써서 단일법안으로는 예산이 제일 많이 들어간 법"이라며 "농어민과 축산인 모두에게 필요한 법이라 만들었다. 다들 '면세유는 홍문표가 법을 만들어서 잘 쓰고 있다'고 하니, 이런 게 생활정치에서 나오는 정책"이라고 자부했다.


'정치 때문에 내가 살기 좋아지고 사회가,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전체가 좋아진다'는 것이 '생활정치'라는 설명이다. 홍문표 의원은 생활체육에 빗대 이를 설명했다.


홍 의원은 "서울에만, 도시에만 '체육'이 있었던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도시나 농촌이나 똑같이 건강을 위해 테니스도 치고, 탁구도 치고, 농구를 하는 생활체육이 자리를 잡았다"라며 "이게 활성화가 되면서 국민이 건강해지고, 국민이 건강하니 건강보험 수가도 덜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도 같은 방식으로, 정치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정치 덕분에 생활이 좋아지는 게 생활정치"라며 "생활이라는 골간에 하나하나 살을 붙여 정책을 만들어 법과 제도를 바꿔나가 '정치 덕분에 내가 좋아졌다'는 방향으로 발전해가는 게 내가 생각하는 정치의 구도"라고 밝혔다.


나아가 "오래 전부터 착안해 실천하다보니 여러 선거에서 지지 않고 계속 승리를 했다. 생활정치의 결과"라며 "개혁이란 하루 아침에 없던 것을 만들어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권력자에 반하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줘 '청소'하는 게 개혁이 아니다. 모든 것을 생활정치·생활행정·생활교육·생활체육과 같이 바꿔가는 게 개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책이 생활정치의 전부?…조직 필요성도 강조
"정책과 조직, 정당이 갖춰야할 '동전의 양면'
좋은 정책도 조직 없으면 국민께 어필 안된다
마타도어로부터도 스스로를 지킬 조직 있어야"


국민의힘 4선 중진 홍문표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4선 중진 홍문표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문표 의원은 약관 스무 살의 나이인 1967년, 우리 제헌헌법을 초잡은 현민 유진오 선생(당시 신민당 총재)의 선거를 도우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신민당 조직부장·청년국장 등을 거치며 수많은 선거를 치러와 '살아있는 야당의 역사'라고도 불린다.


국민 생활에 기반을 둔 좋은 정책만 있으면 그것이 '생활정치'의 전부이고, 그로써 선거를 이길 수 있는 것일까. 홍 의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책과 조직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좋은 정책도 조직이 없으면 국민에게 어필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홍문표 의원은 "인터넷 시대라고 조직에 관심을 갖지 않는데 큰 실수"라며 "'구태의연하게 조직이 무슨 소용이냐, 정책만 있으면 된다'라는데, 이렇게 흘러가면 좋은 정책이 있어도 홍보할 조직이 없어서 그냥 (선거에서) 가버린다"고 단언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여야가 평평한 운동장에서 다투는 게 아닌 것이 엄연한 정치현실이다. 홍 의원은 "여당은 우군이라 할만한 조직이 많아 주변에서 힘을 보태주고, 관변단체만 해도 엄청나다"며 "야당은 과거의 우호적인 조직들도 거의 넘어가고, 붙어있는 것도 떨어지거나 관계가 끊어지는 아픔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한때 여론조사 선두로 치고올라갔다가 '마타도어' 한두 방에 폭락하며 3위로 주저앉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분석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역사가 오랜 정당이라 나름의 조직이 있는 반면, 제3당은 사실상 조직이랄 게 없었다.


홍문표 의원은 "조직이 있으면 (선거 때) 소위 마타도어나 유언비어도 막을 수가 있지만, 조직이 없으면 무방비가 돼서 무슨 소리를 해도 다 당한다"며 "아무리 여당이 막무가내로 권력·돈으로 공갈·협박을 해도, 야당 스스로 몸을 지키고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비전을 지켜내려면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조직 또한 생활정치를 모태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홍 의원은 "일례를 들어, 군(郡) 단위 지역이라면 보통 30~40개의 생활체육이 종목별로 자리를 잡고 있다"라며 "생활체육 종목별로 대화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홍문표 의원은 "동호인으로 취미 생활에서 만나는 분들이니, 함께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며 샤워를 같이 하는데 얼마나 인간관계가 돈독하겠느냐"라며 "샤워장에서라도 우리 지역에 필요한 정책이 한 마디 나왔을 때, 무심코 홍문표 얘기를 할 수 있는 분들이 있으면 나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일깨웠다.


결국 4·15 총선의 패인도 이같은 홍 의원의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인물'만 있을 뿐, 생활정치를 통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내놓을 수 없는 사람, 또는 '정책'이 있더라도 '동전의 양면' 관계인 '조직'이 전혀 없는 사람이 갑자기 너무 많이 공천이 됐다.


홍문표 의원은 "정책과 조직은 정당 후보자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건"이라며 "당시의 누구를 나무라자는 게 아니라, 이런 것을 아는 분이 당의 지도부가 되고 공천을 했더라면 지난 총선에서 140명 이상은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총선 패인, 여권 정치술수에 걸려든 측면 지적
"민주당 27%, 우린 45% '물갈이'…누가 이겼나
야당 잡으려 던진 수에 걸려 우리가 망했던 것
이젠 당·조직·선거를 잘 아는 사람이 나서야"


국민의힘 4선 중진 홍문표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4선 중진 홍문표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날 인터뷰에서 홍 의원은 4·15 총선의 패인으로 여권의 정치적 술수에 넘어간 것을 또 하나의 원인으로 꼽았다.


홍문표 의원은 "지난해 8월에 몇 개의 시원치 않은, 조그마한 언론들이 4·15 총선에서 대대적으로 '현역 물갈이'를 해야 한다며 이슈를 터뜨렸다"라며 "며칠 있다가는 국민 70%가 '현역 대폭 물갈이'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흘렸다"라고 회상했다.


이에 넘어간 황교안 당시 대표는 단식 투쟁에 돌입한 첫날 돌연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내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고 했다. 총선기획단도 '현역 의원 50% 물갈이' 기자회견으로 장단을 맞췄다. 이같은 기조는 '김형오 공관위'에까지 이어져, 결과적으로 미래통합당 현역 의원 45%가 '물갈이' 됐다.


그런데 그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정작 27%만 '물갈이' 하는데 그쳤다. 갑작스레 생소한 지역구에 투입된 통합당 후보들은 '정책'과 '조직'에서 압도당했다.


홍문표 의원은 "저들은 27%, 우리는 45%였는데, 그러면 국민이 원하는대로 우리가 '물갈이'를 더 많이 했으니까 우리가 당선이 더 됐느냐"라고 반문하며 "이게 바로 '정치쇼'였는데, 여기에 걸려들면서 우리가 망했던 것"이라고 탄식했다.


아울러 "저들이 던진 수를 볼 때에는 '저게 가능해서 정말 하려는 것인지' '불가능한데 야당을 잡으려고 던진 것인지' 살펴보고 역공해야 한다"라며 "이런 것에는 정치적 지혜와 용기, 오랜 경험이 필요한데, 저들이 지른 불길 속으로 우리가 멋모르고 뛰어들었으니, 정치적 술수 한 방에 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일정은 내년 4·7 보궐선거를 지나 2022년 대선으로 이어진다. 다음의 전국단위 선거인 대선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은 멸절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단위 선거 4연패 사슬을 끊고, 대선에서 반전을 이루기 위해 '선거에 강한 남자' 홍문표 의원은 어떤 복안을 갖고 있을까.


홍문표 의원은 "우리가 정권도 잡아봤고 빼앗겨도 봤지만, 다음 대선은 단순히 정권을 잡고 빼앗기는 그동안의 대선과 같은 성격으로 볼 수 없다"며 "문재인정권에서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사회주의로 가는 길목에 와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도, 국가도, 또 우리 국민의힘도 이보다 더 비상한 때가 없었다. 아주 비상한 상황"이라며 "정당은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폼으로 있는 게 아니다. 무에서라도 유를 창조해야만 정당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생활현장에서 정치를 접목해 만들어내고, '동전의 양면'인 정책과 조직을 통해 국민께 어필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당을 아는 사람, 조직을 아는 사람, 선거를 아는 사람, 이 세 가지를 아는 사람이 당을 맡아서 운영을 한다든지 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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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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