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교수 “세월호 학생, 생각하는 습관이 없어서 희생”

스팟뉴스팀

입력 2016.03.16 17:29  수정 2016.03.16 17:30

유감 표명 글에 “왜 상처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사과하겠다”

포스텍 교수가 생각에 대한 강의를 하며 “단원고 학생들이 사고를 당한 이유가 생각하는 습관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다. 사진은 포항공대 대나무숲 게시글 캡처.

포스텍(포항공대) 교수가 강의 도중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에 대해 “단원고 학생들은 생각이 없어 사고를 당했다”고 발언해 학생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포항공대 총학생회의 말을 인용한 세계일보는 ‘대학생활과 미래설계’ 과목 담당인 홍모 교수가 지난 9일 ‘생각’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단원고 학생들이 사고를 당한 이유는 생각하는 습관이 없어 선박 관리자의 지시를 아무런 생각 없이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홍 교수는 재차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을 지적하며 “생각하는 습관이 없으니까, 그냥 선장이 하는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들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SNS 페이스북의 포항공대생의 익명커뮤니티인 ‘포항공대 대나무숲’ 페이지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당시 강의를 들었던 학생이 “세월호 사건에 의해 소중한 친구를 잃은 사람으로서 그 이야기를 용납하기 힘들었다”고 홍 교수의 발언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억울하고 슬퍼서 어쩔 수가 없었다”며 “세월호 사건에서 돌아오지 못한 많은 분들이 생각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냐, 그들의 죽음은 그들의 책임이었냐?”고 억울한 마음을 토로했다.

익명의 커뮤니티에 쓴 글인 만큼 글을 쓴 학생이 실제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과의 친구였는지, 또는 표현상 그렇게 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시 희생 학생들이 고교 2학년이었던 만큼 올해 대학 신입생과 친구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

SNS에 글이 올라오고 논란이 되자 포항공대 총학은 곧바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 상당수 수강생에게 증언을 확보했다. 11일 홍 교수의 공개 사과와 학교 측의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학생교육위원회에서 홍 교수에게 메일로도 사과를 요구했다.

포스텍 교수가 생각에 대한 강의를 하며 “단원고 학생들이 사고를 당한 이유가 생각하는 습관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다. 사진은 홍 교수가 쓴 글 전문을 게시한 포항공대 자유미디어‘포춘’ 캡처.

이에 홍 교수는 15일 밤 뒤늦게 학교 내부망에 글을 올려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 글로 인해 반발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홍 교수의 글은 “강의에 대하여 의문을 가진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시작해 “나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받았다. 나의 발언으로 학생들이 상처를 받았다니 유감이고 미안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문장에서 “나로서는 납득 안되는 상처지만 학생들이 상처라 하니 그러려니 생각하겠다”고 말하고 오히려 “작년에도 똑같은 세월호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한 학생이 없었다. 왜 작년에 학생들은 상처를 안 받았는지 또는 받고도 참았는지 궁금하다”며 반문했다.

포스텍 학생교육위원회와 총학생회는 학생회장 김 군의 이름으로 대응 성명을 냈다. 총학생회는 “홍 교수의 발언은 이유를 막론하고 분명히 잘못된 발언이며, 최근 그가 올린 글은 결코 사과문으로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면담을 요청했다”며 “총학생 회장단의 이름으로 교수 교체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는 교육위 단계에서 움직였지만 이제 총학생회가 직접 움직이겠다”며 “중앙운영위원회 위원들 중심으로 대생설(대학생활과 미래설계) 수업에 참여해 요구를 전달하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요구사항을 전달하겠다”고 알렸다.

덧붙여 “교수와 싸우고자 함이 아니며, 옳지 않은 일에 ‘예전에는 문제없었다’는 말에 저항할 수 있는 포스테키안(포항공대 학생)이 되는 데 총학생회가 앞장서려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학생들은 총학생회의 의견을 지지했고, 네티즌들은 “각종 비상사태에 통제에 안 따르고 각자 생각대로 탈출하거나 움직이면 어떻게 될지 생각을 좀 해보라”고 홍 교수를 비난했다.

한편, 연세대에서도 한 교수가 지난 2월 17일 열린 이과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세월호 사고 때 개념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따르지 않고 탈출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는 한겨례의 단독 보도가 8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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