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대산은 감축안 제출 단계 진입
울산은 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이견으로 교착
샤힌 프로젝트 두고 감산 책임 공방 지속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사진 왼쪽)원유를 정제해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TC2C, 높이118m의 에틸렌 분리타워, 연간18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크래커 등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 ⓒ에쓰오일
정부가 요구한 석유화학 구조조정 계획안 제출 시한인 19일을 맞았지만, 울산 석유화학단지는 끝내 계획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데드라인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여수와 대산이 감축안 제출 단계에 들어간 것과 달리, 울산은 주요 기업 간 이해관계 충돌로 막판까지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구조조정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다.
이날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울산에 위치한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대한유화는 공동 계획안 제출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음에도, 계획안에 담길 감축 대상과 방식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은 이날까지 산업통상부 요구에 맞춰 자발적으로 구조조정 개편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 10곳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0일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 개편 자율 협약식’을 열고 연간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 규모를 270만~370만t 감축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구조 개편의 3대 원칙으로 과잉 설비 감축과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와 고용 충격 최소화를 제시하며 연말까지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제출하라고 업계에 요구했다.
울산 논의가 지연되는 가장 큰 배경은 SK지오센트릭과 에쓰오일 간 입장 차이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SK지오센트릭은 기존 NCC 설비만 감축하고 신규 설비를 제외하는 방식은 공급 조절 효과가 제한적이며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에쓰오일은 내년 말 상업 가동을 앞둔 샤힌 프로젝트를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연 180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춘 대형 신설 설비로, 에쓰오일은 아직 가동되지도 않은 신규 투자를 감산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특히 정유와 석유화학을 연계해 나프타를 직접 공급하는 통합 구조가 경쟁력 제고의 핵심인 만큼, 샤힌 프로젝트와 같이 원가와 효율 측면에서 최상단 경쟁력을 갖춘 신규 설비를 감축 대상으로 삼을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여수와 대산은 구조조정이 제출 단계로 넘어갔다. 대산은 이미 계획안 제출을 마쳤고 여수 역시 주요 기업들이 이날 정부 요구에 맞춰 감축안을 낼 예정이다.
여수에서는 제출 시한 직전까지 가장 큰 진통을 겪던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이 에틸렌 연산 47만t 규모 여천NCC 3공장 폐쇄를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정부와 협의해 제출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천NCC는 공동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이해관계 충돌로 막판까지 협상이 교착됐던 곳이다.
이밖에도 LG화학과 GS칼텍스도 NCC 통합 운영과 노후 설비 가동 중단을 골자로 한 계획안 제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산에서는 구조조정 방향이 이미 정리됐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지난달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연산 110만t 규모 NCC를 통합한 뒤 폐쇄하는 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대산은 사실상 구조조정의 첫 사례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여수와 대산이 계획안 제출 단계에 들어간 것과 달리 울산이 데드라인을 넘길 경우, 자율 구조조정 프레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시한 내 제출을 강조해온 만큼, 울산에 대해서는 이후 정부 주도의 조정이나 추가 압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울산은 기업 간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한 지역”이라며 “당분간 구조조정의 최대 변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는 22일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HD현대케미칼 등 10개 NCC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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