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증인 출석에 선서 거부…장시간 질의 이어지자 직접 답변
"국회·대통령도 대법원장 제청 관여 못해"…"재제청 요구 반박"
제2의 윤석열 질문엔 "모욕적"…계엄·격려금 의혹에도 해명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와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종료 전 마무리 발언에서 대법관 제청부터 12·3 비상계엄, 업무추진비와 격려금 문제까지 주요 현안에 직접 답변했다.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직접 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국감 시작과 함께 "국정감사의 시작과 종료 시에 대법원장이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을 드려온 관례에 따라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대법관 제청에 관한 증언 요구에는 삼권분립과 사법독립 원칙을 들어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증인 선서도 하지 않았다.
당초 인사말 이후 이석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채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당은 일반증인인 만큼 선서와 질의응답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이 인사말 이후 이석하는 관례를 존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조 대법원장은 오전 10시10분부터 점심시간 전까지 약 2시간30분간 자리를 지켰다.
계속된 질의에 조 대법원장은 준비해 온 A4 용지 2장을 꺼내 직접 입장을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선서하지 않고 답변도 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자 "모두가 궁금해하시니까 부득이 선서와 증언을 거부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며 약 6분간 발언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 104조를 근거로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가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해 위헌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 제청 과정에서 협의해 온 관행에 대해서도 "헌법의 근거는 없지만 대법원장이 신속하고 원활한 임명을 위해 자진해서 협력해 온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협의를 안 해도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면 제청 역시 헌법에서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재제청 문제와 관련해서도 청와대가 보낸 공문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히 기재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대법관 공백 장기화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거듭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제청 문제 외에도 의원들의 각종 질의에 직접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12·3 비상계엄 당시 대법원이 협조한 것 아니냐고 묻자 "대법원은 누구보다, 어느 기관보다 먼저 위헌적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전혀 비상계엄에 협조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계엄 당시 계엄사 측에서 인원 파견과 명단 제출을 요청했지만 자신이 "위헌적인 행위니까 보내지 말고 명단도 주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고도 설명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이냐"며 "법복 입고 정치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조 대법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고 "그런 말씀은 너무 모욕적이고 서글픈 일"이라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 의원의 발언에 항의하면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업무추진비와 대법관 격려금 지급 문제를 둘러싼 지적에도 조 대법원장은 직접 해명했다. 대법관 격려금과 관련해 "국가의 월급이나 격려금을 대법원장이 지출하는 게 아니다"라며 "지출관이 따로 있어서 그 사람이 지출하는 것이지 대법원장이 거기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 업무추진비로 회식하면서 고가의 술을 구매했다는 지적에는 "카드를 본 적도 없다"며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회식 과정에서 일부 금액이 기준을 넘어선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행정처에서 시정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국감 막바지에도 조 대법원장은 자리를 지켰다. 오후 마무리 발언에서 "대법원이 온전한 구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하겠다"며 대법관 공석 해소 의지를 밝혔다. 업무추진비와 격려금 문제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을 선언하는 사법부야말로 예산 집행에서도 누구보다 엄정해야 한다는 점을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 이후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면서 조 대법원장은 약 20분간 더 자리를 지켰다. 조 대법원장은 "제가 마무리 발언을 드리러 온 것이지 더 이상 질의를 받기는 어렵다"고 말한 뒤 국감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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