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로 '보수결집' 이뤘지만…국민의힘 '문화전쟁' 중도층 영향은?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6.10.07 06:00  수정 2026.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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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중단 요구부터 해외 영화제 차단까지

국민의힘, 일주일 넘게 암살자들 공세

"보수 결집에 도움"…당내선 효과적 평가

보수단체 불 지핀 '문화전쟁' 부작용 우려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가는 뒤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뉴시스

영화 암살자(들)로 촉발된 역사 왜곡 논란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이 영화를 둘러싼 논쟁을 '문화전쟁' '역사전쟁'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보수 진영의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것이 영향을 미쳤지만, 공세가 과열되면서 자칫 중도층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는 6일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돌입했지만,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와 함께 암살자(들)에 대한 공세 고삐도 함께 당겼다. 특히 각 상임위원회뿐 아니라,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 나아가 국민의힘 의원 전원까지 나서 이 영화의 상영 중단을 압박했다.


당장 정점식 원내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은 이날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암살자(들)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역사를 왜곡한 영화에 '개막작' 권위를 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당은 해외 영화제의 개막작 철회뿐 아니라, 국내 상영 중단까지 요구하고 있다.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 17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다루면서도 사실 관계를 악의적으로 왜곡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상영 중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추석 연휴 직후부터 일주일 넘게 암살자(들)의 역사왜곡 논란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영화는 보수 진영의 상징적인 인물인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격'의 배후를 북한이 아닌 박 전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했다.


당내에선 계파와 상관없이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특히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더라도 배우자를 정치적 이유 때문에 의도적으로 살해하려고 했다는 소재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국민의힘이 '문화 전쟁'이라고 규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작 과정에서 자극적인 소재에 여과 없이 통과됐다는 점에서 문화 예술계가 자정 능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한 비당권파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보수 진영의 문제를 떠나, 박 전 대통령이 어떤 공과가 있더라도 직관적으로 얘기하면 남편이 부인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이 소재 아닌가"라면서 "제작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느낌도 가지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미디어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냐는 토론에 나서는 측도 있지만, 당초 '보수 결집'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측도 있다. 실제 보수층에선 문화예술계가 좌편향 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는데, 이번 암살자(들)로 인해 분노가 분출됐다고 당 지도부는 판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보수 결집 차원에서도 당의 공세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도부 관계자는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 지지층 사이에선 정신적인 부분에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며 "지난 장외 집회에서도 보수가 결집한 이유 중 하나가 이 영화 논란이 일부 작용했다고 보는 만큼, 긍정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월 5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 고 육영수 여사 생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비판하고 있다.ⓒ뉴시스

장동혁 대표는 암살자(들) 논란을 '문화 전쟁'으로 규정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려는 시도에 대해 국민이 맞서 싸워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해당 발언을 지난 5일 충북 옥천에 있는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한 상태에서 나온 말이다.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해 '암살자(들)'을 막아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도부는 장 대표의 육영수 생가 방문이 적절한 정치적 활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유족들이 굉장히 의연하게 이 문제를 대처하고 있는데, 장 대표가 정치적인 입장에서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하는 모습은 적절한 생각이라고 본다"며 "이 영화는 고도로 만들어진 보수 진영의 정치적 자산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장 대표가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하는 것이 적절한 정치적 활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암살자(들)과의 신경전이 과열되면서, 보수 지지층 결집은 이뤘지만 반대로 과격한 행위까지 벌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보수 단체들의 제작진 등 규탄 집회가 이어지고 있으며, 영화에 출연한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배우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내 일부에선 영화의 역사 왜곡 논란을 바로잡아야 하지만, 자칫 공세가 과열되면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우리 당 입장에선 상징적인 인물로서 영화의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자칫 대중에게 왜곡된 이미지를 씌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것"이라면서도 "유해진 배우 집 앞에 보수 지지층이 집회를 하는 것이 자칫 또 다른 피해를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게 대중 입장에서 불편하게 보일 수 있다. 그렇기에 합리적인 선에서 다뤄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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