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입던 브랜드 Z세대가 찾는다"
전성기 맞이한 '아메리칸 패션'
후아유 연내 매장 100호점 돌파 전망
ⓒ이랜드월드
아메리칸 캐주얼이 패션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후드집업과 바시티 재킷, 스웨트셔츠 등 아메리칸 캐주얼의 대표 아이템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1990~2000년대 젊은층이 즐기던 스타일을 당시를 경험하지 못한 Z세대가 새로운 패션으로 받아들이면서 소비층도 세대를 넘어 확장되는 모습이다.
아메리칸 캐주얼의 부활은 글로벌 브랜드의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과거 인종·외모 차별 논란과 소비자 반발을 겪으며 장기간 부진했던 아베크롬비앤피치는 2017년 프랜 호로위츠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고 상품과 브랜드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했다.
그 결과 2023년 주가는 285% 상승해 당시 AI 열풍의 최대 수혜주였던 엔비디아의 239% 상승률마저 웃돌았다.
아베크롬비앤피치와 홀리스터를 운영하는 A&F는 2025 회계연도 4분기에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하며 13분기 연속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국 스타일을 대표하는 랄프로렌 역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Z세대를 중심으로 프레피와 ‘올드머니’ 스타일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랄프로렌은 오랜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젊은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할인 축소와 정가 판매 확대 등 브랜드 고급화 전략이 맞물리면서 2025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70억7900만달러(약 10조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케어링과 버버리 등 일부 유럽 럭셔리 기업들이 매출 감소를 겪은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두 글로벌 기업이 반등한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브랜드 헤리티지는 흔들지 않되, 그것을 누가 어떻게 입을지는 새로운 세대의 방식에 맞춰 다시 설계했다는 점이다.
이랜드 패션부문의 6년 연속 성장에 힘을 보태는 브랜드로···연내 매장 100호점 돌파 예상
국내에서는 이 문법을 잘 실천해온 브랜드로 이랜드월드의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WHO.A.U)'가 꼽힌다.
2000년 론칭한 후아유는 26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올해는 오프라인 매장 100호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후아유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유롭고 낙천적인 감성을 뜻하는 '캘리포니아 드림'을 헤리티지로 삼아, 론칭 초기부터 레터링 후디, 케이블 카디건, 바시티 재킷 등 시그니처 아이템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위기의 순간에는 오히려 앞서 나갔다. 2020년 팬데믹으로 국내 중가 캐주얼과 글로벌 브랜드들이 침체에 빠졌을 때, 후아유는 대대적인 리브랜딩에 나섰다.
곰 캐릭터를 '스티브'로 세련되게 리뉴얼해 브랜드 상징으로 굳히고, K-POP 아이돌과 배우를 모델로 기용해 국내외 MZ세대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뚝심 있는 브랜드 운영이 결실을 맺으면서 후아유는 이랜드 패션부문의 5년 연속 성장세에 힘을 보태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번 26FW 시즌에는 하나의 헤리티지를 고객층별 언어로 나눠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후아유는 '아메리칸 캐주얼'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라인을 네 갈래로 세분화했다.
▲걸코어 무드를 후아유식 내추럴 하이틴으로 풀어낸 'CALI GIRL' ▲캠퍼스 무드에서 출발한 'USA BOY'를 담은 'USA' 라인 ▲Y2K 트렌드와 스트릿 감성을 입힌 'IT GIRL' ▲클래식 아메리칸 캐주얼을 보다 자연스럽고 실용적으로 다듬은 '컴포트 아메카지' 중심의 'MENS' 라인이다.
특히 올 가을에는 남성 고객 확대에 힘을 싣는다. 여성 고객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후아유는 클래식 아메카지 무드를 실용적으로 풀어낸 컴포트 아메리칸 캐주얼 상품을 강화해 남성 고객층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마케팅 역시 고객군 단위로 메시지를 나눠 설계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기반 브랜드 서포터즈 '후즈크루'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과 상품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MCN 채널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콘텐츠 확산도 검토 중이다.
오프라인 접점도 넓어지고 있다. 후아유는 지난 4월 10일 잠실 롯데월드몰점을 새로 열었으며, 2030세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백화점 입점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한화갤러리아, AK플라자 등 5사 백화점 매장은 전년 21개에서 30개로 늘어날 예정이며, 이에 힘입어 연내 오프라인 매장 100호점 돌파가 예상된다.
"후드집업 매출 56% 늘었다" 이랜드 패션연구소, 생산 인프라와 시너지내는 후아유
올 가을 가장 먼저 성과로 이어진 품목은 후드집업이다.
후아유가 26FW 후드집업을 처음 선보인 9월 1일부터 9월 21일까지, 후드집업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후아유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며 긴팔을 찾게 되는 환절기 날씨에 '슬래커 코어(Slacker Core)'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했다.
슬래커 코어는 대충 걸친 듯한 무심하고 나른한 실루엣을 앞세워 과한 꾸밈보다 편안함과 개성을 우선하는 스타일로, 후드집업은 이 무드를 가장 손쉽게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꼽힌다.
흥행의 바탕에는 고객의 목소리가 있다.
후아유는 20대 고객의 의견과 선호도를 반영해 16가지 컬러와 4가지 핏으로 후드집업 라인업을 짰다.
모노톤에 그레이시 블루, 라이트 브라운, 올리브 그린, 퍼플 등을 더해 컬러 선택지를 넓혔고, 실루엣은 슬림핏·오버핏·루즈핏·크롭핏으로 나눠 취향에 맞는 한 벌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대표 아이템인 '시그니처 패치 후드집업'은 트렌드 컬러 그레이시 블루를 포함한 6가지 컬러에 4가지 실루엣을 모두 적용했다.
벌룬핏 팬츠, 커브드 팬츠, 버뮤다 팬츠, 와이드 팬츠 등 후드집업과 어울리는 하의도 함께 출시해 상하의를 묶은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고객 의견을 상품에 녹이는 과정은 후아유가 오랜 기간 다듬어온 시스템이다.
후아유는 시즌별로 연 3~4회 수십 명의 고객을 직접 만나 상품에 대한 상세한 피드백을 받는다.
사이즈와 핏, 디자인 등 항목별로 점수를 매긴 뒤 다음 시즌 상품에 반영하는 구조다.
여기에 약 29만 점의 샘플 아카이브를 보유한 이랜드 패션연구소가 디자인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매 시즌 꾸준히 팔리는 '케이블 카디건'은 디자이너가 패션 연구소에 보관된 1900년대 카디건 아카이브를 연구해 탄생시킨 제품이다.
과거 '바시티 재킷' 역시 1980년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별 바시티 재킷의 디테일과 소재, 패턴을 하나하나 분석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고객 조사로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아카이브로 어떻게 만들지를 검증하는 셈이다.
이렇게 쌓아온 상품 기획력은 이번 하반기 라인업으로 확장된다.
스웨터류는 후아유 고객들이 꾸준히 찾아온 스티브 라인의 클래식 아이템을 중심에 두면서, 최근 레이어드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새롭게 더해 선보일 예정이다.
한겨울을 겨냥해 론칭을 준비 중인 플리스 라인은 아메리칸 헤리티지에 아웃도어 무드를 입힌 스타일로 선보일 예정이다. 후아유는 케이블 가디건, 스웨터, 스웻셔츠, 트레이닝 팬츠, 플리스 등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자유와 도전이라는 미국적 가치, 이제는 동남아에서 찾아”
후아유가 지켜온 아메리칸 캐주얼 정체성은 국경 밖에서도 통하고 있다.
후아유는 2024년 8월 공식 온라인몰을 열며 베트남에 진출한 뒤,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만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베트남의 젊은 세대가 패션을 소비하는 방식은 한국과 닮아 있다. 짧은 영상과 온라인 룩북, 착용 후기 콘텐츠로 스타일을 참고하고 구매까지 이어가는 흐름이다.
DataReportal의 '디지털 2026: 베트남'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인터넷 사용자는 8560만 명(전체 인구의 84.2%), 소셜 미디어 사용자는 7900만 명에 이른다.
사진 한 장, 영상 10초가 구매를 좌우하는 시장에서 후아유는 '트렌디 캐주얼'이라는 포지셔닝으로 현지 MZ세대의 선택을 받았다.
현지 시장을 세심하게 들여다본 점도 주효했다.
'겨울이 없는 나라'라는 인식과 달리 베트남 북부 하노이는 습도가 높아 체감 추위가 매섭고, 영상 7도 안팎에도 휴교령이 내려질 정도다.
오토바이로 이동하며 찬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생활 환경까지 더해져 카디건과 경량 아우터 수요가 분명히 존재했다.
25년 겨울 후아유는 이 지점을 포착해 케이블 카디건, 풀오버 니트, 롱원피스를 핵심 상품으로 추렸고, 국내에서 검증된 시그니처 아이템을 현지 기후와 생활 방식에 맞춰 선보였다. '스티브' 자수를 더한 아이템은 데이트나 가벼운 행사 자리에 입기 좋은 옷으로 호응을 얻었고, 비슷한 무드의 글로벌 브랜드 대비 합리적인 가격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의 자유로운 감성을 내걸고 출발한 후아유는 X세대가 입던 브랜드에서 Z세대가 찾는 브랜드로, 다시 동남아 젊은 세대가 고르는 브랜드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이랜드 후아유 관계자는 "26년 넘게 지켜온 후아유의 아메리칸 캐주얼 정체성이 지금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문화 트렌드와 만나면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자유와 도전이라는 가치가 국경을 초월해 젊은 세대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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