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내용 없는 무상증자 검토 공시, 공개된 정보 아냐"
역대 최대 실적 미공개 이용... 벌금 15억·추징 6억 등 확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뉴시스
회사의 무상증자를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 공시됐더라도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관련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됐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모 전 에코프로에이치엔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15억원을 선고하고 약 6억1848만원의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윤 전 대표는 2021년 에코프로에이치엔의 무상증자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공시 전 주식을 매수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의 3분기 매출액을 미리 파악한 뒤 주식을 거래해 약 5억4043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도 있다.
윤 전 대표 측은 에코프로에이치엔이 2021년 7월 7일 '현재 무상증자 진행을 검토 중'이라는 취지의 공시를 한 만큼 이후에는 관련 정보가 이미 공개됐다고 주장했다. 에코프로비엠의 3분기 매출액 정보 역시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무상증자 검토 공시만으로는 무상증자와 관련한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공시에는 구체적인 무상증자 시기와 규모 및 신주 배정 비율 등이 담기지 않았고 실시 여부에도 변경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는 것.
2심 역시 "해당 공시에는 무상증자의 구체적 시기와 규모, 신주 배정 비율 등 투자자가 실제 투자를 결정할 때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관련 정보가 공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에코프로비엠의 3분기 매출액 정보는 중요정보에 해당한다고 봤다. 당시 에코프로비엠의 이차전지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상황에서 3분기 매출액이 전기 대비 큰 폭으로 늘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투자자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윤 전 대표가 2021년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에코프로에이치엔 주식을 매수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윤 전 대표가 주식 매수 전에 무상증자 관련 미공개 중요정보를 취득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에코프로의 3분기 영업실적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4054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혐의 역시 정보 취득 사실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가 유지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미공개 중요정보의 개념과 이용행위 등에 관한 법리 오해가 없다며 윤 전 대표와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함께 기소된 에코프로비엠 전 사업기획 담당 상무 권모씨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권 전 상무는 에코프로비엠과 거래업체 간 10조원대 규모의 전기차용 하이니켈 양극재 중장기 공급계약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수해 약 14억747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권 전 상무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22억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공급계약 정보를 주식 매수 전에 알고 이용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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