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문경'행 표 끊었더니… 문경시청은 20㎞ 밖 '점촌'에

문경 = 김상현 기자 (scoop@dailian.co.kr)

입력 2026.09.27 13:11  수정 2026.09.27 15:09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시청은 점촌행, 새재는 문경행 타야

시 홈페이지엔 있고 예매창엔 없어

통합 31년째 이어진 외지인 길 혼선

"목적지 정보 예매할 때 안내해야"

문경버스터미널과 점촌버스터미널. 문경시청 블로그 사진을 AI로 편집한 이미지.

경북 문경시를 처음 찾는 외지인이 '도시 이름'만 믿었다가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일이 30년 넘게 되풀이되고 있다.


시는 홈페이지에 '시청은 점촌에 있고, 문경새재에 가려면 문경행 표를 끊어야 한다'는 취지의 안내를 올려 두었지만, 정작 버스 예매 화면과 내비게이션 등 실제 교통 시스템에는 이 정보가 반영되지 않아서다.


큰 예산 없이도 풀 수 있는 방문객 불편을 행정이 홈페이지 안내에만 맡겨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터미널'서 만나자 했는데 20㎞ 넘게 엇갈려



내비게이션 앱 티맵에서 '문경시외버스터미널'을 검색한 화면.

대구에 사는 A씨는 최근 서울에서 내려온 지인 B씨를 만나러 문경시로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 도착했다.


문경시청에 볼일이 있어 내려온 B씨가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만나자"고 연락하자, A씨는 '시청 볼일이 있다고 했으니 문경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보자는 것이겠지'라고 여겼다. 그는 티맵에서 '문경시외버스터미널'을 검색해 차를 몰았다.


하지만 B씨가 말한 '버스터미널'은 A씨가 향한 곳이 아니었다. B씨가 말한 곳은 시청 근처의 점촌시외버스터미널이었고, A씨가 내비게이션을 따라 도착한 곳은 그곳에서 20㎞ 이상 떨어진 문경읍의 문경버스터미널이었다.


뒤늦게 서로 엇갈린 사실을 알아챈 두 사람은 약속 장소를 새로 잡느라 적잖은 시간을 허비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런 일이 낯설지 않다고 말한다. 점촌에 사는 신모 씨는 "도시 이름만 믿고 '문경'행 표를 산 출장객이 문경읍에 내리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며 "다시 점촌행 버스를 타야한다고 안내하거나, 지인이 있으면 데리러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엔 있고 예매 화면엔 없는 안내
문경시청도 혼선 가능성을 인지하고 홈페이지에 매표 안내를 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시도 이미 이런 혼선을 알고 있다. 시는 홈페이지 '오시는 길'에서 "표를 살 때 시청 소재지로 가려면 '점촌'을, 문경읍이나 문경새재로 가려면 '문경'을 목적지로 선택하라"고 따로 안내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정보가 승객이 표를 사는 단계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7일 티머니 시외버스 예매 화면에서 동서울터미널 출발 노선을 조회하면 목적지는 '점촌'과 '문경'으로만 표시된다. '점촌'에는 '문경시청'이나 '문경 도심'이라는 설명이, '문경'에는 '문경읍'이나 '문경새재'라는 표시가 붙어 있지 않다.


지역 지리를 모르는 외지인이 예매 화면만 보고 두 목적지의 차이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시청에 가려는 출장객은 물론 문경새재를 찾는 관광객도 어느 쪽을 골라야 할지 따로 알아봐야 하는 형편이다.


동서울터미널이 공개하는 승차홈 안내도 다르지 않다. 행선지란에는 '문경, 건국대, 점촌, 상주, 가은, 함창' 등만 나열돼 있다.


시가 홈페이지에서 강조한 목적지 구분 정보가 막상 승객이 표를 고르는 순간에는 빠져 있는 셈이다.


한 도시 안의 '점촌'과 '문경'


문경시청사. 문경시 제공

혼선의 뿌리는 행정구역의 변천사에 있다.


점촌은 1949년 문경군청이 문경면에서 호서남면 점촌리로 옮겨 오면서 지역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호서남면은 1956년 점촌읍으로 승격했고, 1986년에는 점촌시가 됐다. 이후 1995년 점촌시와 문경군이 합쳐져 지금의 문경시가 출범했지만, 옛 문경군의 문경읍은 이름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 결과 한 도시 안에 시청(당교로 225)과 중심 상권이 모인 '점촌'과 문경새재를 품은 '문경읍'이 나란히 자리 잡게 됐다.


지역 주민에게는 익숙한 구분이지만 문경을 처음 찾는 이에게는 사정이 다르다. '문경시청이 있는 도심으로 가려면 문경이 아니라 점촌을 선택해야 한다'는 지역 사정을 미리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 이름인 '문경'이 외지인에게는 오히려 길을 헷갈리게 하는 역설이 생기는 이유다.


"표 살 때 알려주면 된다"


시외버스 예매 사이트에서 동서울터미널 출발 노선을 조회한 화면. 도착지가 '문경'(위)과 '점촌'(아래)으로만 표시될 뿐 '문경읍·문경새재'나 '문경시청' 같은 설명은 없다.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시가 홈페이지에 올려 둔 안내를 실제 교통 이용 단계로 넓히면 된다.


티머니 등 시외버스 예매 시스템에서 '점촌'은 '점촌(문경시청·도심)'으로, '문경'은 '문경(문경읍·문경새재)'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전산 체계상 명칭을 바꾸기 어렵다면 목적지 선택 화면에 '문경시청은 점촌, 문경새재는 문경을 선택하세요'라는 안내 문구를 넣는 방법도 있다.


동서울터미널을 비롯한 주요 출발지의 매표창구와 무인발권기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티맵·카카오내비 등 내비게이션 서비스에도 '점촌시외버스터미널(문경시청·도심)', '문경공용정류장(문경읍·문경새재)'처럼 주요 목적지를 함께 표기하도록 시가 사업자들과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학홍 시장이 인구 유입과 '머무는 문화관광, 다시 찾는 문경'을 시정 핵심 과제로 내건 만큼 외지인이 도시의 관문에서부터 혼선을 겪는 구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 박모 씨는 "큰 예산이 드는 일도 아니고 지명을 바꿀 필요도 없다. '시청은 점촌, 문경읍·문경새재는 문경'이라는 정보를 승객이 표를 살 때 알려주면 된다"며 "지역을 처음 찾는 관광객이나 출장객에게 행정구역 변천사까지 익히고 버스표를 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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