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삼양사·롯데칠성 증인 채택…MBK 김병주도 출석
정무위는 28일께 의결…쿠팡 등 추가 소환 가능성
홈플러스·담합·플랫폼 논란까지 국감 쟁점 산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8회국회(임시회) 2차 본회의에 2026년도 국정감사 정기회 기간 중 실시의 건이 상정되어 있다.ⓒ뉴시스
국정감사를 앞두고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홈플러스 사태와 식품업계 담합, 플랫폼 거래 관행 등 굵직한 현안이 잇따른 가운데 상임위원회별 증인 명단도 속속 윤곽을 드러내면서 관련 기업들의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는 오는 10월 6일부터 27일까지 약 3주간 진행된다. 유통·식품업계와 밀접한 상임위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정무위원회(정무위)가 대표적이다.
농해수위는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소관으로 식품산업과 농수산물 유통을 다룬다. 산자위는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소관으로 유통산업과 소상공인·중소기업 현안을 살핀다. 정무위는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소관으로 유통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등을 들여다본다.
이 가운데 산자위가 내달 6일 가장 먼저 국정감사 일정에 돌입한다. 농해수위는 하루 뒤인 7일부터 국감을 시작한다. 정무위는 아직 증인 명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오는 28일께 일반증인·참고인 명단을 의결할 예정이다.
올해 가장 먼저 기업인 증인 명단을 확정한 곳은 농해수위다. 농해수위는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 계획서와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안을 의결했다. 농해수위 국감은 10월 7일 농림축산식품부를 시작으로 23일까지 이어진다.
농해수위 증인 명단 가운데 유통·식품업계 인사로는 ▲조영식 CJ제일제당 부사장 ▲이운익 삼양사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담합 등 부당거래행위와 관련한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세 사람에 대한 신문 요지는 모두 ‘담합 등 부당거래행위 관련 질의’로 기재됐으며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올해 설탕과 전분·전분당 등 소재식품 담합 사건으로 잇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롯데칠성은 설탕 담합에 직접 가담한 회사가 아닌 제당업체들로부터 설탕을 공급받는 주요 수요처다. 공정위 의결서 등에 따르면 롯데칠성과 CJ제일제당 간에 정해진 공급가격이 국내 기업 간 거래(B2B) 설탕시장에서 사실상 기준가격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돼 관련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한편 당초 농해수위에서는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과 박영호 동원산업 상무,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도 증인으로 거론됐다. 동원그룹에는 전직 해양수산부 고위관료 영입 목적을 둘러싼 의혹을, 우아한형제들에는 입점업체의 원산지 표시 위반 문제를 질의할 예정이었으나 최종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2026년 국정감사 유통·식품업계 주요 상임위별 증인 채택 현황과 거론 기업ⓒAI로 생성한 이미지
산자위는 22일 전체회의에서 국정감사에 부를 일반증인 4명과 참고인 1명의 출석요구안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내달 7일 중소벤처기업부 국감에 출석해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출과 입점상인 피해 등에 대한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김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배경에는 홈플러스 사태를 둘러싼 대주주 책임 문제가 있다. 회생 과정에서 입점상인과 협력업체 피해가 이어지고 정부 지원까지 투입되면서 MBK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미지급 상거래채권 변제와 영업 정상화, 이해관계자 보호 등 과제가 여전히 남았다.
유통업계의 시선은 아직 증인 명단이 확정되지 않은 정무위에도 쏠리고 있다. 정무위는 공정위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어 매년 주요 유통·플랫폼 기업 경영진이 증인으로 거론되는 상임위다. 다만 23일 현재 정무위는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국감에서 상임위 검증대에 오를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는 쿠팡이 꼽힌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말 약 3370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인 6246억810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1680만원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쿠팡이 사전 통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한미 통상 문제로도 번졌다.
물류센터 안전 문제도 국감 쟁점으로 거론된다. 쿠팡에서는 지난 7월 인천 물류센터 화재와 경기 광주시 물류센터 끼임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이에 물류센터의 메자닌 구조와 화재 안전기준, 초기 대응 체계 등 작업장 안전관리 전반을 둘러싼 질의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도 국감 쟁점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5월 18일 온라인 프로모션에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해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행사를 중단하고 사과했지만 해당 문구가 고의적으로 사용됐는지를 둘러싼 의혹은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서울경찰청은 신세계그룹이 제출한 자체 감사 자료에서 부실 정황을 확인한 뒤 지난 8월 스타벅스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프로모션 기획 과정과 고의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스타벅스가 실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어느 상임위에서 다뤄질지는 질의 쟁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5·18 민주유공자 예우나 기업의 마케팅·소비자 관련 문제로 접근하면 국가보훈부와 공정거래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둔 정무위원회에서 거론될 수 있다.
반면 경찰 수사의 적절성이나 신세계그룹 자체 감사 이후 수사 진행 과정을 따진다면 경찰청 국감을 담당하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다뤄질 여지가 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 중복 소환 우려에 초선 경쟁까지…유통가 부담
이처럼 유통업계 주요 기업인들의 증인 채택 가능성이 잇따라 거론되는 가운데,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기업인 ‘줄소환’을 둘러싼 피로감도 적지 않다.
현안과 직접 관련된 경영진의 책임을 따져 묻는 것은 필요하지만, 국감 때마다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를 경쟁적으로 증인 명단에 올린 뒤 짧은 질의만 하고 돌려보내는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국감이 본격화될수록 기업인 증인 신청이 더 늘어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유통 현안이 농해수위와 산자위, 정무위 등에 걸쳐 있는 만큼 같은 기업이나 경영진이 여러 상임위에서 동시에 증인으로 거론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의원별 이슈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기업인 증인 신청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22대 국회 출범 당시 초선 의원이 전체의 43.7%를 차지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국감을 통해 대표 이슈를 만들고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들이 모두 증인석에 설지는 미지수다. 질병이나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불출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될 수 있지만, 실제 증인 불출석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감에서 기업과 관련한 현안을 점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제 질의할 내용보다 일단 기업인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보는 분위기가 생길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며 “특히 여러 상임위에서 동일한 기업을 중복해서 부를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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