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소비자 대상 아니다”…C커머스, 소비자원 개선권고 잇단 거부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09.22 16:56  수정 2026.09.22 17:29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알리·테무·타오바오, 소비자원 개선권고 일부 불수용

타오바오는 제시된 3건 모두 거부…“한국 대상 사업 아냐”

C커머스 상담 2년 새 10배↑…올해도 2312건 접수

강제력 없는 개선권고…해외 플랫폼 관리 한계

해당 이미지는 자체 AI로 제작됨.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하 C커머스)에 불공정 약관과 소비자 오인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등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지만, 알리익스프레스·테무·타오바오 등이 일부 권고를 불수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타오바오는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제시된 개선권고 3건을 모두 불수용했는데, 해외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원이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타오바오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이후 제시한 개선권고 가운데 일부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소비자원은 지난 7월 이들 4개사의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일부 플랫폼에서 반품·환불 등 소비자 권리를 제한하거나 사업자의 책임을 축소할 우려가 있는 약관, 가격·할인과 관련해 소비자가 오인할 가능성이 있는 표시·광고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이에 소비자원은 문제가 확인된 약관에 대한 사안을 개선하도록 각 플랫폼에 권고했다.


그러나 모든 개선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약관 분야에서 소비자원이 4개 플랫폼에 제시한 개선 권고는 총 7건으로, 이 가운데 3건이 불수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타오바오가 각각 1건씩 받아들이지 않았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원상회복 청구권'과 관련한 약관 개선이다. 원상회복은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됐을 때 계약 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알리는 출석체크나 간단한 미션 등을 통해 이용자에게 '코인'을 지급하고 있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할 때 이 코인을 사용해 결제 금액을 할인받을 수 있다.


문제는 환불할 때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마케팅 이벤트 약관은 코인을 사용해 결제한 주문 전체를 환불할 경우 코인을 다시 이용자 계정에 돌려주지만, 주문한 상품 가운데 일부만 환불하면 사용한 코인을 반환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원은 이를 '원상회복 청구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조항으로 판단하고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약관 상 ‘부분 환불 시 코인이 반환되지 않는다’는 문구는 소비자의 원 결제수단 환불을 제한하거나 환불금액을 축소하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약관 분야에서 소비자원이 4개 플랫폼에 제시한 개선 권고는 총 7건으로, 이 가운데 3건이 불수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

테무는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할 책임의 범위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약관을 고치지 않았다.


테무 약관에는 회사가 이용자에게 부담하는 총 책임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전 한 달 동안 소비자가 테무에 지급한 금액과 100 달러, 관련 법령에 따른 민사상 책임 또는 벌금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을 책임 한도로 규정했다.


쉽게 말해 소비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와 별개로 사업자가 부담할 배상 책임에 미리 상한선을 설정할 수 있는 구조다. 소비자원은 이 조항이 사업자의 책임 범위를 축소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테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약관이 법령에 따라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책임 자체를 줄이는 조항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타오바오는 개인정보 국외 이전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강화하라는 약관 관련 개선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타오바오는 "중국 소비자를 위한 플랫폼으로 한국어로 운영하지 않는다"며 "한국 소비자 대상 사업을 진행하지 않아 한국법을 따르기 어렵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표시·광고 분야에 대한 개선 권고도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

표시·광고 분야에 대한 개선 권고도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비자원은 알리익스프레스·테무·타오바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할인 혜택이 종료되는 것처럼 제한시간을 표시해 소비자가 구매를 서두르게 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해당 문구를 삭제하도록 권고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를 수용했지만 타오바오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테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한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표시·광고 분야에서도 판매자 정보 제공을 강화하라는 권고 역시 타오바오는 불수용했다.


타오바오는 판매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관련 내용이 중국어로만 표시돼 국내 소비자가 판매자 정보를 확인하고 실제 거래 당사자를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타오바오는 이 역시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타오바오 측은 "중국 소비자를 위한 플랫폼으로 한국어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라며 "한국 전자상거래법을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타오바오는 ▲개인정보 국외 이전 시 정보 제공 강화와 ▲제한시간 표시 삭제 ▲판매자 정보 제공 강화 등 소비자원이 자사에 제시한 개선 권고 3건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는 C커머스 관련 국내 소비자상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타오바오 등 4개 플랫폼 관련 소비자상담은 2023년 519건에서 2024년 1513건, 지난해 5272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1~8월 2312건이 접수됐다.


플랫폼별로 보면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알리익스프레스 관련 상담이 7544건으로 가장 많았고, 테무 2026건, 타오바오 31건, 쉬인 15건 등 총 9616건에 달했다.


특히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타오바오 역시 상담 건수가 2023년 2건에서 2024년 4건, 지난해 12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1~8월에만 13건이 접수됐다.


이처럼 C커머스 관련 소비자상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소비자원의 개선권고만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원의 개선권고는 사업자의 자율적인 수용을 전제로 해 이행을 강제하기 어렵다. 특히 국내에 공식 진출하지 않은 해외 플랫폼은 조사와 후속 조치 과정에서 관리·감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내 사업자는 전자상거래법 등 국내 소비자보호 규범의 적용과 집행을 받는 반면, 해외에 소재한 사업자는 실제 조사와 시정조치, 피해구제 과정에서 집행력을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소비자가 실제 이용하는 해외 플랫폼에 대해서도 소비자 보호 장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가 실제 이용하고 피해나 불만이 발생하더라도 해외 사업자가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지 않는다’고 할 경우 국내 기관의 개선 요구를 어디까지 실효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며 “국내 사업자와의 규제 형평성은 물론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해외 플랫폼에 대한 관리·감독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해외 플랫폼이라고 해서 한국 소비자 보호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한국 소비자가 실제 이용하는 시장이라면 국내외 사업자 모두에게 같은 소비자 보호 원칙이 작동해야 한다"며 "권고하고도 고쳐지지 않았다면, 이제는 정부가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